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소설 ‘적응의 괴물들’로 제31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이승형 작가.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광고인공지능(AI) 관련 논문과 학술서를 집필해온 교육철학 박사가 제31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자로 결정됐다. 인공지능 연구자가 수상한 첫 사례이자, 인공지능을 주요 소재로 다룬 첫 수상작이다. 심사위원들은 지난 22일 늦은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출판사에서 진행한 최종 심사에서 본심에 올린 7편 가운데 “압도적 서사와 인상적 장면, 인물의 이야기 장악이 두드러진다”며 이승형(41)씨의 ‘적응의 괴물들’을 2026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뽑았다. 소설가 은희경·편혜영·정용준·강화길·이주란, 문학 평론가 오혜진·양윤의가 올해 예심한 응모작은 모두 420편이다. 300편을 돌파한 지난 30회 응모 규모를 곧바로 갈아치웠다. 역사물이 감소한 반면, 인공지능을 소재나 주제로 다룬 작품들이 폭발적으로 늘어 세태를 반영했다. ‘적응의 괴물들’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수면 욕구를 억제해 노동자들의 주야 노동을 극대화한 물류센터를 무대로, 착취를 넘어 ‘자발적·합리적 착취’라는 부조리한 인간 세계를 장대하고도 속도감 있게 묘파하고자 한다. 광고 이 작가는 1985년 경남 김해에서 나고 자라 현재 독립 연구자로 활동 중이다. 부산 동아대 교육학과 졸업 뒤 교육철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다수 논문에 이어, 인공지능과 윤리의 문제를 “비서구권 이론과 접목”하여 고찰한 ‘AI와 군자론’(커뮤니케이션북스)을 지난달 첫 책으로 펴냈다. “소설 습작을 해본 적 없다”는 이 작가는 한겨레에 “이 이야기가 2026년에 꼭 쓰여야 한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과연 될까 확신하진 못했다”며 “밤에 따로 ‘소설 쓴다’는 말을 하지 못했던 부모님, 지도교수님께 당선 소식을 처음으로 전해드렸다”고 말했다. 작품은 오는 8월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영화를 본 듯 기억에 남는다”는 일부 심사평을 독자들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상금 3천만원이 주어지는 시상식도 같은 달 열린다.광고광고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제31회 한겨레문학상 심사위원들이 22일 늦은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출판에서 본심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작가 은희경, 평론가 양윤의, 작가 편혜영·강화길·이주란·정용준, 평론가 오혜진.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제31회 한겨레문학상 심사평광고 잠들지 못하는 노동의 시대…“AI 소설, 기술 너머 사회문제 짚어야” 올해 응모작은 420편으로 여느 해보다 많았다. 작품 수의 증가에 비례해 작품이 다루는 주제와 소재도 다양했다. 다만 서사의 필수 요소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은 응모작들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공통된 아쉬움으로 남았다. 역사에 대한 판단력, 현재에 대한 감각, 미래에 대한 전망은 보로메오의 매듭처럼 서로를 지탱하는 근거이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7편이었다. ‘몰라의 우주’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 ‘히키코모리 혁명’ ‘적응의 괴물들’ ‘허용 오차 범위’ ‘탄주’ ‘디지털 결로’.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들을 두고 토론을 진행하였고, 다음 4편을 골랐다. ‘몰라의 우주’ ‘적응의 괴물들’ ‘허용 오차 범위’ ‘디지털 결로’. 이 가운데 ‘디지털 결로’는 플랫폼 노동과 생체 데이터 착취라는 소재를 결합한 점이 참신했으나, 그것을 풀어내는 서사적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몰라의 우주’는 가족 잔혹극으로, 복수의 서사들을 밀고 나가는 작가의 필력이 인상적이었으나 서사 자체가 튼튼하지 않았다. 살인을 다루었으나 그것의 전후 맥락은 그 살인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임을 암시한다. 이렇게 ‘적응의 괴물들’과 ‘허용 오차 범위’가 남았다. ‘허용 오차 범위’는 인간의 잔여 수명을 금융 자산으로 삼는 자본주의적 극단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다. 바이오 테크놀로지와 죽음이라는 철학적 주제가 디스토피아적 세계에서 충돌한다. 그 결과는 죽음의 자본화, 테크놀로지화다.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노인들의 에피소드가 가진 생생함이다. 그럼에도 노화·질병과 죽음 사이의 경로가 세공되지 않아 삶과 죽음이 도식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 못내 걸렸다.광고 ‘적응의 괴물들’은 초반부터 가장 많은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경남 김해의 스마트 물류센터라는 현존하는 노동집약적 공간과 고대 가야의 고분군이라는 역사적 공간을 겹쳐놓았다. 과거와 미래, 노동과 죽음, 인공지능과 고고학이 겹쳐 있는 서사 공간이다. 물류센터를 관리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은 생산 효율을 위해 노동자의 수면 주기를 관리한다. 이 작품은 인공지능과 자본이 결탁하여 인간의 수면마저 수탈하는 ‘무인(無人) 시대’를 다루면서도, 기계를 고치는 수리공 ‘수아’의 유인(有人)적 의지를 하드보일드 문체로 그려낸 작품이다. 로봇 수리공 ‘수아’, 도피 중인 의사 ‘재일’을 영웅적 인물로 높이지 않고, “자신 또한 시스템의 불면 부품”이라는 인식을 유지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노동자들을 피해자로만 다루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 자본의 부품이 되려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적응’의 방식이기도 하고, 자기 착취의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후반부에 고분군의 붕괴 장면을 배치하여, 가야의 유골들이 물류센터 컨베이어 벨트 위로 쏟아져 내리는 스펙터클을 연출한다. 이 영화적 클라이맥스는 “죽어서 잠든 자들”(고대의 망자들)과 “살아서 잠들지 못하는 자들”(현대의 노동자들)을 만나게 함으로써 기이한 카니발적 효과를 발휘한다. 이 장면이야말로 소설 전체의 주제를 압축하여 장면화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문학적 쾌감을 선사한다. 이 소설이 획득한 명징한 구도, 연민을 차단한 차갑고도 투명한 문체, 스펙터클을 향해 질주하는 서사적 속도감, 서사에 실감을 부여하는 동시대 사회 문제의 구체적 질감은 탁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공지능에 대한, 인공지능에 의한, 인공지능을 위한 소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시대다. 인공지능을 테마로 소설을 쓰려면 이 정도의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피할 수 없는 미래지만, 소설은 적어도 그것과 함께 노동, 계급, 자본, 젠더, 역사, 생태 등의 주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그것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그것들 모두와 결합된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강화길·양윤의·오혜진·은희경·이주란·정용준·편혜영(대표 집필 양윤의)
인공지능 교육 연구자, 첫 소설로 올해 한겨레문학상 수상
인공지능(AI) 관련 논문과 학술서를 집필해온 교육철학 박사가 제31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자로 결정됐다. 인공지능 연구자가 수상한 첫 사례이자, 인공지능을 주요 소재로 다룬 첫 수상작이다. 심사위원들은 지난 22일 늦은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출판사에서 진행한 최종 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