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인간노동을 영상으로 수집해 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키는 장면. micro1 홍보영상 갈무리 광고스마트폰을 이마에 부착하고 손을 허우적거린다. 이어 컵에 물을 받고, 식기세척기에 컵을 넣고, 세척이 끝난 컵을 선반에 놓는 뻔한 손동작을 정성스럽게 찍는다. 손이 카메라 프레임 밖으로 벗어나면 안 된다. 냉장고 문을 열어 채소를 보관하고, 프라이팬 위 빵을 뒤집고, 커피머신을 작동하고, 믹서기를 돌리고, 다리미질하고, 엉킨 전선을 풀고, 정원에 물을 뿌리는 동작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한다. 평소 같으면 무의식적으로, 건성으로 했을 동작들이다. 미국 기업 마이크로1(micro1)은 이렇게 70여개국 4천여명이 찍어 보내는 가사노동과 일상행동 1인칭 시점 영상을 사들인다. 지난달 22일까지는 미국 위스콘신·텍사스 등 19개 주 거주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가사노동 영상을 1분당 0.21달러, 시간당 13달러에 판매할 초단기 노동자(긱 워커)를 모집했다. ‘원격 가사업무 비디오 기여자’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였다. 업체는 “고품질 인체 데이터가 공장, 가정, 창고 등에서 로봇 공학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홍보했다. 인간 기여자가 보낸 영상은 이 업체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영상 품질을 검수한다. 통과하지 못하면 돈을 주지 않는다. 이 업체는 인간의 실제 작업 동선을 고품질 로봇 훈련 데이터로 전환해, 이를 필요로하는 기업에 판매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가사노동만이 아니다. 로봇 등에 쓰일 인공지능 모델의 추론 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해 에이아이의 판단 오류를 검수·평가해 줄 인간 전문가를 전 세계에서 원격 채용한다. 창고 작업자, 트럭 운전사, 건설 노동자, 전기 기사, 목수 등 숙련 기술자부터 호텔 매니저나 리조트 프런트 담당자, 식료품점 직원 등 서비스 전문가, 화가·조각가 등 미술가, 한국어-영어 등 이중언어 구사 전문가, 철학가, 역사가, 정치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회계전문가, 의사까지 수백 가지 분야를 망라한다. 분야에 따라 많게는 시간당 수백달러를 지급한다. 예를 들어 현직 형사·수사관(시간당 50~100달러)은 사건 파일 및 증거 분석, 서면·구두 조사 방법, 도주자 추적 기법 등을 제공하게 된다. 업체는 수사·사법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는 곳에 데이터를 판매한다.그래픽 처리 장치가 구현한 가상 공간에서 학습 중인 아틀라스. 보스턴다이내믹스 영상 갈무리 로봇 개발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한쪽 발을 크게 내디디며 앞으로 달려나가는 근육질의 인간 이미지를 기업 로고로 쓴다. 이 업체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역시 하늘을 떠받치는 신화 속 아틀라스의 허리가 부러질 듯한 힘겨운 노동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종착지는 자동차 생산이 아니다. 어떤 제조 현장에 투입되더라도 주어진 작업을 할 수 있고, 사무실과 매장에 배치되면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고, 궁극적으로 인간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공간인 집에서 일상의 가사노동까지 지원하는 범용 로봇을 최종 진화 단계로 설정했다.광고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23㎏ 무게의 소형 냉장고를 번쩍 들어 올려 운반하는 아틀라스 영상을 공개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구현한 가상 공간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아틀라스가 냉장고를 들어 올리고 운반하는 동작을 반복시킨 결과다. 개발진은 “가상 공간에서 수백만 시간 동안 여러 동작을 병렬 학습시켰다”고 했다. 최적의 동작 제어를 배운 아틀라스는 이제 냉장고를 들어 올릴 때면 최대한 상체에 붙여 힘을 아낀다. 냉장고 무게 때문에 몸이 앞으로 쏠리면 발끝에 힘을 주며 상체를 뒤로 기울인다. 액추에이터(구동장치) 과열을 막고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가상 공간에서 학습한 최적의 동작과 성능을 현실의 아틀라스가 보여줄 수 있는지는 실전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이제까지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연구실에서 이런 테스트가 진행됐다. 올해 여름부터는 보스턴다이내믹스 모회사 현대차그룹의 미국 조지아주 생산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물리적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현대차는 이곳에 로봇 전용 훈련장인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만들었다. 완성차 생산 공장과 동일한 환경을 만들어 모든 작업 동작을 반복하고 학습하는 ‘자동차 생산 로봇의 요람’이다. 이곳에서 배출한 아틀라스 작업자들은 2028년부터 실제 자동차 생산 라인에 투입돼 부품 분류를 하게 된다. 2030년에는 완성차 조립까지 하게 된다. 현대차는 투입 초기 2만5천대 이상의 아틀라스를 생산 라인에 배치하겠다고 했다. 아틀라스 작업자의 방대한 행동 데이터는 다시 응용 센터로 보내져 아틀라스 재훈련에 활용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자동차 생산 현장 관련 전문가 등을 파견해 제조 공정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고 했다.