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새벽 l 아베 히로시 글·그림, 황진희 옮김, 미래엔아이세움(2026) 광고신수진의 미래는 어린이책으로부터 유리 슐레비츠의 ‘새벽’은 그림책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그림책에 관심 많은 독자라면 글과 그림, 구성 방식 등 이 책의 모든 요소를 교과서처럼 꼼꼼히 살펴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을 처음 접한 어른 독자들은 종종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이 이걸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새벽녘 호수를 감싸는 축축한 공기와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면서 뿜어내는 생기, 인간을 넉넉히 품어주는 자연의 온기와 멀어져 버린 어린이들이 ‘새벽’이 주는 정서를 실감할지 의문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어른이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지식과 이해력이 있어야만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느낄 줄 아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아직 모르는 멋진 것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구나’ 하는 느낌을 어렴풋이 전할 수만 있더라도 그림책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같은 제목의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동물원 사육사로 일했던 일본 그림책 작가 아베 히로시의 ‘새벽’은 유리 슐레비츠의 ‘새벽’에 대한 오마주임이 분명해 보이는데, 그 배경을 시베리아 침엽수림의 황금빛 가을로 옮겨 놓았다. 시베리아 비킨 강 지역에서 현지인들과 여러번 여행한 경험이 있는 아베 히로시는 ‘웅장하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대자연의 감각을 특유의 기운생동 하는 필치로 우리에게 전한다.광고 두 작품 모두 할아버지와 손자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유리 슐레비츠의 할아버지가 자연을 묵묵히 바라보는 관조자라면, 아베 히로시의 할아버지는 자연에 기대어 살아온 노련한 사냥꾼이다. 검은담비와 수달 가죽을 팔기 위해 배를 타고 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할아버지는 상처 입은 호랑이를 구해준 이야기, 겨울철 멧돼지들의 맹렬한 싸움을 지켜본 이야기 같은 흥미진진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바로 이 숲을 배경으로 하는 멋진 그림책이 또 있다. ‘사슴아 내 형제야’는 홀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사슴 사냥꾼의 여정을 보여준다. 사냥꾼은 사슴고기를 먹고 사슴 가죽과 힘줄로 옷과 신발을 지어 입으며 살고 있으니 사슴은 나의 ‘형제’라고 말하며, 최대한의 경의를 표해 사냥한다. 러시아 화가가 수년의 시간을 들여 촘촘히 그려낸 시베리아의 숲과 강, 원주민들의 일상이 숨 막히도록 아름답고, 살아본 적 없는 시공간이지만 왠지 그립고 아쉽기까지 하다.광고광고 새벽에 호수에 배를 띄우고 노를 저어보았거나 단풍이 물든 시베리아 원시림에 가본 사람만이 이 책들이 주는 감동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좋은 그림책은 아직 몸의 경험을 갖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감각의 마중물이 되어 준다. 책을 통해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종이 위에 구현된 스펙터클에 감탄해 본 어린 독자들은 언젠가 진짜 대자연 앞에 섰을 때 곧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우리가 깊이 연결되어 살아온 생명의 경이로움을. 도시의 삶은 점점 우리를 자연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어린이들에게 대자연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책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그림책만큼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감각의 전승 매체가 있을까. 그러니 이해 못 할까 염려하지 말고 멋진 그림책을 어린이들에게 더 많이 보여주자. 이 행성에서 오래도록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미지의 감각을 일깨워주기 위해서.광고 어린이책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