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북디자이너의 세계 l 김경민 생각의힘 디자인팀장 문구부터 영화·공연·필사·책까지 덕후 “정성을 다하되 티 내지 않는” 디자인 추구 이야기하는 디자이너로서 출판인상 수상북디자이너로서의 시행착오와 성장을 기록한 ‘날마다, 북디자인’을 펴낸 김경민 생각의힘 디자인팀장은 이야기하는 디자이너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을 인정받아 한국출판인회의가 선정한 ‘2023 올해의 출판인-디자인 부문’을 수상했다. 본인 제공 광고김경민 북디자이너에게는 출근 후 하루를 여는 작은 의식이 있다. 필통을 열어 그날 자신의 손에 가장 잘 맞는 펜을 고르는 일이다. 기분에 따라 유독 손에 착 감기는 펜이 따로 있다. 그렇게 ‘오늘의 펜’을 정하고 나면 업무 메일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광고 어린 시절 건축사였던 아버지는 새로 나온 펜과 자 같은 문구류를 자주 사다 주었다. 덕분에 그는 자연스럽게 ‘문구 덕후’가 됐다. 영화와 음악, 공연, 필사, 자연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일생은 덕질의 연속”이었지만, ‘책 덕후’가 된 것은 북디자이너가 된 이후의 일이었다. 출판디자인학을 전공한 뒤 출판사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자신이 18년 동안 북디자이너로 일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적성에 꼭 맞는다는 확신도, 평생 이 일을 하겠다는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직업과 진로를 두고 고민할 때마다 묘한 순간들이 그를 붙잡아 주었다. “지하철에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앞사람이 제가 디자인한 책을 읽고 있는 거예요. 또 제가 힘들어하던 시기에 한 지인이 ‘집에 불이 나면 이것만은 꼭 들고 나오겠다’고 말한 책도 제가 작업한 책이었고요. 제가 세상에 내보내긴 했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는 책의 행방을 알게 되니 다시 마음을 잡고 일을 할 수 있었죠.”광고광고 그렇게 여러 출판사를 거치며 버틴 덕에 20만부를 돌파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을유문화사)를 비롯해 300여권의 책을 만들었고, 현재는 생각의힘 디자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온통 책에 둘러싸여 사는 ‘책 덕후’가 돼 있었다. “노력을 이길 수 있는 건 결국 ‘덕심’밖에 없는 것 같아요. 책에 대한 덕심이 생기고부터 디자인에도 속도가 확 붙었거든요.” 그가 북디자이너로 살아오며 겪은 고민과 시행착오,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기록한 ‘날마다, 북디자인’(싱긋)은 최근 3쇄를 찍었다. “사수가 없더라도, 스스로의 실력을 의심하더라도, 남들 눈에 멋져 보이지 않더라도 오래도록 이 일을 해온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죠.” 그는 이야기하는 디자이너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을 인정받아 한국출판인회의가 선정한 ‘2023 올해의 출판인-디자인 부문’을 수상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은 “정성을 다하되 티 내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공들인 결과물이라도 “나 잘했죠?”라고 과하게 드러나는 순간 어딘가 촌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제가 하는 일은 독자가 콘텐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히 곁에서 돕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북디자인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깨닫게 된 계기는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을유문화사)이었다. 셜록 홈스 마니아층을 겨냥한 이 책을 처음에는 추리물 분위기로 접근하려고 했다. 며칠 동안 심혈을 기울여 표지 시안을 만들고 편집자와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던 중 편집자가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가 그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 “서정적인 느낌이면 좋겠어요.”광고 그 순간 막혀 있던 고민이 한꺼번에 풀렸다. 새로운 방향이 선명하게 보였고, 작업은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책은 출간 직후 큰 반응을 얻으며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그전까지는 표지를 예쁘거나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이 책이 어떤 감정으로 읽히길 원하는가’를 고민하게 됐죠. 이 작업을 통해 맥락과 포인트만 정확히 짚어 낸다면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오랜 경력에도 그는 프리랜서나 독립 스튜디오 운영 대신 여전히 출판사 소속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이유는 자신의 삶의 리듬을 지키고 싶어서다. “정해진 장소와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디자인하고 싶어요. 그래야 제 삶의 루틴도 지킬 수 있거든요.” 그는 디자인 밖의 삶 또한 중요하게 생각한다. 글쓰기와 외국어 공부, 도서관 봉사, 브런치 연재 등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서울 강동숲속도서관 입주작가로 활동하며 ‘내가 쓰는 당신의 일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의 입장에서 일기를 써 보며 타인의 삶을 상상해 보는 작업이었다. “디자인만 하는 삶은 원하지 않아요. 새로운 시대에는 다양한 모습의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과 함께 살아온 시간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점점 더 즐겁고 좋은 영역으로 확장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 이런 책을 디자인했어요 빛을 먹는 존재들 식물을 수동적인 생명체가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적응하는 지능적 존재로 바라보는 과학 교양서다. 표지는 꽃잎들이 벌어진 정도와 빛을 향한 방향과 각도 등에 차등을 두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명력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김경민 디자이너는 “원서보다 조금 더 우아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주고 싶었다”며 “다행히 저자도 매우 만족해했다”고 말했다. 조이 슐랭거 지음, 정지인 옮김, 생각의힘(2025) 탁월한 피해자 일면식도 없는 남성으로부터 스토킹 피해를 겪어온 현직 기자가 현행 사법 시스템의 허점을 고발한다. 표지는 일본의 전통 수선 기법인 ‘킨츠기’에서 착안했다.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이어 붙이는 킨츠기는 상처의 흔적을 감추지 않고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다. 김 디자이너는 “킨츠기의 의미가 저자의 태도와 닮아 있다고 느꼈다”며 “저자를 응원하고 연대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곽아람 지음, 생각의힘(2026) 코난 도일을 읽는 밤 셜록 홈스의 창조자 코난(코넌) 도일의 삶과 작품 세계를 흥미롭게 풀어낸 입문서다. 표지는 고전 문학의 품격과 밤의 서정성을 동시에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어두운 색조 위에 달빛과 별빛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장식을 배치해 독자를 코난 도일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김 디자이너는 이 작업을 통해 북디자인이 책의 분위기와 독서 경험을 만들어내는 과정임을 보여주었다. 마이클 더다 지음, 김용언 옮김, 을유문화사(2013)
“노력을 이길 수 있는 건 결국 ‘덕심’이죠” [.txt]
북디자이너의 세계 l 김경민 생각의힘 디자인팀장 문구부터 영화·공연·필사·책까지 덕후 “정성을 다하되 티 내지 않는” 디자인 추구 이야기하는 디자이너로서 출판인상 수상 김경민 북디자이너에게는 출근 후 하루를 여는 작은 의식이 있다. 필통을 열어 그날 자신의 손에 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