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연합뉴스 광고 김은경 | (사)지구행동 이사장광고 반도체 기업의 역대급 수익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총파업 없이 합의에 이른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서 끝내 다뤄지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보다 훨씬 근본적인 질문, 즉 그 이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누가 어떤 비용을 대신 치렀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제기된 의제들은 다양했다. 역대급 반도체 이익을 노동자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 부문별 성과 배분의 형평성은 어떻게 맞출 것인가, 국가와 국민의 기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청기업과의 사회적 연대는 어디까지인가. 모두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이 논의들에는 공통된 맹점이 있다. 기업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을 사회에 전가해온 문제, 즉 ‘비용의 외부화’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광고광고 본래 자본주의 경제는 시장을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시장은 환경이나 생태계 같은 ‘자연 자본’의 가치를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닌다. 기업들이 가격표가 없다는 이유로 비용을 외부에 떠넘기며 오염을 누적시켜 온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마주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과 사막화다. 결국, 기업이 외면한 이 거대한 생태적 완화 비용은 공공의 재정으로 메워지거나, 국민이 일상에서 기후 재난과 위기라는 실존적 위협으로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실제로 기업 경쟁력의 민낯이 ‘비용을 외부화하는 능력’이라는 냉소 섞인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타깝게도 이 말이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 사례가 눈앞에 있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공장 증설 당시 환경영향평가 조건으로 ‘무방류 시스템’ 도입을 약속했다. 팔당 취수원에서 끌어온 한강 물을 생산과정에서 사용한 뒤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내부에서 완전히 처리해 재사용하겠다는 요건이었다. 기업이 마땅히 내부에서 감당해야 할 환경 비용을 명확히 규정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오산천으로 방류를 계속하고 있다. 2018년 당시 무방류 시스템 도입 비용이 약 1조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42조9천억원, 올 1분기 수익만 40조3천억원을 넘어서는 지금도 방류수 오염과 지천 수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감당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감당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그 비용은 강 하류 주민들의 삶과 공공의 수질 관리 부담으로 조용히 전가됐다. 광고 에너지 문제도 다르지 않다. 에스케이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알이100(RE100)을 선언했지만, 재생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않는다. 지방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공장까지 끌어오기 위한 대규모 송전망 건설은 국가 몫이 됐다. 이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본격화되면 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용인 산단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송전망과 취수 인프라 구축 비용 역시 국가와 지역 주민이 떠안을 처지다. 송전망이 지나는 지역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내줘야 하고, 건설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 비용도 사회가 고스란히 짊어진다. 분석에 따르면 두 기업이 필요한 재생에너지의 60% 정도만 자체적으로 부담해도 현재의 송전망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기업이 알이100 선언의 비용을 스스로 감당할 의향이 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환경·사회적 책임이 온전히 기업의 비용으로 반영되어야만, 향후 입지 선정 단계부터 올바른 사회적 비용이 셈해질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이 이번 노사 협상에서 단 한번도 의제로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임금과 복지를 위해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조합원과 그 자녀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의 지속가능성, 그것을 떠받치는 환경 비용 문제가 노사 협상의 낯선 의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무방류 시스템 이행이나 실질적인 재생에너지 자체 조달은 기후 리스크로부터 기업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단기 이익에 집중하는 경영 판단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함께 점검하는 것, 이것이 노사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영역이다. 이익의 분배를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그러나 이익을 나누기에 앞서, 기업이 마땅히 치렀어야 할 사회적 비용의 부담이 먼저다. 그 이익은 누구의 비용 위에, 어떤 자연 자본의 희생 위에 만들어졌는가. 기업이 감당할 수 있음에도 사회에 떠넘긴 청구서들을 정직하게 내재화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말하는 이익 분배와 성장의 정의는 결국 절반짜리 기만에 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