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연극 ‘미미의 미미한 연애’의 미미(왼쪽)와 기승. 공놀이클럽 이지응 제공광고23살 미미와 25살 기승은 5평(약 15.6㎡)짜리 원룸에서 동거 중이다. 알콩달콩하진 않다. 남친 원룸에 얹혀사는 미미는 공포 웹소설 작가로 미래를 그리지만, 작품은 뜻대로 써지지 않는다. 사진 작가를 꿈꾸는 기승 역시 제자리다. 둘도 처음엔 서로 좋았다. 하지만 생활을 지속하는 건 다른 문제다. 몇만원 오른 월세 분담 문제로 다툰다. 기승은 가정폭력 트라우마로 집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미미를 뒤치다꺼리하느라, 하나둘 데뷔하는 동기들과 달리 자신만 답보 상태라 여긴다. 미미에게 “집 밖으로 좀 나가. 회피하지 말고”라고 충고하더니, 결국 “너 때문에 자꾸 제자리인 기분”이라며 결별을 선언하고 잠수를 탄다.은둔형 고립 청년 54만명 시대, 청년의 삶과 현실을 밀도 있게 파고든 연극이 찾아왔다. ‘미미의 미미한 연애’다. 참신한 신예 발굴을 통해 새로운 희곡을 무대에 세워온 극단 공놀이클럽이 5월22~3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 올린 창작극이다. 시적 유머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은 22살 조민송 작가의 데뷔작으로, 지난해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으로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을 받은 강훈구가 연출을 맡았다.연극 ‘미미의 미미한 연애’ 장면. 공놀이클럽 이지응 제공미미의 좌충우돌 남친 찾기 대작전을 다룬 이 작품은 단순 연애담이 아니다. 기승을 찾기 위해 용기 내어 문 밖으로 나온 미미는 서울 마포구 창전동 빌라촌에서 화장품 방문판매원으로 낯선 집 현관문을 두드리며 세상과 소통하고, 치유하고, 성장한다. 110분짜리 작품에는 구직난, 고립,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 등 이 시대 젊은이가 직면한 웃픈 현실이 코믹하면서도 생생하게 담겼다.광고“기분 나쁜 음식물 쓰레기 냄새, 북향, 선한 마음이라곤 생기지 않는 채광, 이 정도만 있어도 세계라는 거, 뚝딱 생겨나는구나. 그리고 계속 숨어 있는 거지. 다들 이런 5.5평에 통조림처럼 담겨서 위로를 기다리고 있구나.” 미미는 화장품을 팔려고 방문한 한 청년의 집에서 이 시대 젊은이의 주거 환경을 이렇게 묘사한다. 작품에는 외톨이 고아, 애써 모은 돈을 전세 사기로 잃고 죽음을 생각하는 이, 사수생 등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다양한 청년이 등장한다.연극 ‘미미의 미미한 연애’ 장면. 공놀이클럽 이지응 제공미미에게 방문판매 기법을 전수하는 방판실장 입을 통해 고립 청년의 현실은 더욱 생생하게 전달된다. 방판실장은 “관할구역 마포구 1인 가구 비율은 (…) 48.5%, 그중 20~30대 청년 1인 가구가 53.2%”라며 “걔들한테 누가 전화 걸어주고, 누가 방문해서 말동무해주니?”라고 묻는다. 그는 낯선 집 문 앞에서 주저하는 미미에게 “우리는 지금 화장품을 팔러 온 게 아니야. 외로움이라는 시대정신을 해결하기 위해 위로를 팔러 온 거야”라며 이른바 ‘돌봄 서비스를 곁들인 독거청년 상대 화장품 방판’을 강조한다. 공포 웹소설을 쓰는 미미에게 “공포를 굳이 왜 찾아서 봐? 도태되는 이 삶이 공포인데”라며 뼈 때리는 말도 내뱉는다.광고광고연극 ‘미미의 미미한 연애’ 장면. 공놀이클럽 이지응 제공웃픈 현실을 다루지만 객석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운율을 맞춘 듯 리드미컬하게, 속사포처럼 빠른 템포로 쏟아내는 대사엔 우울하지만 엉뚱하고, 서글프지만 유머러스한 말맛이 살아 있다. “돈 벌어야 남자 돌아온다” “비 온 뒤에 땅은 굳고, 화장품은 뚜껑을 열어두면 굳는다” “방문하면 만남이 생기고, 만남이 생겨야 실적이 생긴다. 아니, (…) 남친이 생긴다” “함께 있으려면 돈을 벌어야 돼. 지옥에 살지 않으려면 돈을 벌어야 해” 등 현실을 빗댄 대사는 마치 장소팔·고춘자의 만담을 보는 듯하다. 날것의 생동감과 유머러스한 변주에 능한 강 연출은 “작가와 함께 말맛을 살리고 개발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무대 장치는 빌라 외벽 네 조각과 문짝 하나뿐. 침대인지 소파인지 모를 자그마한 원형 쿠션, 화장대와 화장품 몇개가 소품의 전부다. 그런데 마치 바비 인형의 집처럼 이들을 결합하고 해체하며 현실 속 청년의 빈곤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4명의 배우(구도균, 김정아, 류세일, 박은경)가 시시때때로 옷을 갈아입으며 어머니, 아버지, 방판실장, 고립형 청년 등 다양한 배역을 소화한다. 6월3~7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광고연극 ‘미미의 미미한 연애’ 장면. 공놀이클럽 이지응 제공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5평 원룸에 처박힌 청년들의 현실을 만담처럼 풀어내다
23살 미미와 25살 기승은 5평(약 15.6㎡)짜리 원룸에서 동거 중이다. 알콩달콩하진 않다. 남친 원룸에 얹혀사는 미미는 공포 웹소설 작가로 미래를 그리지만, 작품은 뜻대로 써지지 않는다. 사진 작가를 꿈꾸는 기승 역시 제자리다. 둘도 처음엔 서로 좋았다.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