광고광고 수만대의 아틀라스가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로봇 행동 데이터는 마이크로1의 인간 동작을 찍은 영상에 비할 바가 아니다. 데이터 검수·전환 과정 없이 곧바로 다른 로봇 훈련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로보틱스센터(SCRV)는 지난 3월 연례 보고서에서 로봇이 물건을 집어서 놓는 간단한 표준 동작 데이터값조차 시간당 118달러에 이른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로봇 훈련용 실세계 로봇 액션 데이터는 희소하고 비싸다. 앞으로 현대차·기아 공장은 로봇 행동 데이터를 생산하는 디지털 팩토리가 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로봇 행동 데이터 판매로만 2030년에는 4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현실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낼 700만대의 데이터 수집 자동차도 운용한다. 이렇게 수집한 보행자 데이터 등은 다시 휴머노이드 로봇 훈련에 투입된다. 메리츠증권 보고서는 “센서와 카메라를 탑재한 자동차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물리법칙 속 객체와 객체 사이 상관관계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 테슬라 및 일부 중국 브랜드를 제외하면 이같은 대규모 운영이 가능한 업체는 없다”고 했다.광고아틀라스. 보스턴다이내믹스 영상 갈무리 노조는 배제 대상 아닌 ‘로봇 경영 파트너’ 현대차 노조는 최근 임금협상을 시작하며 인공지능 관련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을 경영진에게 요구했다. 앞서 노조는 ‘2028년 미국 공장에 아틀라스를 배치한다’는 지난 1월 회사 발표에 반발하며, 국내 사업장에서는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현대차의 일방적 행보는 경쟁사인 베엠베(BMW)그룹이 지난해와 올해 미국과 독일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험적으로 순차 배치하며, 현장 작업자를 초기 논의 단계부터 참여시키는 등 협력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지난 12일 인간·인공지능·휴머노이드 로봇 협업 생태계 구성을 위한 보고서를 냈다. 기업용 솔루션이지만, 아틀라스 도입에 따른 노동조건 변화를 우려하는 노조를 향해 ‘신 러다이트 운동’이라며 일차원적 비판을 하는 이들이 곱씹어야 할 내용이 많다. 보고서는 “로봇을 도입할 때 노조를 경영진의 대립 대상이 아닌 공동의 전환 파트너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밀실에서 결정하지 말고, 초기 단계부터 노조를 협의 파트너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장 숙련 작업자를 로봇 배치 테스트에 참여시켜 로봇의 한계를 인간이 보완하는 협력적 발전 모델(참여형 기술 설계)을 만들고, 재교육을 통해 로봇 제어 직무로 전환하면 직무수당·인사가점을 부여(스킬 인센티브)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이를 위해 경영진은 인위적 구조조정 금지를 명문화하고, 노조는 로봇 관련 재교육 의무 이수 등을 약속하는 노사 빅딜 협약 모델을 제시했다. 일방적 로봇 배치는 오히려 파업·태업으로 인한 더 큰 손실을 부른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광고 현대차 노조가 속한 전국금속노조는 지난해와 올해 펴낸 산별교섭요구 해설서에 △인공지능 기술 도입 사전 통보 △고용·노동조건 영향평가 실시 등 ‘노사 합의에 의한 인공지능 도입 요구’를 담았다. 기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따른 노동 전환의 속도와 방식을 노사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은 최근 ‘아틀라스가 말하는 것, 말하지 않는 것’ 보고서에서 “피지컬AI(인공지능) 담론은 대체론과 비관주의가 결합된 기술적 실업에 주목한 서사가 다른 담론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공포감과 갈등을 조장하거나 노동자 집단의 협상력 약화를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미 여러 협동로봇 등이 생산 현장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해당 직무를 수행하던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대체해 온 사실을 거론하며, “피지컬AI는 기존 노동자를 직접 해고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 노동자를 뽑지 않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구직자나 미래 세대 노동자가 가장 큰 피해자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아틀라스가 도입되는 과정에 노조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개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로봇 센서 등을 통한 노동자 감시, 오작동에 따른 노동자 안전 문제 등 새로운 노동 의제에 더해, 특히 “피지컬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생산성 증가의 과실을 노동시간 단축·기본소득·로봇세 등을 통해 어떻게 분배·재분배할지 사회적 차원의 문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13달러에 추출한 인간 동작…로봇이 하면 118달러?
스마트폰을 이마에 부착하고 손을 허우적거린다. 이어 컵에 물을 받고, 식기세척기에 컵을 넣고, 세척이 끝난 컵을 선반에 놓는 뻔한 손동작을 정성스럽게 찍는다. 손이 카메라 프레임 밖으로 벗어나면 안 된다. 냉장고 문을 열어 채소를 보관하고, 프라이팬 위 빵을 뒤집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