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 3월 서아프리카 ‘카나리아-기니 수렴대’ 해역에 스페인 연승어업선이 환도속상어로 추정되는 상어를 잡은 뒤 머리를 절단해 바다에 버리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광고지난 3월 중순 북대서양 서아프리카 공해. 상어 한 마리가 낚싯줄에 걸려 대형 어업선 위로 끌어올려졌다. 잠시 뒤 배 밖으로 피가 솟구쳤다. 잘린 상어의 머리가 바다 위로 떨어졌다. 그렇게 11시간 동안 32마리의 상어가 배 위에서 도륙 당했다.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 ‘아틱 선라이즈’(Arctic Sunrise)에 승선한 일등 항해사 류한범(35)씨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는 지난 3개월간 서아프리카 ‘카나리아-기니 수렴대’ 해역에서 상업 어선들의 어업 방식을 모니터링했다. 2017년부터 극지방을 포함해 전세계 바다를 항해하며 환경 조사·감시를 해온 그를 지난 1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지난 10년 항해 중 상어가 쉴 새 없이 죽어 나간 그 순간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지난 3월 그린피스 환경감시선인 ‘아틱 선라이즈’에서 류한범 일등 항해사가 북대서양 ‘카나리아-기니 수렴대’에 조사선박을 띄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류 항해사가 그린피스 배에 발을 들인 것은 지난 2011년 한국해양대 재학 시절 부산에 입항한 ‘에스페란자’가 계기가 됐다. 2~3주간 주방 요리보조 자원봉사를 했다. “양파랑 당근을 깎으면서 선원들하고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나중에 꼭 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졸업 뒤 ‘승선근무예비역’(항해사나 기관사의 군 대체복무제)을 마친 그는 그린피스 항해사가 되고 싶어 일주일에 2번씩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에 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7~8개월 공을 들여 2017년 항해사로 합류했고, 현재 유일한 한국인 선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광고그가 주로 타는 배 ‘아틱 선라이즈’는 ‘북극의 일출’이란 이름처럼, 북극 석유 시추 산업과 상업 어업, 기후변화 현장을 주로 조사하는 쇄빙선이다. 극지방은 물론 아마존 강까지 갈 수 있어 세계 곳곳을 탐험한다. 다만 다른 배보다 바닥이 평평해 항해 자체가 고역이다. “파도가 조금만 쳐도 엄청 흔들려요. 배 별명이 ‘세탁기’예요. 선원들이 빨랫감이 되는 거죠.”한 번 탑승하면 3개월간 항해가 이어지고, 3개월 휴식 뒤 다시 배에 오른다. 지난 10여년 간 총 20여 차례 출항했는데, 때마다 임무도 다양했다. 남극 펭귄 생태부터 플라스틱 등 해양폐기물과 혹등고래 서식·개체 수 조사, 석유 시추 현장 감시와 함께 최근 수행한 가자지구 평화 캠페인까지. 그 과정에서 배가 견인되거나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종종 ‘고생’도 뒤따랐다. 그는 “단 한 번도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광고광고그린피스 환경감시선인 ‘아틱 선라이즈’에서 근무 중인 류한범 일등 항해사. 그린피스 제공그런 그에게도 이번 ‘서아프리카 공해 어업선 모니터링’은 특별했다. 기존 임무에서는 주로 모선에서 항해와 선원 관리를 맡았만, 이번에는 직접 고무보트에 올라 선박 길이 50m에 달하는 대형 연승어업선의 어획 방식을 가까이서 기록했기 때문이다. 연승어업이란 길이 20~30해리(약 50㎞)에 달하는 밧줄에 수천 개 낚싯줄을 매달아 바닷속에 설치한 뒤 참치·상어 같은 대형 어류를 낚아 올리는 어업 방식이다. 매년 세계 곳곳에서 1억 마리의 상어·가오리 등이 공해(국가 주권이나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바다)에서 연승어업으로 희생되는 것으로 추정된다.이번 조사에서 그린피스는 공해인 카나리아-기니 수렴대에서 조업 중인 2척의 대형 어업선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많은 어류를 포획하는지 표적 관찰했다. 류 항해사는 그중에서도 상어를 주로 잡는 선박을 관찰했다. “상어가 끌어올려지자마자 갑판으로 사라졌는데, 바로 1~2분 만에 피가 배 밖으로 쫙 흐르더라고요. 머리는 1~2분 안에 동강 나 바다로 던져졌어요.” 선박은 쉬지 않고 11시간 동안 설치한 줄을 끌어올렸다. 32마리 상어가 목숨을 잃었다. “메스꺼웠어요. 옆을 보니 아르헨티나 출신 갑판장은 눈물을 흘리고 있더라고요.”