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한인섭의 시민헌법 시대 _12 형소법 개정을 국가기관에만 맡겨두면, 기관 간 권한 쟁탈전과 조직 이익 챙기기로 변질된다. 이젠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핵심 권리 보장과 적법 절차 조항을 성안해 국가에 내밀어야 한다.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의 준동을 막기 위해, 조문 하나하나까지 다듬어 내야 한다. 앞으로 수사기관은 권력 추구 기관이 아니라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 기관이고, 인권 보장에 앞장서는 인권 기관이어야 한다. 지난해 12월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오는 10월2일. 우리 형사사법 체계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한다.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한다. 그런데 수사기관들이 어떤 절차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고 국민을 대할 것인지를 규율하는 기본법, 즉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안은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절차법의 뒷받침 없는 조직법은 작동 불가능한 기구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형소법 개정 초안이 나오지 않은 채 지지부진하다.광고 지지부진의 주된 원인은 개정 작업을 맡은 국무총리실 태스크포스(TF)의 인적 구성과 태도에 있다. 개혁과 개편의 대상인 검찰 출신이 주도하다 보니 적극성이 덜하고, 검찰 기득권을 유지하고픈 게 아닌지, 덜 바꿀수록 좋고 가능한 한 미루고 싶다는 축소·지연 전술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본래 형사절차법은 형사사법기관에만 맡겨둘 성질의 것이 아니다. 형벌권 행사는 권력 남용과 인권 침해의 우려가 가장 크기에 각별한 경계의 대상이 된다. 역사적으로 시민들은 국가에 대하여 인권 보장 장치의 제도화를 끊임없이 요구했고, 그 핵심은 헌법적 권리로 자리 잡았다. 영장주의, 무죄 추정권, 변호인 조력권 등이 그 예들이다.광고광고 형소법 개정을 국가기관에만 맡겨두면, 기관 간 권한 쟁탈전과 조직 이익 챙기기로 변질된다. 이젠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핵심 권리 보장과 적법 절차 조항을 성안해 국가에 내밀어야 한다.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의 준동을 막기 위해, 조문 하나하나까지 다듬어 내야 한다. ‘보완수사권’에 어른대는 검찰 기득권광고 현재 주된 쟁점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부와 이른바 ‘전건 송치’ 문제인 듯 보인다. 이 쟁점이 형소법 개정논의의 거의 전부인 양 여론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이는 전체 개혁 의제 중 일부에 불과하다. 보완수사의 본질은 ‘수사’다.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쥐고 있으면 공소청에 수사 인력과 예산을 유지하고, 디지털포렌식센터 같은 수사 인프라를 그대로 남겨두는 빌미가 된다. 보완수사 여부와 범위는 검사가 결정하므로 검사 수사권을 편의적으로 확장할 수 있고, 표적 수사와 별건 수사라는 악습을 되풀이할 불씨를 남겨두는 꼴이다. ‘전건 송치’ 주장을 받아들이면 2021년 이전 단계로 역진하게 된다. 전건 송치는 모든 사건을 다시 검사의 재량적 판단권 아래 두겠다는 심산으로, 보완수사권보다 검찰권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수사종결권은 수사권의 핵심 중 하나다. 현재는 경찰이 수사를 거쳐 기소 사건만 검찰에 보내고 불기소 사건은 자체 종결하되, 기록 전체를 송부해 검사의 재검토를 받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약 60만건의 불송치 결정 중 이의신청을 통해 검찰로 송치된 경우는 5만건 수준이다. 전건 송치가 되살아난다면 경찰에서 무혐의로 판단된 피의자라 하더라도 검사의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장기간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검찰 전관 변호사들의 전관예우 온상이 될 수 있다. 검사의 ‘수사기관성’ 전면 폐지광고 역대 민주정부에서는 형소법의 개정을 추진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 전면 도입, 변호인 참여권의 보장, 공판 중심주의,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등을 도입하여 ‘신형사소송법’ 혁신을 이뤄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경 간 상하관계를 대등 협력관계로 전환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냈다. 지금 이재명 정부의 당면 과제는 정권검찰의 폐단을 종식하고,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고, 검사는 공소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도록 정비하는 것이다. 먼저 형소법 전반에서 검사가 수사 주체로 되어 있는 조항들을 찾아내 삭제, 수정해야 한다. 앞으로 검사는 피의자를 ‘신문’할 수 없으며,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거나 직접 증거를 수집할 수도 없다. 증거가 필요하다면 수사기관에 요구해야 한다. 검사가 영장 청구와 기소 여부를 적절히 판단하기 위해 피의자를 대면하고 의견을 청취할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다. 