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해병대 제9여단 소속 장병들이 지난 27일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에 있는 마늘밭에서 수확을 돕고 있다. 서보미 기자광고“마늘을 뽑아서 이랑에 가지런히 놔주세요.”(농업인 이춘옥씨)“오와 열을 맞추겠습니다!”(해병대 김호준 하사)지난 27일 오전 10시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에 있는 초록빛 밭이 빨간색 티셔츠로 물들었다. 1635평(약 5404㎡) 밭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이춘옥(71)씨가 “‘2인 1조’로 해서 한 명은 서서 마늘을 뽑고, 한 명은 앉아서 안 뽑힌 마늘을 호미로 파내달라”고 당부하자 해병대원 20명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이씨는 “지금까지는 하루에 일꾼 10명을 불러 일당 11만원씩 주고 수확을 했다”며 “군인이라 농사에 서툴기는 하지만 도와주러 와서 고맙다”고 전했다.광고31일 제주도와 제주농협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 14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마늘을 수확하는 농가에 해병대뿐 아니라 공공기관, 농협, 민간단체에서 연인원 4500명이 투입된다. 70살 이상 고령, 장애인, 국가유공자가 운영하는 농가가 우선 지원 대상이다.제주농협 관계자는 “지금이 농촌에서 일손이 가장 부족한 시기인 데다, 마늘 농가는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마늘을 수확해야 하다 보니 인력난이 더 심하다”며 “겨울철 감귤을 제외하고 일손돕기가 도 전역에서 이뤄지는 작물은 마늘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광고광고이런 전폭적인 인력 지원도 제주 마늘 농가가 사라지는 추세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 제주의 마늘 재배면적은 2020년 1879㏊에서 2025년 909㏊로, 5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올해는 840㏊까지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2013년 재배면적 기준 국내 마늘의 약 10%를 차지했던 제주 마늘의 비중은 올해 3%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에서 같은 양념 채소인 양파의 재배면적이 지난 5년간 600~800㏊ 사이에서 늘었다 줄기를 반복해 온 상황과는 차이가 크다.지난 27일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에 있는 마늘밭에서 고령 농업인인 이춘옥씨가 해병대 제9여단 소속 장병에게 마늘 뽑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서보미 기자이런 현상은 고령화되고 있는 농가들이 노동 강도가 센 마늘 농사를 잇달아 포기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년에 한 차례 수확하는 마늘은 파종, 제초, 수확, 포장까지 사람 손이 일일이 가는 작물이다. 육지 마늘밭과는 달리 자갈과 돌이 많은 제주 밭에서는 기계도 거의 쓰이지 않는다.광고일년 내내 고되게 일하는 농가가 가져가는 수익도 점점 줄고 있다. 올해 제주 마늘 수매가(농협이 사주는 값)는 상품 기준 1㎏당 3800원으로 1년 전(4300원)보다 500원 떨어졌다. 제주 마늘 생산량이 줄고 있지만 소비량은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탓이다.제주산 마늘의 90% 이상은 매운맛이 강해 김치 양념으로 주로 쓰이는 남도종인데, 국내산 김치 소비가 줄면서 제주 마늘 농가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이씨는 “통마늘을 다 벌려서 한쪽씩 심고, 마늘종 뽑고, 약 치고, 잡초도 뽑아야 해서 허리 펼 틈이 없다”며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수입산 마늘이 많이 들어와 우리 마늘은 제값을 받지 못한다. 올해까지만 하고 마늘 농사를 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제주도 식품산업과 관계자는 “농가의 기계 활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계화 시범 매뉴얼을 만들기도 했다”며 “소비 촉진을 위해서 제주산 마늘 브랜드인 ‘제주마왕’ 홍보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