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1년 동안 지낸 미국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 2015년 10월 우주에서의 383일째를 맞이하며 사진을 촬영했다. 나사(NASA) 누리집 광고이달 세계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의 나스닥 상장이다. 이 2600조원대 항공우주 업체의 제1 과제는 ‘인류를 다행성종으로 만드는 것’이다. ‘화성인 되기’는 단테 알리기에리가 ‘신곡’에서 사자들이 지나는 화성천을 그렸을 때부터, 혹은 어느 꿈 많은 조상이 천공의 반짝이는 별을 올려다본 순간부터 지구인이 오래 품어온 꿈이지만 거기에 천문학적인 자본이 흘러간다는 건 다른 얘기다. 화성 영구 정착지 건설이 이제 시간 문제가 됐다는 뜻이다. 화성에 관한 한 오랫동안 질문은 하나였다. ‘인류가 화성에서 살 수 있을까?’ 그러나 하나의 꿈이 가능태에서 현실태로 옮겨갈 때,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과연 그래야 할까? 그리고 그렇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언제 시작해야 할까? 그 노력이 반드시 성공하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희생을 감수해야 할까? 화성으로 가는 것이 화성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진화생물학자인 스콧 솔로몬 미국 라이스대학교 교수는 눈앞에 닥쳐온 가능성에 대해 거듭 이런 질문을 이어간다. 그가 강의하는 라이스대는 미국 유인 우주 프로그램의 핵심 거점인 텍사스주 휴스턴에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잎꾼개미의 세계에 매혹됐던 그는 ‘우주 도시’ 휴스턴에 터 잡으면서 우주 이주가 인간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바꿔놓을지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가 우주비행사, 핵물리학자, 미생물학자, 철학자, 기업가, 유전학자 등을 취재하며 화성인이라는 ‘새로운 종’을 그려낸 결과가 ‘비커밍 마션’이다. 광고비커밍 마션 ㅣ 스콧 솔로몬 지음, 이한음 옮김, 세로북스, 2만4500원 저자는 책 전반부에서 두살짜리 개 라이카가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희생됐던 1957년 이후 이어진 도전과 실패들을 통해 우주 환경이 단기적으로 지구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록한다. 특히 우주로 나아가 정착하겠다는 인류가 감내해야 할 대가는 몇몇의 희생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게 이 책의 논지다. 우리는 이를 ‘진화’라고 부른다. 그리고 진화가 언제나 전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솔로몬 교수는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소개한 갈라파고스 제도의 진화 과정이 화성이라는 닫힌 세계로 이동할 인류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본다. 화성인이 놓인 조건은 빠른 진화에 최적화돼 있다. 미소 중력(무중력), 우주 복사 등 극적인 변화로 돌연변이가 생겨나고, 자연선택은 이를 강화하며, 기존 인류와 유전자 교환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착 이후 이주민과 지구인의 왕래는 극도로 제한할 수밖에 없다. 15세기 유럽인의 침입이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천연두·콜레라·홍역 같은 대재앙을 가져왔듯, 화성인의 변화된 면역계가 지구의 미생물에 거세게 반응할 수 있으므로 초기 정착민들은 사실상 고립될 것이다. 광고광고 신세계에서 인류는 외부 환경에 맞춰 진화해 갈 것이다. 우주 비행사들은 무중력 환경에서 척추 디스크가 덜 눌리고 척추가 곧게 펴지면서 일시적으로 키가 커지는데, 중력이 지구의 8분의 3 수준인 화성에서는 이런 변화가 영구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출산의 위험 때문에라도 치밀한 뼈를 ‘자연선택’ 함으로써 더 작은 키를 지닌 화성인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주 복사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려 새로운 피부 색소가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당근에 들어 있는 색소 카로티노이드는 복사선을 막는데, 그렇다면 피부가 주황색인 화성인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건 유쾌한 상상에 가깝다. 우주 복사로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건 우울한 상상이다. 나사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2021년 9월10일 ‘로셰트’라는 별명이 붙은 바위 위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나사 누리집 아직 화성 표면을 밟은 인류도 없는데, 화성인 인류의 진화를 상상하는 것이 너무 앞서나간 공상일까. 책을 읽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유전학계 일부에선 아예 “우주에서의 생물학적 적응 과정을 ‘우리 손으로’ 직접 진행하자”는 움직임마저 시작됐기 때문이다. 우주 정착에 따른 신체적 변화를 디엔에이(DNA) 편집으로 가속화하고, 수반될 고통도 최소화한다는 아이디어다. 저자와 인터뷰한 크리스토퍼 메이슨 웨일 코넬 의대 교수는 소설 ‘삼체’ 속 외계인처럼 가뭄이 오면 탈수하는 방식으로 생존하는 곰벌레의 유전자를 사람 세포에 합성하는 방식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생명을 가공하든지 아니면 불가피하게 죽음을 맞이할지를 놓고 선택을 하라면, 당연히 한쪽 길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광고 이런 과격한 변화 앞에서, 저자는 거듭 인간의 윤리를 고민한다. 적어도 ‘우리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과학자가 남아 있다는 게 희망적이다. 픽션과 논픽션을 막론하고 화성살이를 상상한 책은 많지만, 우주공학자가 아닌 진화생물학자의 시선에서 전망한 근미래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