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l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다산초당(2024) 광고정지우의 책과 맥주 돈의 시대다. 모두가 돈 이야기를 한다. 특히, 많은 사람이 화폐 가치의 하락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부동산값이 폭등하고, 환율이 오르고, 주식 활황이 끝을 모르면서, 내가 오늘 땀 흘려 번 돈이 휴짓조각이 될까 불안하기도 하다. 역사에는 실제로 화폐 가치가 휴짓조각처럼 되어버린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누구나 알고 있는 세계대전 이후 독일 마르크화의 ‘휴지’화다. 독일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에서 당시 화폐 가치가 얼마나 순식간에 떨어졌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책에 따르면, 아침에 3만 마르크를 주고 산 신문은 저녁에 5만, 다음날 10만 마르크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100만 마르크 가치의 물건은 일주일 후 수십억 마르크가 되었다. “돈이 그렇게 미친 속도로 무너지는 것을 인간의 보통 사고력으로 이해하기는 불가능했다.”광고 우리 시대의 화폐 가치가 그 정도로 급속하게 무너지진 않겠지만, 많은 사람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도 사실인 듯하다. 내 삶과 내가 버는 돈은 크게 바뀔 일이 없는데, 온 세상에서는 ‘크게 바뀐’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마음의 중심을 잡아야 할까? 츠바이크는 의외의 이야기를 한다. “삶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돈의 실패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기차는 붐볐고, 우편물은 제시간에 도착했고, 제빵사는 빵을 굽고, 농부는 땅을 일구고, 아이들이 잉태되고 태어났으며, 모두가 예전처럼 자신의 소명, 성향, 재능대로 살아갔다.”광고광고 거시적인 경제관에서 보자면, 생활은 무너졌어야 옳다. 물론, 많은 삶이 힘들어졌지만, 그래도 삶은 이어졌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비록 돈에 실패했지만, 삶의 용기와 기쁨을 잃지는 않았다. 오히려 돈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삶의 오랜 가치(일, 사랑, 우정, 예술, 자연 등)가 더욱 중요해졌다.” 어떤 시대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어제와 오늘이 이어지듯, 어제 했던 일을 하고, 어제로부터 오늘 이어지는 사랑을 하고, 친구를 찾아 대화를 나누고, 여전히 예술을 사랑할 수 있다. 내 자산의 변동이나 통장 잔액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삶은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삶’에 대한 감각을 잊지 않는 것이다. 광고 팬데믹이 닥쳤던 시절, 세상은 급변했고, 우리 삶도 크게 변했다. 당시 나도 강의 등 외부 활동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집에서 밤마다 온라인으로 모임을 열었다. 사람들과 책을 나누는 모임, 글을 쓰는 모임을 이어갔다. 바깥 활동이 제약당해도, 아내와 아이랑 함께 집 안에 모래 놀이터를 만들고 더 다양한 놀이 계발했다. 삶은 돈보다, 시대보다, 경제보다 강하다. 츠바이크는 “돈을 믿지 못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것들의 진수를 깨달았다”고 쓴다. 말년에 츠바이크가 쓴 마지막 글들이 담겼다는 이 책에는 그와 유사한 교훈들이 담겨 있다. 돈을 벌지 않고도 사람들과의 신의와 호의, 관계에 기대어 살아가는 인물. 또 세상 무엇보다 자신의 예술적 창작과 몰입이 중요한 예술가. 어떤 위기 속에서 꿋꿋이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 경제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건 언제나 삶이다. 언제나 삶의 오랜 가치를 지켜나가는 일이야말로 가장 해야 할 일이었다. 작가·변호사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