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스페이스엑스(X) 기업 로고. 로이터/연합광고김회승│논설위원 스페이스엑스(X)의 기업공개가 대성공을 거뒀다. 단 하루 만에 전세계 투자자들로부터 750억달러(약 114조원)의 자금을 조달해 아람코가 세운 세계 최고 공모액 기록(294억달러)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시장 반응은 뜨겁다. 지난주 말 상장 뒤 2거래일 연속 20%씩 급등해 시가총액 2조1200억달러(약 3200조원)를 기록하며 단숨에 미국 증시 6위에 올랐다.스페이스엑스에 대한 투자 열풍은 여러 면에서 상식적이지 않다. 스페이스엑스는 일론 머스크가 지금까지 일궈온 주요 사업을 ‘영끌’해 만든 기업이다. 현금 흐름을 보면, 통신위성(스타링크) 사업이 캐시카우 구실을 하고 있지만, 우주항공(발사체) 부문은 흑자와 적자를 오가고 있고, 인공지능(AI) 사업은 대규모 투자로 막대한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전체 누적 적자가 413억달러에 이른다. 장부만 보면, 상장은커녕 당장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다. 지배구조도 문제투성이다. 주식회사라 보기 힘든 확고한 1인 체제다. 머스크는 차등의결권을 활용해 84%의 압도적 의결권과 이사회 과반을 선임할 권리를 확보했다. 스스로 물러나거나 자기 지분을 매각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의 의사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없게 만들어놨다.광고주식 가치가 아무리 미래 성장성에 좌우된다고 하지만, 머스크가 내놓은 향후 사업 계획과 전망은 거의 별나라 수준이다. 스페이스엑스의 대규모 자금 조달 목적은 인공지능에 기반한 우주 인프라 구축이다. 머스크는 지구 궤도에 10만기 이상의 통신위성을 배치하고 우주 공간에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한편 화성 이주를 위한 차세대 로켓 개발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목표 달성 시점은 뚜렷하지 않다. 증권신고서에 밝힌 전망을 보면, 스페이스엑스의 사업 규모는 불과 4년 뒤인 2030년 인공지능 부문을 중심으로 무려 28조5천억달러에 이른다. 현재 기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88%, 에스앤피(S&P)500 기업 총매출의 152%에 이르는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는 것이다. 현재 스페이스엑스의 인공지능 모델(그록)의 시장 점유율은 1.4%에 불과하다. 담대하다고 해야 할지, 허무맹랑하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어찌 됐건 수백억달러의 적자, 후진적인 지배구조, 비현실적인 사업계획에도 전 세계 투자자들은 앞다퉈 스페이스엑스에 돈을 걸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머스크 개인의 잠재력에 대한 베팅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다른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의 발걸음도 빠르다. 인공지능 시장 점유율 1위, 2위인 앤트로픽(클로드)과 오픈에이아이(챗지피티)도 최근 미 금융당국에 나란히 상장 서류를 제출했다. 시장이 예상하는 상장 가치는 각각 9천억~1조달러 수준이다. 두 회사 역시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지만, 천문학적인 인프라와 클라우드 비용 때문에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투자 지속을 위해서는 새로운 자금 수혈이 절실한 상황이다.광고광고인공지능 스타트업의 기업공개는 사실상 ‘최후의 수단’이다.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갈수록 거대 자본이 필요한데, 더는 금융시장에서 회사채나 대출, 상호 투자 등으로 조달하기엔 불가능한 규모다. 막대한 이자를 감당하기도 힘들다. 고속으로 성장하는 적자 기업의 한계에 봉착한 셈인데, 일반 투자자들의 돈을 수혈받아 적자를 메우고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인공지능 시장에서 금맥을 찾은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의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덩치를 키웠으니 시장 선점·독점 경쟁은 더 치열해질 공산이 크다. 이들에게 막대한 돈을 건 투자자와 주주들은, 남들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인공지능 모델과 인프라를 구축하라고 압박하고, 경쟁사보다 앞서 피지컬 인공지능에 뛰어들어 실적을 내라고 독촉할 것이다. 끊임없이 고성능 인공지능 칩(GPU)을 사들이고 데이터센터를 짓거나 빌려야 하는데, 여기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디(D)램, 초고속 낸드플래시가 꼭 필요하다. 메모리 강국인 우리가 가장 잘 만드는 제품들이다.광고150년 전 미국 골드러시 때,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쉽게 찢어지지 않는 텐트용 천으로 작업 바지를 만들어 팔았다. 서부로 몰려든 금광 채굴업자들은 일단 튼튼한 삽과 청바지부터 샀다. 금광업체 열 중 아홉은 망했지만, 그의 청바지(리바이스) 장사는 수십년 호황을 누렸다. 인공지능과 우주 시대의 최종 생존자들이 누구이고, 언제 어디서 승부가 가려질지 아직 알 수 없다. 일단 남들보다 튼튼한 청바지를 잘 만들어야 승부를 가려볼 수 있다.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