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2월1일 이스라엘군 항공기 편대가 레바논 남부 상공을 저공비행 하며 글리포세이트 제초제를 살포하는 모습. ‘로리앙 르주르’ 유튜브 채널 갈무리광고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침공을 앞두고 레바논 남부에 ‘발암성 제초제’를 공중 살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레바논 정부는 “환경·보건 범죄”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이스라엘을 제소했다.레바논 매체 ‘로리앙 르주르’에 따르면, 레바논 외교부는 14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군이 2월1일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의 여러 마을 상공에 글리포세이트를 살포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유엔 안보리와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지역에서 검출된 글리포세이트 “농도가 1g당 2만2750㎍(마이크로그램)에 달했으며, 이는 이 물질을 농업용으로 쓴 농경지 토양의 수치보다 훨씬 높다. 일반적으로는 최대 0.5∼2㎍”이라고 덧붙였다.글리포세이트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 추정 물질로 분류한 제초제다. 한국 농촌진흥청 등은 건강 피해를 우려해 이 물질이 작물에 닿지 않도록 잡초에만 사용하고, 방제복 등 방호 장비 착용 상태에서만 뿌리도록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쪽 국경 인근 3개 마을 상공을 항공기로 저공비행 하며 무차별 살포했다. 살포된 농도 역시 레바논 정부가 정한 기준치보다 최대 30배 높았다.광고리베라시옹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 물질을 뿌리기 전 레바논 주둔 유엔(UN) 평화유지군에 “국경 인근에 무독성 화학 물질”을 분사한다며 철수하라고 통보했다. 당시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의 영공 무단 침입과 제초제 살포가 “레바논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환경·보건 범죄”라고 반발했다.1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시민들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약 1달 앞두고 이런 일을 벌인 데 주목한다. 평화유지군을 북쪽으로 물리고 식생을 제거해 ‘침공로’를 여는 밑작업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2월28일 이란 공습에 이어 3월4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토벌을 명목으로 레바논 남부를 침공했다.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민간인 마을을 공습·포격한 뒤 군용 불도저로 점령지를 밀어버리는 ‘초토화’ 전술로 진격해왔다.광고광고장기적인 환경 피해도 우려된다. 레바논 남부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 그린 서더너스는 글리포세이트 살포 직후 곤충 등 수분(꽃가루 운반) 매개체들이 영향을 받아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고 토양 성질이 변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시 그린 서더너스는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이 “초토화 정책”을 벌이고 있으며 “생태 학살 수준”의 “장기적 피해를 의도적으로 일으킨다”고 규탄했다. 나자르 하니 레바논 농업장관도 2월17일 현장 방문 뒤 “이스라엘의 글리포세이트 살포 영향이 나무와 숲에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레바논 정부는 자국 국립과학연구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를 첨부해 이스라엘군을 유엔 안보리에 제소했다. 레바논 외무부는 “화학무기금지협약은 제초제의 전쟁 수단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광고한편 레바논은 지난 6일 이스라엘군이 자국 남부에서 레바논군 차량을 공격해 장교 2명과 병사 1명이 숨진 데 대해서도 안보리에 제소했다. 이번 전쟁 동안 레바논 정부는 종전을 앞당기기 위해 헤즈볼라와 거리를 뒀고, 정부군 역시 이스라엘과의 충돌을 피해왔다.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