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달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가운데), 최승호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위원장(맨오른쪽),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공동취재사진광고박현 논설위원자산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불과 1년 전 2000대에서 맴돌던 코스피는 9000선을 바라보고, 수도권 아파트값도 지역에 따라 상승률 연 10%를 웃돈다. 우량주와 수도권 주택을 보유한 이들은 자산가치 상승의 수혜를 누리는 반면, 그렇지 못한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반도체 기업들의 수억대 성과급까지 더해지면서 자산가격 오름세는 더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올해만 5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세후 기준으로도 30조원 이상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다. 상당 부분이 주식과 수도권 부동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기업가치 상승과 소비 확대를 통해 경제 전반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지만, 주택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규모 유동성이 유입되면 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무주택 서민·중산층의 주거 부담을 한층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삼전·닉스 직원들의 통근 셔틀버스가 다니는 이른바 ‘셔세권’ 아파트값이 들썩이는 게 징후일 수 있다.광고한국이 인공지능(AI) 초호황의 수혜국으로 부상한 것은 모두가 축하할 일이다. 관련 기업과 종사자는 임금과 자산가치 상승의 혜택을 누리고, 올해 성장률도 기존 2%에서 2.5~3%로 상향되는 등 거시지표도 확연히 개선되고 있다. 특히 추락하던 잠재성장률을 반전시킬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런 기회가 자동으로 사회 전체의 후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수도권 주민들의 주거 여건 악화,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로봇 확산에 따른 고용 불안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주거와 일자리라는 삶의 두 축이 흔들리면 사회적 불안정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흔히 석유 부국을 일컫는 데 ‘자원의 저주’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중동과 남미 산유국은 막대한 자원을 보유하고도 부의 편중과 부패가 판치는 정실 자본주의의 전형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소수 특권층이 석유 이권을 쥐고 이익을 독식하면서 경제 전반의 균형이 무너지고, 이는 결국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졌다. 인공지능 시대 반도체는 ‘21세기의 석유’다. 반도체 등 인공지능 수혜 기업이 높은 진입장벽과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이익을 독점하고, 그 성과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지 못하면 자산 버블과 격차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광고광고격차 확대는 포퓰리즘을 낳고 민주주의를 흔든다. 미국은 셰일가스 호황과 인공지능 성장 속에서 불평등이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수준으로 확대됐고, 이는 정치적 양극화와 포퓰리즘의 토양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희대의 포퓰리스트가 두차례나 정권을 거머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반대로, 적절한 제도 설계를 통해 초과이윤을 사회 전체의 자산으로 전환함으로써 ‘자원의 축복’을 실현한 나라도 있다. 노르웨이는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로 축적해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며 잘 작동되는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핵심은 제도 설계다.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선택지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초과이윤에 한정한 추가 과세, 로봇세나 컴퓨트(연산능력)세와 같은 새로운 세제 도입이 한 축이다. 다만 기업의 조세 회피 유인을 자극하거나 재정 집행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접근은 지분 보유 방식이다. 국부펀드를 통해 인공지능 관련 기업에 투자하거나, 국민이 해당 기업 지분을 보유하도록 장려해 성장의 과실을 보다 직접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다소 급진적으로 보이나, 과세를 통한 재분배와 본질적으로 유사한 효과를 낸다. 퇴직연금 등을 통해 상당수 국민이 관련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낯선 방안도 아니다.광고최근 정부 내에서도 다양한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생산적 재투자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회연대임금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중심이 돼서 인공지능 시대 초과이윤 활용 방식에 대한 큰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구현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조합이다. 인공지능 초과이윤을 노동자 성과급과 주주 배당에 머물게 하지 않고, 미래 투자와 사회적 환원으로 연결하는 정책 패키지를 서둘러 구체화해야 한다.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