검사가 우월적 지휘·감독의 행태를 내려놓고 수사기관과 수평적으로 분업·협업하는 구조가 정착될 때, 비로소 권한 남용을 상호 감시하는 정상적인 사법 통제 시스템이 작동할 것이다. 공소청 직제에서 ‘수사관’ 명칭은 불필요하다. 종전처럼 수사관을 계속하려면 중수청으로 소속을 바꿔야 한다.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를 공소청으로부터 분리해야 하고, 법무연수원 교육 중 수사 부분도 불필요하다. 인권 보장 ‘절차적 장치’ 촘촘하게 이번 형소법 개정에서는 시민 인권을 상향시키는 제도를 대거 도입해야 한다. 법무부령인 ‘인권보호수사규칙’의 핵심 내용을 상위법인 형소법으로 격상해야 한다. 여러 수사기관이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수사 절차를 법률화하면, 국민들도 자신의 권리를 쉽게 확인하고 보장받을 수 있다. 별건 수사나 압박 수사 같은 부당한 수사 방식을 법률로 금지하고, 심야 조사 금지를 구체화하고, 조사시간도 한정하고 조사 중 휴식 시간 보장 등을 명문화해야 한다. 피의자와 피고인이 수사받고 재판받을 때 사복을 착용할 권리도 명시해야 한다. 수사기관마다 독립성이 보장되는 ‘수사인권보호관’을 신설해 수사 중 인권 침해 시 즉시 조사하고 시정을 촉구하며 때로는 수사관 교체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검사가 수사기관이 아닌 만큼 피의자 구속 기간을 단축하여, 경찰 단계에서 7일, 검사 단계에서 7일 정도로 줄이는 결단도 필요하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와 영장 단계에서의 ‘조건부 석방제’는 특히 사법부와 학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왔으나 검찰의 반대로 좌절되었던 제도들이다. 압수수색영장을 청구받은 법관이 필요시 수사기관을 심문할 수 있도록 해 압수수색의 남용 실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보증금 납부, 주거 제한, 피해자 접근 금지, 전자장치 부착 등의 조건을 붙여 피의자를 석방하는 조건부 석방제는 불구속 수사 원칙을 정착시킬 수 있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충실히 보장할 뿐만 아니라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까지 해결할 대안도 된다. 여론조사에서도 대다수 법관과 변호사들이 그 도입에 찬성함을 확인할 수 있다. 수사의 전 과정을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 수준으로 엄격하게 실시간 실명 관리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의 고도화도 필요하다. 수사 과정에서 영상 녹화 의무화가 결합해야 진실 발견에도 도움되고, 수사 왜곡이나 암장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수사기관 간 협력·조정 체계 정비 수사권이 여러 기관으로 분산됨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관할 갈등과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꼼꼼히 마련해야 한다. 경찰관의 범죄는 중수청이, 중수청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직원의 범죄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수사하도록 하는 ‘기관 상피(相避) 원칙’을 법제화해야 한다. 검사의 지휘권이 폐지되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해서는 별도의 역량 강화와 지원책이 필요하다. 특사경의 교육과 연수도 전문화하고, 경찰 내부에 ‘특사경지원센터’를 통한 수사기법 및 법률 조력을 제공함으로써 특사경이 자율적인 수사 주체로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울러 검사뿐만 아니라 모든 수사관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도 조사하고 당사자들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해야 한다는 이른바 ‘객관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2026년판 선진 형소법 만들 책무 선진적 형사사법의 지표 중 하나는 일반 시민의 참여를 얼마나 충실히 보장하는가에 있다. 기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총장이 임의로 위원을 선정하여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개정에서는 중요 사건에 대한 영장 청구나 기소 여부를 판단할 때 무작위로 추출된 시민 배심원단이 심의하는 ‘한국형 기소대배심’의 첫 단계를 열어야 한다. 또한 중대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필수화할 단계가 되었다고 본다. 이번 개정 과정에서는 수사기관 간 권한 다툼으로 일관해온 구태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이어받아 이재명 정부에서는 선진형 형소법으로 진전시켜야 한다. 앞으로 수사기관은 권력 추구 기관이 아니라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 기관이고, 인권 보장에 앞장서는 인권 기관이어야 한다. 국회는 개혁의 시계를 늦추려는 지연 책략에 휘둘리지 말고, 속도를 내야 한다. 선진국 수준에 이른 대한민국 국격에 걸맞은 선진형 형사소송의 틀을 제대로 짜야 할 때다. 한인섭 |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법학). ‘100년의 헌법’, ‘계엄과 내란을 넘어’, ‘가인 김병로’, ‘5·18재판과 사회정의’, ‘배심제와 시민의 사법참여’, ‘권위주의 형사법을 넘어서’ 등을 썼다. 한국 현대사와 민주화에 대한 심층 대담집으로 ‘이 땅에 정의를: 함세웅 신부의 시대 증언’, ‘그곳에 늘 그가 있었다: 민주화운동 40년 김정남의 진실 역정’, ‘인권변론 한 시대’ 등이 있다. 시민이 주권자로 만들어 가는 헌법과 나라 이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