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스몰 월드 l 이치호 미치 지음, 박정임 옮김, 피니스아프리카에(2026) 광고박현주 장르의 지평선 얼마 전, 유명 추리소설을 둘러싼 인터넷 논쟁을 보았다. 소설이 부도덕한 인물의 관점에서 진행되기에 그 점이 불편했다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그간 문학에서 다양한 삶을 그리려는 척하면서, 가해자나 기득권층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방식도 적지 않았기에 이에 대한 반발도 당연한 흐름이다. 그렇지만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논리가 공리처럼 적용된다면 문학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안온과 무해함으로 정의되는 소설의 위로가 있지만, 모든 소설이 그래야 한다면 이는 문학이 아니라 캠페인이다. 캠페인이 아닌 문학, 이치호 미치의 ‘스몰 월드’를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이다. 7편의 단편이 실린 이 작품집에는 약간은 이상하고, 동감할 수 없는 불온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불임과 남편의 외도로 황량한 결혼 생활을 하는 여성이 가족에게 냉대받는 소년과 밤의 편의점에서 만나는 이야기인 ‘네온테트라’, 유아 사망을 둘러싼 어머니와 딸의 미스터리를 그린 ‘피크닉’, 살인죄로 수감된 남자와 그 피해자의 여동생이 주고받는 서신으로 이루어진 ‘하나우타’는 사소하지만 서늘한 반전이 있는 소설들이다. 반면, 이혼한 누나와 남동생, 그리고 동급생들에게 따돌림당하는 여학생의 금붕어 낚시 대회 출전기를 다룬 ‘마왕의 귀환’, 트랜스젠더가 되어 찾아온 딸(아들)과 교사인 아버지의 짧은 동거기인 ‘사랑의 적량’, 한때 감정을 나눴으나 연락이 끊겼던 후배의 부친 장례식에 가는 이야기인 ‘장례식’, 이혼한 부부가 16년 만에 재회하는 ‘작은 스파크’는 순간이나마 이어진 마음을 보여준다. 이 작은 세상에 냉기와 온기가 동시에 흐르고, 그 속에는 인간성에 대한 사유가 있다.광고 ‘스몰 월드’는 같은 작가의 나오키상 수상작인 ‘창궐’(민경욱 옮김, 비채)과 구성이나 감상이 유사하다. 다만 ‘창궐’이 팬데믹을 소재로 하여 감염병이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궤적을 따라간다면, ‘스몰 월드’는 주제를 따라 돌기보다는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비일상적인 정서를 담는 묘사적 작품이다. 여기에는 한심하고 시시한 감정도 있고, 수상하고 불길한 악의도 있으며, 타인의 눈에는 정상을 벗어난 선택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삶을 살피는 일에서 어떤 의미가 떠오른다. 이전 인터뷰에서 작가가 ‘이야기에는 정답이 없으며 사람에게는 불행해지게 될 자유가 있다’고 했다는 내용을 보았다. 이치호 미치의 소설을 읽는다고 해서, 올바르지 않은 인물의 선택을 지지할 필요는 없다. 악인은 마음을 들여다봐도 악인이고 여전히 좋아할 수 없다. 그러나 공감하지 않아도 이해는 할 수 있다. 내가 지지하는 인물의 이야기만 받아들인다면 그건 편향된 알고리즘 속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상관없다. 당신의 그런 선택도 받아들인다. 그것도 하나의 읽기 방식이니까. 그렇지만 한발짝 선을 넘는다면, 세계는 약간 더 넓어진다. 이 작고도 큰 세계로 들어와 보시길. 거기에는 응원 없는 이해의 섬뜩함, 그 차가운 발견의 쾌감이 기다린다.광고광고 박현주 작가·번역가박현주 작가광고
불온한 당신, 불온한 감정마저 담아내는 문학 [.txt]
박현주 장르의 지평선 얼마 전, 유명 추리소설을 둘러싼 인터넷 논쟁을 보았다. 소설이 부도덕한 인물의 관점에서 진행되기에 그 점이 불편했다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그간 문학에서 다양한 삶을 그리려는 척하면서, 가해자나 기득권층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