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이은희, 디딤기와 흔듦기, 2021, 서울시립미술관 설치 전경광고강혜승 | 미술사학자·상명대 초빙교수 최근 미국의 로봇 회사가 플랫폼에서 실시간 중계한 영상이 화제였다. 물류센터에 배정된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가 인간과 다르지 않은 정교한 몸짓으로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크기도 형태도 제각각인 택배 꾸러미를 분류하는 모습이 200시간 동안 중계됐다. 개리, 프랭크 같은 이름의 로봇들은 교대로 배터리를 충전해가며 쉼 없이 작업했다. 능숙한 손목 스냅으로 상자를 뒤집어 바코드를 읽어내는 로봇을 보며 표정 관리가 어려웠다.인간은 스스로 발달시킨 기술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주인은 주인인데 기계에 종속된 주인이다. 이를테면 신제품 로봇의 시연으로 기획된 영상에 시청자들은 리얼리티 쇼를 보듯 호응했고 급기야 로봇과 인간 간 택배 분류 경합까지 벌어졌다. 10시간 동안 진행된 대결에서 인간이 로봇보다 200여개 많은 1만2924개 꾸러미를 처리했다. 이 근소한 차이는 화장실 한번 안 가고, 볼멘소리 한번 없는 기계가 대체할 노동 현장을 예고한다.광고포스트휴먼 시대라 한다. 인간이 더 이상 세계의 중심이 아닌 상태를 말한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묻던 질문은 과거형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사랑의 기원’은 기술 환경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존재해야 할지 묻는다. ‘아모르 엑스 마키나’(AMOR EX MACHINA)라는 부제를 직역하면 ‘기계장치로부터의 사랑’이다. 어디선가 나타난 신이 극적으로 난국을 해결하는 연극 무대 장치, ‘기계장치에서 온 신’을 변주했다. 초월적 신이 아닌 사랑의 구원을 전시는 소환한다.여기서 사랑은 욕망이나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가 말한 윤리로서의 사랑, 덧붙이면 끝내 이해될 수 없는 낯선 존재와의 연결 그리고 책임에 가깝다. 휴머노이드의 능력에 환호하며 이름을 부르고 베팅을 하다 끝내 두려움을 느끼는 우리는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이은희 작가의 ‘디딤기와 흔듦기’(2021)에서 사랑의 국면을 엿볼 수 있을까. 작품은 연약한 인간 신체와 그 기능을 보조하는 기술을 다룬다.광고광고
30분짜리 영상 작업은 기계 진동 소리로 시작된다. 자동차 부품을 수리하는 공장을 비추던 3개의 화면은 의료기기 제작 현장과 교차된다. 자동차로 치면 바퀴를 바꿔 달듯 발을 의족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의료기기는 인공지능과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탑재된 첨단의 장치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매장이 작가의 시선에는 늘 자동차 공업사 주변에 위치하곤 했다.영상은 안마 시술 장면으로 이동한다. 피아노 조율을 하다 시력을 잃고 손의 감각으로 안마사가 된 시각장애인이 환자의 목과 어깨 근육을 쓸고 주무르고 두드린다. 몸과 몸처럼 기술도 몸에 닿기를 바라는 시선을 느끼게 된다. 화면은 재활연구소의 모습도 비춘다. 이곳에선 신체 절단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건설현장을 모델로 가상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한다.작품 제목 ‘디딤기와 흔듦기’는 한발을 땅에 딛고 다른 발을 드는 재활 용어에서 가져왔다. 가상현실 환경에서 용접작업을 시도하며 사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돕는 기술에도 치유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인공 신체는 환부에 따라 기능도 모양도 다르고 환자의 취향도 반영된다. 전자기기로 불리지만 섬세하게 다듬어야 한다. 따뜻한 기술은 다친 마음을 만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