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제3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자 인터뷰 l 이승형 소설 습작 전무한 교육철학 박사의 ‘첫 소설’ “석달만에 초고, ‘설명 않는 보여주기’ 안간힘” “나도 ‘적응의 괴물’은 아닌가 자문하는 소설 되길”자신의 첫 소설 ‘적응의 괴물들’로 제31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이승형 작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소설가가 소설을 읽고 소설을 쓴다면, 저는 논문을 읽고 소설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광고난생처음 쓴 장편 소설로 제31회 한겨레문학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22일 저녁 7시께 당선 결과를 통보받은 이승형(41) 작가는 3명에게 소식을 먼저 전했다. 교육철학 박사로 강의하고 논문 쓰고, 2년 전까지 동아대 교육성과관리센터 조교수로 일했던 그가 소설 쓰는 줄은 몰랐을 이들이다. 이 작가는 말했다.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이 밤마다 원고를 붙들고 있었으니까요. 빚을 먼저 갚고 싶었습니다. 다음에 지도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고요. 교육철학을 가르쳐주신 분이 제자의 소설 당선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도 궁금했고, 학문적 사유가 소설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도 싶었습니다.” 작가는 처음 응모해 본 소설 공모전의 수상작이 된 ‘적응의 괴물들’을 그러고선 처음부터 끝까지 되감듯 읽었다. 십수번도 더 읽고 고쳤던 작품이다. 뒤척이고 궁리하다 그가 잠든 시간은 이튿날 새벽 5시였다.광고 “응모한 뒤론 잊고 있었죠. 다시 읽고서는, 독자에게 내놓았을 때 어떤 반응이 올까, 그 생각이 너무 많이 밀려들었습니다. 처음 쓴 논문을 지도 교수가 어떻게 평가할까, 걱정으로 잠 못 이뤘는데, 똑같아요.” 키 180㎝ 체구 안으로 기쁨과 안도가 염려와 각오에 뒤섞이는 까닭은 명료하다. 이 작가는 창작 전공을 하지 않았고, 소설 습작 이력이 없으며, 함께 피드백을 나누는 합평 동료나 스승 또한 없다. 자신의 ‘시간표’만 있어 보인다. ‘적응의 괴물들’은 “지난해 가을 구상했고, 집필 시작 석달 만에 초고를 완성했다”. 지난 3월 말 한겨레문학상 공모 마감일 직전 그가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글은 이렇다.광고광고 “낮에는 논문 쓰며 이성을 불태우고, 밤에는 소설 쓰며 감성을 쏟아붓는 중.” 앞서 지난해 12월 말 쓴 글은 이랬다. “논문 5편, 수필 1편, 평론 1편. (…) 7개의 마감을 모두 끝냈습니다. 한국 교육철학의 텍스트들을 정리하고 글로벌 저널의 문을 두드리는 일, 그리고 문학적 언어로 나를 표현하는 일. 압도적인 일정이었지만 결국 해냈을 때의 이 감각이 저를 계속 쓰게 만드나 봅니다.” 올해의 한겨레문학상 수상자인 이승형 작가와 23~24일 인터뷰했다. 광고 ―소설 완성 속도가 상당하다. “대학원에 가면서 삶이 좀 변했다. 무슨 글이든 치밀한 계획도 좋지만 일단 먼저 써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패해도 이게 누적되면 자산으로 돌아온다는 신조가 생겼다. 낮엔 학술 영역에 치중하고 저녁부터 매일 적어도 1~2시간씩, 집중이 될 때는 새벽까지 이번 소설을 써나갔다. 연구자의 직업적 습관이 양면으로 작용했다.” 다만 학술 언어가 문학 언어가 될 수는 없다. 작가는 수상작의 퇴고만 15차례 안팎 거듭했다고 한다. “리서치(조사)는 빨랐지만, 리서치한 것을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는’ 전환이 가장 어려웠다. 논문 수백편을 쓰면서 글의 구조 설계는 훈련되었으나 문장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설교 없는 서사’라는 원칙을 세워 학술적 해설 습관을 끊임없이 잘라냈다.” ‘적응의 괴물들’은 경남 김해의 대성동 고분군(금관가야 고분군) 근처 물류센터에서 야간 의료진으로 일하게 되는 재일(‘나’)과 작업장 로봇을 고치는 하청 노동자 수아를 주인공 삼는다. 인공지능(AI) 시스템에 의해 잠을 자지 않고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스스로도 밤의 노동자가 되고자 한다. 수당 때문이다. 이러한 순환적 착취 시스템의 마력에서 수아만 자유로워 잘 줄 안다. 