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해 9월26일 경북 경주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필자(왼쪽 셋째)와 경주환경모임 ‘숲을’ 회원들이 함께 만든 핵발전 반대 펼침막을 들고 황리단길을 걷고 있다. 은선 제공 광고 은선(필명) | 경주에서 태어난 두 아이의 엄마광고 2017년 봄, 첫아기가 생겼다. 어떤 이유여서인지 나는 임신 초기부터 피가 흘러내렸고 5개월이 되지 않은 뱃속 아이를 떠나보냈다. 그해 가을 다시 임신하게 되었다. 좋아하던 운전도 하지 않고 조심조심 10개월을 꽉 채운 뜨거운 여름에 여자아이를 낳았다. 임신 때 가입해둔 한살림 생협 매장을 이용하며 먹을 것을 챙겼다. 그곳에 가입한 이유는 방사능 유출 식재료를 검사한다는 점이었다.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수산물과 농산물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던 때였다. 나는 엄마이기에 조금 더 안전한 곳에 머물고 싶은 본능으로 두려움을 잘 이겨나가는 삶을 살고 있다고 여겼다. 아이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둘째 아이도 생겼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기로 선택한 경북 경주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대구에서 태어나 초·중·고·대학을 대구에서 보냈다. 선후배 친구들은 진로와 취업을 위해 서울로 떠난 이들이 많은데 결혼하고 다시 지역으로 옮기고 싶어 할 때면 경주를 추천했다. 적당히 벌고 살며 행복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이라 생각하며 추천한 거였는데, 어느 날 후배가 말했다. “거긴 원전이 있어서 안 가고 싶어요.” 원전이 얼마나 멀리 있는데…. 괜스레 미운 마음이 들었다. 후쿠시마 핵 사고는 잊었던 것일까. 아니면 방사능 검사로 ‘지금만’ 안전하면 된다는 무지일까. 열심히 환경운동 하는 이들이 있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더 빨리 알고 대피할 수 있다는 이기심이었을까. 한동안 후배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광고광고 처음 마음의 궁금함을 꺼내고 드러냈던 탈핵 학교에서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전기는 어디서 오는지, 지금 전력은 충분한지, 후쿠시마 핵 사고에 대해 알아갈수록 토함산 너머에 있는 원전에서 내가 사는 곳이 원전 반경 30㎞ 대피구역 밖인 것에 안심하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오랜 세월 그곳에 살며 피해를 본 분들을 쳐다보는 게 죄송하고 힘들었다. 30년 넘게 운영했던 월성원전은 현재 운영되지 않고 있는데도 그 자리에 두고 경주의 경제를 살리자고 이야기한다. 방사능 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은 경주 주민 투표 찬성률 89.5%라며 앞으로도 소형모듈원전(SMR) 핵 (폐기물) 공간이 더 있어도 되지 않겠느냐고 시장은 공공연한 자리에서 시민들에게 전한다. 지역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없으면 먹고살기 힘들다고, 이곳의 지원금으로 작고 큰 단체들이 살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광고 나는 월성원전 1호기의 영구 정지 역사가 담긴 백서를 훑으며 아직 우리에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는 것 같아 굳게 손을 잡고 함께 마음을 모으면 더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 여겼는데, 요즘은 경주가 더 미워진다.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큰아이는 학교에서 원전 사고에 대한 정보를 듣고 엄마가 외치는 탈핵이 꼭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단 무서우니 만약을 대비해서 대피할 때 들고 갈 가방을 꾸리자며 마음의 불안을 드러냈다. 나는 “너의 10대에는 경주의 원전이 다 문 닫길 바라는 꿈을 꾸고 있고 열심히 해보자”고 안심시켰다. 그런데 신규 원전이라니. 소형모듈원전 건설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2026년의 시작에 경주 시내에는 ‘소형모듈원전으로 새로운 기술 도약 경주의 발전 도약’이라는 펼침막이 걸리기 시작했다. 소형모듈원전 건설이 완성되면 경주에 돈이 들어온다며 이걸로 경주가 재도약한다고 서명도 받는다. 경주시장이 하면 다 좋은 거라고 한다. 어마어마한 돈이라는 숫자가 경주 전역에 걸리고 있다. 경주시장은 핵발전소를 환영하는 경주시민을 믿고 이 일을 시작할 수 있다면서 전력이 필요한 이 시대를 위해서 경주시민이 힘을 모으자고 한다. 사라지지 않는 거짓에 쌓인 소형모듈원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은 왜 시민들의 마음에 쌓이지 않는 것일까. 나의 마음에 쌓인 두려움과 불안이 탈핵으로 걷는 걸음에 닿았던 것처럼 경주시민들의 마음에도 그 두려움과 불안이 ‘탈핵 하는 경주’로 이어지길 바라며 소형모듈원전을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전단을 돌린다. 경주는 원전이 없어도 살기 좋은 곳이라고, 이곳에 원전이 있으면 아이들의 미래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다시 작은 물방울이 바위 위에 떨어지고 있다. 경주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첫째 다하와 둘째 들이를 위해 소형모듈원전 절대 안 돼! ※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