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의장인 조영재씨가 21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에서 자신의 차량에 실린 콩나물 재배용 콩 씨앗을 보여주고 있다. 3만평 밭에서 콩 농사를 지어온 그는 수입 콩이 추가로 들어온다는 소식에 크게 실망해 파종을 미루고 있다. 서보미 기자 광고“올해는 4만평 밭에 콩을 심으려고 했는데 3만5천평까지만 심었어요. 수입 물량을 늘린다는 소리를 듣고 파종을 중단해버렸어요.” 21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콩밭에서 만난 이종훈씨는 갓 흙을 뚫고 올라온 파릇파릇한 새순을 바라보며 “올해 농사를 잘 지어서 좋은 가격을 받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씨앗을 뿌리다가 희망이 꺾였다”고 말했다. 아예 파종할 마음이 안 든다는 조영재씨도 옆에서 “올해 콩을 갈까 말까 하는 고민이 들어서 며칠째 차에 씨앗과 비료만 싣고 다닌다”고 했다. 일년 농사를 시작하는 이들의 기대는 정부 발표 뒤 실망으로 바뀌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13일 콩나물 재배용 콩(콩나물 콩)에 대한 올해 시장접근물량(TRQ)을 1만7450t에서 2만7450t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세계무역기구(WTO) 양허관세율(487%) 대신 5%의 저율 관세가 적용되는 콩나물 콩의 수입 물량을 애초 계획보다 1만t 확대한다는 뜻이다.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따라 한국은 연간 총 18만5787t의 식용 대두(콩)를 저율 관세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데, 올해는 콩나물 콩을 중심으로 그보다 1만t 더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콩나물 콩 수급 부족으로 콩나물 업체나 콩나물 재배 농가가 당장 키울 콩이 없다”며 “연초부터 업체들의 (수입 증량)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광고21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에 있는 이종훈씨의 콩밭. 씨앗을 심은 지 나흘 만에 파릇파릇한 새순이 올라왔다. 서보미 기자 국내 콩나물 콩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제주는 발칵 뒤집혔다. 제주의 콩 재배 농가 2천여곳 대부분이 콩나물 콩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산 콩의 가격은 국산 콩의 60% 수준으로 가격경쟁력에서 큰 우위에 있다. 이씨는 “지금도 3만평에 농사를 지어도 잘해야 평당 2천원씩 번다. 여기서 비료값, 기름값, 인건비까지 비용을 제하면 수익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농민을 위한 대책도 없이 수입 콩을 늘리면 우리 보고 죽으란 소리”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도 전날 성명을 통해 “가공업체들의 값싼 수입 콩나물 콩 요구에 정부는 콩 농가들의 생존을 팔아넘겼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밥상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콩나물 콩 수입량을 지난해 수준으로 늘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콩나물 콩이 저율 관세로 추가로 들어온다고 해도 이를 통해 풀리는 물량은 지난해(2만8497t)와 비슷한 2만7450t 정도라는 것이다.광고광고21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에 있는 이종훈씨 콩밭에서 사람들이 노루를 막기 위한 망을 세우고 있다. 해발 약 400m인 중산간 지역에 있는 이곳 콩밭에는 노루가 자주 나타난다. 서보미 기자 문제는 정부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이다. 농식품부와 재정경제부는 매년 연말이면 수요와 공급을 고려해 이듬해에 식용 콩을 기본 시장접근물량(18만5787t)만 들여올지, 더 수입할지를 정한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식용 콩이 과잉 생산됐다며 올해는 기본 물량만 들여오기로 했다. 하지만 그 뒤 콩나물 콩은 재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산지인 제주도나 농민들에게 설명도 없이 추가 수입을 발표했다. 수입 물량을 늘리는 결정을 연말·연초가 아니라 연중에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물가 안정이 중요하지만 (우리와) 사전에 협의가 됐으면 농가들도 충격을 덜 받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고 제주 농가들은 정부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다음 달부터 수입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콩 수입을 안 늘리면 소비자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며 “(농가들에게) 최대한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