말하자면 유일하게 ‘꿈’을 꾸는 자다. ―어떻게 구상했나? “김해에 살면서 매일 보는 광경이, 한쪽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대성동 고분군, 또 한쪽엔 에이아이(AI) 로봇이 택배를 분류하는 스마트 물류센터다. 수천년 전 잠든 사람들과 지금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같은 땅 위에 있는 거다. 대성동 고분군 일부가 폭우로 붕괴된 사건(2024년 9월)이 있었는데, 그 위에 물류센터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이 시작점이었다. ‘합리적 착취’가 어떻게 모든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지를 블랙 코미디로 그리고자 했다.”광고 작중 대성동 고분군의 사면이 무너지면서 소설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영화적 클라이맥스”라는 심사평을 부른 데고, 문장과 고투하던 작가 스스로 쓸 때 “웃으면서 울었다”고 한 문장의 대목이다. 교육철학 안에서 특히 인공지능을 파고든 연구자의 첫 소설이란 수사만큼 당선작은 교육철학자의 노동 현장 투시라는 특징을 갖는다. 서사의 한 바탕이다. 계기가 있다. 외국계 무역회사에 다니던 부친의 친척 보증 문제로 가세가 기울고, 양친 모두 공장 노동자가 되었다.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당시였다. 작가는 덧붙였다. “대학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현실도 여느 공장 노동자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저 또한 대학 소속 때 정년 보장직은 아니었고요.” 소설은 결코 낙관으로 끝맺지 않는다. ―영향을 끼친 작가가 있나? “작가보단 학자들이다. 메를로-퐁티의 신체론은 감각적 디테일을 쓰는 데, 한병철의 피로사회론은 ‘자기 착취’라는 주제를 사유하는 데 주요했다. 소설을 결심한 뒤엔 ‘말뚝들’(김홍) 등 최근 한겨레문학상 수상작들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이 작가의 ‘본업’은 실상 더 긴급한 질문을 요구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했는가’가 이닌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했는가”라고 물었다. 작가는 “기초 자료를 수집해 본 적이 있다. 수면 연구 등의 분야였는데 거짓 정보(환각)가 있었다”며 “결국 따로 조사하며 스스로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안 됐다”고 말했다. 글이 정체될 때도 마찬가지다. “막히면 읽는다. 김해시 통계 연보, 물류센터 산업재해 보고서, 수면 의학 논문…. 디테일이 장면을 풀어주곤 했다.” 이 작가는 한때 대학 문예창작과 입시를 준비했다. ‘동시’를 배웠다. 취업을 위해 사범대(동아대 교육학과)로 진로를 바꿨다. 서서히 논문 밖 글 세계로 발을 내디딘다. 독립 연구자가 된 뒤다. 지난해 지역 일간지의 ‘해양문학’ 공모전에서 에세이로 입상했다. 시도 다시 쓴다. 작가는 말했다. “저는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연구합니다. ‘이주 노동자의 수면권 박탈에 관한 실증 연구’를 쓸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닿지 못하는 게 있어요. 논문은 ‘왜’를 묻고, 문학은 ‘어떻게 느끼는가’를 묻습니다. 자조적 웃음도 날 텐데 잠시 멈춰 ‘나도 적응의 괴물은 아닌가’ 질문해 보길, 이 소설이 그렇게 읽힐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작가는 8월 단행본 출간에 앞서 “의학적으로 난해한 부분, 교훈적 서술 등” 더 손볼 요소를 궁리 중이다. “답을 주는 건 논문의 일이니까요.” 국내외 마감을 앞둔 논문 4편, 그리고 이달 마감인 단행본 1권(‘AI와 인의예지’)과 병행할 것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AI 연구자가 꿰뚫어 본 노동…“논문은 ‘왜’를, 문학은 ‘어떻게 느끼나’를 묻는 것”
난생처음 쓴 장편 소설로 제31회 한겨레문학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22일 저녁 7시께 당선 결과를 통보받은 이승형(41) 작가는 3명에게 소식을 먼저 전했다. 교육철학 박사로 강의하고 논문 쓰고, 2년 전까지 동아대 교육성과관리센터 조교수로 일했던 그가 소설 쓰는 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