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 5월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가운데), 최승호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위원장(오른쪽), 여명구 반도체부문(DS·디바이스솔루션) 피플팀장(왼쪽)이 손을 맞잡고 있다. 성과급 배분 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합의를 이뤄냈다. 공동취재사진 광고 “삼성전자 성과급 때문에 동탄 주변 집값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당장 이사 갈 집을 찾기 어려울까봐 걱정이에요.” 삼성전자 2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김명수(가명·36)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경기도 화성 동탄의 아파트값 급등에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집값에 전세까지 덩달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위험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반도체 초호황도, 대규모 성과급 타결 소식도 남의 나라 이야기다. 그는 “세전으로 월 340만원을 받고 있다. 하청 성과급에 대해선 아직 별말이 없다”고 씁쓸해했다.광고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로 에스케이(SK)하이닉스·삼성전자 원청 직원들은 올해분부터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가뜩이나 기업 규모, 고용 형태, 연령별 노동자 간 ‘소득 양극화’가 심각한데, 반도체발 성과급으로 격차가 더 벌어지는 모습이다.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윤을 두고 적절한 분배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이번 호황이 오히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에스케이하이닉스에서 6년째 일하는 이지훈(가명·32)씨는 지난해 6천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이씨는 “주로 주식에 투자했다”며 “회사 내에선 앞으로 받을 성과급에 대한 기대가 높다 보니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팀 동료가 최근 동탄 인근 부동산 투자를 위해 임장(현장에 직접 방문하는 것)을 갔다 왔는데, 최소 세 팀 단위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광고광고 삼성전자 직원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삼성전자 메모리(DS)사업부는 올해 성과급으로 약 6억원의 자사주를 받는다. 디에스 소속인 최시은(가명·34)씨는 “성과급을 자사주로 받으니, 주식을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 중”이라며 “3분의 1은 즉시 매도가 가능하니까,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진석(가명)씨도 “성과급을 받으면 노후 준비나 자녀 학업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며 “무주택자 동료들은 (회사의) 저리 대출을 통해 주택 구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 합의로 최대 5억원까지 연 1.5% 이율로 대출해주는 제도가 새로 생겼다. 반도체 회사의 역대급 성과급은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셔틀버스가 다녀 이른바 ‘셔세권’(셔틀버스 세권)으로 불리는 화성 동탄역 일대 아파트 가격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이달 15일 기준 화성 동탄구 아파트값이 지난주 1.98% 상승한 데 이어, 이번주 2.22%가 올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0.27%, 경기 0.21% 오르는 데 그친 것과 견주면 동탄은 그야말로 ‘부동산 불장’이다.광고한겨레 그래픽 성과급으로 부동산과 주식 투자 등에 뛰어든 반도체 원청 직원들과 달리, 하청에서 일하는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뿐만 아니라 생계·생존을 고민해야 할 처지다. 삼성전자 하청에서 일하는 임석희(가명)씨는 “반도체 하청의 경우 1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 3~4분기쯤 되면 계약이 안 될까 봐 걱정이 앞서는 처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씨는 “임금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계속 올라 생계 부담이 크다”며 “원청을 상대로 성과급을 요구하고 싶지만, (하청업체가) 계약 해지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 아무 말도 못 한다”고 토로했다. 반도체발 성과급이 쏘아 올린 소득 격차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올해 1분기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도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7만8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7만원으로 같은 기간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데이터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과급 등이 지급되면서 5분위 가구의 소득이 더욱 늘어 1분위와 격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별로 봐도 성과급이 집중되는 시기에 임금 격차가 컸다. 300인 이상 기업의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세전)은 지난해 12월 751만1천원, 올해 1월 835만7천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300인 미만 사업체의 임금총액(각각 416만7천원, 378만9천원)의 1.8~2.2배에 달했다. 성과급이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현대차·엘지(LG) 등 대기업이나 금융권,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광고 이승협 대구대 교수(사회학)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선 연중 채용 공고를 내도 단기간 근무 뒤 퇴사하는 일이 반복된다”며 “임금 격차 확대는 청년 고용 문제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인공지능(AI)과 로봇화에 따른 산업의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지금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권효중 기자 harry@hani.co.kr
‘수억 보너스’ 반도체 원청 직원은 “집 사볼까”…하청은 “생계 불안”
“삼성전자 성과급 때문에 동탄 주변 집값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당장 이사 갈 집을 찾기 어려울까봐 걱정이에요.” 삼성전자 2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김명수(가명·36)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경기도 화성 동탄의 아파트값 급등에 “너무 화가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