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가운데), 최승호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위원장(맨오른쪽), 여명구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성과급 배분 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합의를 이뤄냈다. 공동취재사진광고하종강 |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 상가에 자리한 미용실에 들렀다. 나 빼고는 모두 여성 고객들이었는데 중심 화제는 단연 삼성전자의 성과급이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영업 이익 15%를 성과금으로 준 것부터가 잘못이야.”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는 손님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옆자리에 앉았던 내가 참다못해 거들었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영업 이익의 15%가 아니고 10%였고, ‘성과금’이 아니라 ‘성과급’이 맞는 표현입니다.” 기분 나빠하지 않도록 최대한 겸손한 어투로 말하느라 애썼다.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가진 사람은 ‘주주의 권리’와 배당금을 강조했고, 소비자인 고객들은 물가 인상을 걱정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 “삼성전자가 그동안 세금을 1년에 수조원씩 감면받았다는데 그 세금을 환수해서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을 돕는 방법은 없느냐?” 등의 질문에 대해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쉽게 설명해드렸다. 머리 손질을 마치고 나갈 때 문이 채 닫히기도 전에 한 손님이 원장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뭐 하는 사람이야?” 그 뒤에 이어질 대화를 환청으로 들으며 건물을 나왔다.광고“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더 달라고 요구한다”는 비난으로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겠으나, 사람들은 이제 대기업 정규직의 노동조합 활동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됐다. 삼성전자 성과급을 둘러싼 모든 논란은 이렇듯 부정적 효과와 긍정적 효과를 동시에 지닌다. 사회에 유익한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역할은 부정적 효과를 축소하고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다.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평소 “기존의 정치적 이념을 빼고,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같은 상급단체를 빼고…”라고 강조했다. ‘초기업 노조’라면서 기업 단위 안에 머물겠다는 뜻이다. 이 발언에 대해서도 찬반이 있을 수 있으나, 그러한 논의를 통해 노동조합은 결국 상급단체를 통해 연대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광고광고“정규직은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고, 입사할 때 채용 조건이 달랐는데 일률적으로 같은 선에서 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초기업노조 위원장의 발언과 그 말에 대해 “알고 보니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도 아니더라”라는 비난이 뒤따른 것도 마찬가지다. 그 논란을 보고 “역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다짐하는 청소년이 있을 수 있으나,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심각한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와 학벌에 따른 차별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렇게 말한 위원장은 그 신념을 끝까지 유지할 수도 있으나, 나중에 자신의 소양이 부족했다고 부끄러워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노력해야 할지는 자명하다.눈높이를 더욱 낮춰보자. 노조 위원장은 언론에 공개될 때마다 ‘투쟁’ 구호가 큼지막하게 적힌 조끼 차림으로 나왔다. 2025년 12월 롯데백화점에서 보안요원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끼를 입은 손님들에게 조끼를 벗을 것을 요구했던 사건과 비교하면 불과 몇달 사이지만 격세지감이다.광고삼성전자 노동자들도 당연히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생존하는 ‘노동자 계급’에 포함되고 “모든 파업은 선(善)이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시대에 뒤떨어진 구시대 좌파의 낡은 생각이라는 비판이 뒤따르지만, 그러한 논란을 통해 미래 사회 새로운 노동운동을 전망하는 기초가 마련될 수도 있다.삼성전자 노사 합의안 중 “사용자는 본 노사 합의 정신에 기초하여 협력업체 동반성장, 지역사회 공헌, 산업안전 등을 위한 재원 조성 및 운영 계획을 조속히 발표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단순히 선언적 내용이어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그러한 논란을 통해 대기업 아래에 종속된 수많은 하청업체의 어려움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가 될 수도 있다.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의 초과 세수 발언에 대해서도 보수 정치인은 “공산당 본색이 드러났다”고 비난하지만, 정부의 막대한 감세 혜택과 인프라 지원 등으로 성장한 기업의 이익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에 대한 정책적 대안과 제도를 마련하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이렇듯 모든 노동 문제 현안에는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이 같이 존재한다. 시간이 좀 걸릴 뿐 사회가 더욱 평등해지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의 주장대로 변화됐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이다. 그래서 결국 노예제도는 철폐되고, 노비·머슴 제도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