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일리아스 좋아하세요? l 하길(석민주)·이준석 지음, 창비, 1만9000원 광고윤석열 탄핵 광장에서 다양한 깃발(아무말 깃발)이 나온 줄은 알았지만, 깃발이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구실을 한 줄은 잘 몰랐다. 돌아보면 깃발은 오랫동안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게 하는 구실(예컨대 집회에서 저 멀리 ‘무지개 깃발’을 보고 기뻐하는 성소수자)을 해왔지만, 탄핵 광장의 ‘누워 있는 사람들의 모임’ 같은 아무말 깃발도 서로를 이어주리라고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다양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한 깃발들이 훌륭한 ‘자만추’ 구실을 한 증거가 책 ‘일리아스 좋아하세요?’(창비)로 나왔다. 이 책의 저자인 어느 덕후와 어떤 교수는 2024년 한겨울 시작된 탄핵 광장에서 만났다. 덕후 하길은 불법계엄에 맞서 “분노를 노래하소서, 민중이여!”라고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의 첫 문장을 패러디한 깃발을 들고 광장에 나섰다. 이 깃발을 알아본 교수가 나타났고, 트위터에서 또 다른 고대 희랍 연구자인 이준석 교수와 연결된다. 덕후와 교수는 광장의 다른 이들과 함께 희랍 비극 독서모임 ‘마이나데스’를 결성했고, 둘은 일리아스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교환독서를 시작했는데 그 결과가 ‘일리아스 좋아하세요?’가 되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사제가 된 이들은 ‘사랑과 우정’에서 시작해 ‘공동체와 연대’를 거쳐 ‘복수와 화해’, ‘명예와 영광’에 이르는 6장의 주제를 중심으로 생각을 나눈다. 광장의 고민까지 담은 이들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일리아스’를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가장 친절한 일리아스 안내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