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한국토지주택공사(LH) 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의 대표 사례인 서울 서초구 ‘그루하우스 서초’의 입주자들이 함께 공연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광고미디어 파사드 작업을 주로 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뿌리(34·활동명)씨는 2023년 8월 고향인 광주에서 상경하면서 서울 서초구에 있는 예술가들의 사회주택 ‘그루하우스 서초’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이곳은 결혼을 하지 않은 무주택 예술가만 입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냉장고,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 풀옵션이 제공되는 주방분리형 원룸(전용면적 19∼26㎡)인데, 보증금 2500만원에 월세 50만원 수준으로 주거비가 인근 시세의 절반도 안 된다. 저렴한 주거비도 이점이지만, 이씨에겐 예술가 이웃들 사이의 커뮤니티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실제로 클래식 음악, 무용, 미술, 만화, 영상, 연극 등 서로 다른 장르와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60명이 모여 사는 이곳에서는 예술 협업이 시시때때로 이뤄진다. 이씨는 “입주민들과 같이 협업해서 공연을 만들기도 하고, 같이 팀을 맺어서 지역 축제에 참여하기도 했다”며 “각자 작업할 때 필요한 걸 서로 도와주는 일도 잦다”고 말했다. 더 넓은 작업 공간이 필요해 올여름 이사를 준비 중인 이씨에게 그루하우스 서초는 훌륭한 밑거름이 됐다. 지난 20일 한겨레가 찾은 서울 서초구 그루하우스 서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의 대표 사례다. 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은 기획과 설계 단계부터 청년, 고령층, 장애인 등 특정 입주자의 요구와 특성에 맞춰 지어지는 ‘수요자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을 말한다. 지하철 2호선 방배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지하 1층∼지상 11층 규모 원룸형 주택인 이곳도 기획·설계 단계부터 1인 가구 예술가들을 위한 주택으로 지어졌다. 건물 1층에는 작은 공연과 전시가 가능한 커뮤니티 공간이 있고, 옥상에는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라운지도 꾸려져 있다. 한번 입주하면 최장 6년 거주할 수 있다.광고한국토지주택공사(LH) 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의 대표 사례인 서울 서초구 ‘그루하우스 서초’의 입주자들이 함께 파티를 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처음부터 입주자 커뮤니티가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지만, 첫 입주 뒤 3년이 흐른 지금은 성공리에 자리 잡았다. 그루 하우스 서초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아이부키 관계자는 “처음에는 저희도 예술가들 특징을 잘 몰라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제는 커뮤니티가 활발하다. 입주자들이 단체 카톡방에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함께 공유하면서 소통하고 규칙을 정하기도 한다”며 “옥상에 텃밭을 꾸리는 소모임부터 같이 창업을 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루하우스 서초는 분기별로 대기자를 20명씩 뽑는데 여기에만 1600명 가까이 지원해 경쟁률이 80 대 1에 이르렀다. 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의 최대 장점은 입주민 맞춤형으로 다양한 주거 공간이 제공되고 이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꾸려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는 배경에는 민간과 공공의 합심이 있다. 이 사업은 비영리법인, 사회적기업 등의 민간사업자가 자유롭게 정한 주택 운영 테마에 맞춰 임대주택 아이디어와 설계안을 제출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심사를 거쳐 채택한 뒤 해당 사업자에게 건축을 맡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간 사업자의 제안에 따라 주택을 기획·설계·시공하면, 공공이 이를 매입한 뒤 다시 민간 사업자에게 운영·관리를 재위탁하는 식이라, 일반 매입임대주택과는 다르다.광고광고 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은 올해 3월 기준으로 수도권에만 78개 동(2718가구)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 자리한 ‘해심당’의 경우는 고령자를 위한 특화형 매입임대주택 1호다. 이곳은 기존의 노후주택을 철거한 자리에 새로 지은 어르신 맞춤형 커뮤니티 케어 안심주택으로 노인들만 총 21가구가 살고 있다. 고령자 특성에 맞게 문턱을 없애고 계단과 복도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는 등 주거 약자형 주택 설계를 적용해, 소규모주택 최초로 무장애 환경 설계 인증도 받았다. 각 호실에는 움직임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안심 센서가 있어 홀몸 어르신들의 사고를 예방한다.한국토지주택공사(LH) 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의 대표 사례인 서울 은평구 ‘다다름하우스’의 공유주방.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인 ‘다다름하우스’도 있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이곳은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청년·자립준비청년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통합형 자립지원주택으로, 장애인 20명과 비장애인 33명이 살고 있다. 발달장애 전문 법인 엔젤스헤이븐이 기획·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발달장애인 맞춤형 공간을 마련했다. 커다란 공유주방과 공유라운지를 통해 입주민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공동체 생활을 유도하고, 장애인 직업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광고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안암생활’은 청년 특화형으로, 청년 창업가와 창작가, 대학생을 위한 거주공간이다. 각 방은 침대와 책상이 딸린 기숙사 형태로 주방과 세탁실이 없다. 지하에 공유 거실과 주방, 세탁실을 이용해야 하지만 임대료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9∼38만원 수준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다양한 공유공간에서 스터디·워크숍 등 소모임이 이뤄지고 입주자와 인근 지역 청년을 위한 취업·창업지원 프로그램도 활성화되어 있다. 올해도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특화형 매입임대주택 약 1천가구 공급을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달부터 상반기 특화형 매입임대주택 민간사업자 공모 신청을 받았는데, 전국에서 26건(2729가구)의 제안이 접수됐다. 6월 서류심사와 7월 종합심사를 거쳐 선정될 물건은 오는 10월 중에 감정평가 등을 거쳐 약정체결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공모부터는 부실 운영기관을 걸러내기 위한 각종 제도 개선도 이뤄졌다. 재무 안정성 강화를 위해 입주자 보증금 관련 점검평가 항목을 신설했다. 최초 운영기관 선정 시에도 1년 내 3개월 이상 임대료 체납 이력이 있거나 주택 임대 운영 도중 계약해지나 중도 포기한 이력이 있는 경우는 감점이 적용돼 사실상 탈락하도록 개선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