광고지난 3월 서아프리카 ‘카나리아-기니 수렴대’ 해역에 스페인 연승어업선이 환도속상어로 추정되는 상어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배는 조업 11시간 동안 총 32마리의 상어를 포획했다. 그린피스 제공지난 3월 서아프리카 ‘카나리아-기니 수렴대’ 해역에 조업 중인 연승어업선이 황다랑어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문제는 이곳이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이 과학적으로 인정한 ‘생태적·생물학적으로 중요한 해역’(EBSA)이란 점이다. 협약은 특정 종의 필수 서식지, 먹이원, 번식지가 되는 곳을 따로 지정하지만, 그저 중요한 해역을 식별하기 위한 제도일 뿐 해양보호구역(MPA·Marine Protected Area)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해양보호구역이 되면 생태자원 보전과 모니터링, 상업 어업에 대한 법적 규제 등 실질적 보호·관리가 이뤄진다. 그린피스는 이 지역처럼 생태적·생물학적으로 중요한 해역을 먼저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류 항해사는 “이번 임무는 아프리카 물고기를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의미도 크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연안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은 육지로부터 200해리(약 370㎞)까지다. 201해리부터는 공해, 즉 어떤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바다다. 그러다 보니 공해가 시작되는 시점은 언제나 대형 상업 선박들로 빽빽하다고 한다. “공해에서 씨를 말리면, 배타적경제수역의 어획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겨우 6명이 타면 꽉 차는 지역 어선이 생계를 이어 나가려면, 공해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지난 3월 서아프리나 ‘카나리아-기니 수렴대’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스페인 소속 연승어선의 파괴적인 어업 관행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으나 그 뒤로 상어 조업이 이어지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지난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89개국은 ‘해양보호 분야의 파리협정’이라 불리는 ‘국가관할권 이원 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 이용에 관한 협정’(BBNJ·글로벌 해양조약)을 비준해, 지난 1월17일부터 발효 중이다. 조약은 해양생물다양성 보전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상업 어업이나 자원 채취에 대한 규정이 미비한 공해 지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비롯해 해양유전자원의 공정한 이익 공유, 환경영향평가 의무화, 해양과학기술 역량 강화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현재 전세계 바다의 60~64%를 차지하는 공해 가운데 해양보호구역은 1.2% 수준이다. 류 항해사는 “한국이 2028년 제4차 유엔 해양총회(UNOC4)를 공동개최하는 만큼, 향후 1~2년이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한국이 먼저 나설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광고류 항해사는 ‘공해 보호가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같다’는 질문에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흡수하고 열을 저장하는 거대한 시스템이에요. 그 바다의 60% 이상이 공해인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공해가 파괴되고 오염된다면, 결국 우리 앞바다까지 그 영향이 밀려들 겁니다. 바다는 다 연결돼 있으니까요.”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1~2분 뒤 ‘동강 난 상어 머리’가 바다로… 갑판장은 눈물을 흘렸다
지난 3월 중순 북대서양 서아프리카 공해. 상어 한 마리가 낚싯줄에 걸려 대형 어업선 위로 끌어올려졌다. 잠시 뒤 배 밖으로 피가 솟구쳤다. 잘린 상어의 머리가 바다 위로 떨어졌다. 그렇게 11시간 동안 32마리의 상어가 배 위에서 도륙 당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