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사단법인 씨즈의 ‘두더잡’(Do the Job) 일 경험 프로그램을 하며 동료들에게 받은 위로 카드. 김주연 제공광고김주연 | 은둔·고립 청년집 안의 잡동사니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날씨가 좋아도 나가고 싶지 않다. 점점 더 씻지 않는다. 물을 마시러 나가는 게 버거워 화장실 세면대의 물을 마신다. 도저히 허기를 참을 수 없으면 냉장고 문을 열고 손에 잡히는 걸 아귀처럼 뜯으며 한끼를 먹는다. 내가 나를 방치하고 있다는 감각이 죄스럽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하다. 그래, 난 이렇게 살아도 싸.8년 동안 때때로 은둔하고 대개 고립하는 생활을 했다. 입시 실패로 자아 붕괴감을 겪으며 처음 촉발된 은둔은 첫 연애를 즈음해 장기화하기 시작했다. 나의 은둔으로 연인이 격통에 시달리는 것을 보았다. 죄스러워 울기만 했다. 나조차 나를 받아줄 수 없는데 다른 사람이 나를 받아줄 수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혐오가 이어졌다. 칩거하다 사과하는 사이클이 반복되었다. 피가 흐르니 지혈을 하는 마음으로 굴에 숨었고, 괴로운 시간을 잊으려 접하기 쉽고 현실과 거리감이 있는 것들로 나를 마취시켰다. 은둔의 시간이 길고 짙어졌다.광고2022년 ‘은둔·고립 청년’에 내가 해당한다는 걸 알았을 때, 그 단어에 건져 올려진 느낌을 잊지 못한다. 무신론자이지만, 구원받는 느낌이랄까. ‘파이나다운청년들’이라는 기관과 처음으로 상담을 시작하면서 세상에서 나만 ‘이상 현상을 겪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받아들여지지 못할 테니 세상으로부터 삭제시켜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나도 사실은 허용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것을.물론 회복은 쉽지 않았다. ‘꿈터’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1년차에는 나의 현재 상태를 수용하면서 장기전이 될 것을 감수하는 준비부터 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학교와 취업, 진로에 대한 10년간의 집착을 내려놓았다. 센터에서 지원하는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에 참여했고, 연이어 약물치료를 시작하였다. 7개월 뒤 집 밖을 나서는 데 자신이 생길 즈음, ‘안무서운회사’(은둔형 외톨이 지원기관)에서 6주간 진행한 ‘방과후활동’ 프로그램을 신청해 주 1회 서울로 이동했다. 예상한 대로 출석률 100% 달성은 못 했지만 1시간30분 이동하는 여정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무리를 감수하고 강원도의 은둔·고립 청년과 가족이 참여하는 행사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고립은둔자조모임 ‘열림’과 함께하게 되었다.광고광고2년차에 ‘파이나다운청년들’에서 일 경험 제안을 받았지만 컨디션이 불안정하여 참여하지 못했다. 대신 거리가 더 먼 곳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지식순환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존재클럽’이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조금씩 삶의 의욕을 찾아갔다. 몇주간 다시 곤두박질치며 재고립된 적도 있었지만, 돌아가도 타박하지 않는 믿을 만한 동료들이 생겼다.3년차, 드디어 일 경험에 도전했다. 그리고 ‘도망가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아 니트(NEET) 생활자의 오프라인 출근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내 머릿속의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을 해나갔다. 번아웃이 오기도 했지만 5주 연속 외출하는 것에 성공한 것은 괄목할 만한 성취다.광고올해가 회복기 4년차다. 앞으로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 여러 사람에게 익숙해지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연습을 해나가는 중이다. 일정하게 돈을 벌지 않아 불안하기도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2022년부터 바라던 나의 모습에 꽤 가까워진 듯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렵지 않은 ‘숨 고르기 청년’의 모습 말이다. 예측 불가능한 어려움은 언젠가 다시 올 것이고 그 안에서 생각지도 못한 취약성을 발견하게 되겠지만, 이제는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는 엷은 믿음도 생겼다.은둔·고립 청년들 중에는 서로를 돕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누군가에게 받은 도움을 전달하고 싶어서, 누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혹은 혼자 방치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적었으면 하는 희망으로 서로에게 다가간다. 커뮤니티를 통해 일상 곳곳에서 받은 사랑, 건넨 사랑, 또 자신이 스스로에게 준 사랑을 기록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 또한 사랑에 대한 인식을 점차 확장해나갔다. 내가 정착하고 향하게 되는 곳들은 그런 공동체성을 일구어 나가는 곳들이었다.관계가 안정되어야 제대로 숨을 쉴 수 있다. 회복 탄력성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지금 나는 제법 나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몇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다. 차차 나아갈 것이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