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조용한 밤 l 한성민 지음, 사계절(2018) 광고조은숙의 내일의 그림책 ‘페이퍼커팅(Paper Cutting)’은 종이를 오리거나 칼로 파내어 문양을 만드는 전통적 기법이다. 커팅 방법은 문화권에 따라 다른데, 우리나라 경우는 공예품이나 무속신앙의 의례에서 주로 쓰인다. 어린이 문학에서 페이퍼커팅과 연관 깊은 작가는 안데르센이다. 그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쓱쓱 가위로 오리다 종이를 쫙 펼쳐 보여주면 탄성이 터져 나왔다. 현대 그림책에서는 레이저를 이용한 커팅 방식이 개발된 후, 정교한 구현과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서 아름다운 페이퍼 아트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일일이 수공으로 칼질을 하여 장면을 완성하는 전통적인 페이퍼커팅 기법의 그림책은 세계적으로도 그 수가 많지 않다.광고 그런 의미에서 한성민 작가의 ‘조용한 밤’은 반가운 책이다. 페이퍼커팅 작업에서 굵은 외곽선 부분은 칼로 검은색의 평면 종이를 도려내어 만들어진다. 그다음 그 형태 그대로 색이 있는 종이에 파내서 색 면 부분을 만든 다음, 외곽라인을 올리면 그림이 완성된다. 이때 페이퍼커팅의 전통적이고 엄격한 규칙은 라인이 잘리지 않게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아프리카의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밤의 광경을 목격한 후, 그림책을 구상하고 여기에 맞는 기법을 고민하다가 안데르센의 작품이 실린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매료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 방법을 배울 곳이 없어, 일본 전통 페이퍼커팅 아트 기법인 ‘키리에’를 참고로 스스로 기법을 익혔다.광고광고 작가에게 페이퍼커팅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일반적인 미술 작업이 선을 먼저 그린 다음 면을 채우는 것과 달리, 커팅 기법은 선과 면이 동시에 만들어진다. 사회적인 의미도 있다. 물감, 오일 파스텔 등 대부분의 미술 재료가 석탄, 석유 기반인 데 견줘, 종이 한장만 오리면 전체가 구성되고 도구 역시 칼 한자루로 해결돼 자원을 많이 소비하지 않는 기법이다. 더구나 페이퍼커팅에는 얇은 종이를 사용하기에 나무를 덜 훼손한다. 그림책 ‘조용한 밤’은 내용적으로도 환경과 공존의 조건을 담아낸다. 한밤중 밀림 속 물웅덩이에 물을 마시기 위해 동물들이 모여든다. 코끼리, 코뿔소, 다음에 흑멧돼지가 찾아온다. 그때 조심스러운 기린이 멀리서 망설이고 있다. 기린의 물 마시는 자세는 공격당하기 쉬워 가장 적절한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마침 다가오던 하이에나를 코끼리가 코를 휘둘러 쫓아준다. 모두 달게 물을 마시고 돌아간 물웅덩이에는 사자들이 찾아온다. 공존의 밤은 평화롭게 깊어 가는 것이다.광고 이렇게 이 책은 여러 공존의 조건을 담고 있다.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은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는 것, 약한 자를 배려할 것, 서로의 습성을 이해할 것, 다양한 존재들이 서로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내어 주기. 이곳에서는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신뢰 같은 것이다. 이 책은 실제 경험한 것을 풀어내는 다큐멘터리와 작가의 의도를 담은 픽션을 결합한 모큐멘터리 그림책이다. 독자들이 아프리카의 깊은 밤을 함께 바라보는 것처럼 구성하고 싶었다는 이 책은 글 텍스트를 지극히 단순화시키고, 제한된 색과 요소의 사용, 가로로 긴 판형, 아래에서 위로의 페이지 넘김 등 여러 시각적 장치를 통해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그림책 연구자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