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2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광고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굳건한 동맹을 과시했지만, 정작 목매던 가스관 프로젝트에서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중국은 사정 급한 러시아로부터 이미 저렴한 가격에 가스를 공급받고 있어 새 가스관 건설을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시베리아의 힘-2’와 관련한 모든 핵심 조건에 대해 (양쪽의) 이해가 있다”면서도 “최종 확정해야 할 몇가지 세부 사항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추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시베리아의 힘-2는 서시베리아 가스전으로부터 몽골을 거쳐 중국까지 6700㎞ 길이 파이프라인을 까는 프로젝트다. 매년 최대 500억㎥ 가스를 중국에 공급할 수 있다. 중국의 한해 가스 수요의 10%가 넘는 양이다. 러시아는 이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중국에 수출하는 가스양을 지난해 400억㎥에서 향후 연 1000억㎥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광고러시아는 프로젝트를 최대한 빨리 시작하고 싶어 한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로 해상을 통해 가스·석유를 수출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각각 러시아와 연관된 유조선 수백척을 제재 대상에 올려놓고, 국외에 천연자원을 팔지 못하도록 추적하고 있다. 최근엔 우크라이나가 흑해·발트해의 에너지 수출항을 연일 공습하면서 바닷길이 더욱 위험해졌다.세계 최대의 화석연료 수입국이자 동맹국인 중국을 빼면 안정적인 판로도 드물다. 주요 판로이던 유럽연합(EU)은 내년 1월1일까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광고광고지난해 9월 프랑스 해군이 프랑스 서부 생나제르 앞바다에서 나포한 러시아 연관 유조선 보라카이호. 유럽연합이 러시아 ‘유령선단’ 명단에 올려 제재하는 배다. AFP 연합뉴스이에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중국과의 에너지 협력에 관한 “거의 모든 핵심 문제가 해결됐다”며 “방중 기간에 이를 최종 확정하고 그 과정을 결정적 단계로 이끌 수 있다면 나는 매우 기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이날 정상회담의 공개 발언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나의 친애하는 친구”라 부르며 “당신을 다시 만나게 돼 정말 기쁘다”고 했다. 시 주석도 푸틴 대통령을 “오랜 좋은 친구”라고 불렀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 위반”이라고 규탄하며 단일 대오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베리아의 힘-2 프로젝트는 공개 발언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광고중국으로선 가스관 건설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한 쪽’은 러시아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중국에 유럽 공급가보다 낮은 가격에 가스를 팔겠다고 밝힌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자금이 궁한 러시아를 상대로 공급가를 더욱 낮추거나, 프로젝트 건설 조건을 중국에 유리한 쪽으로 협상할 수 있다.베이징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 왕이웨이는 르몽드에 “어차피 러시아에는 중국 의존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을 (중국이) 알고 있다”고 짚었다.중국의 경제성장이 최근 둔화하면서 가스 수요가 줄어드는 점도 중국이 시간 끄는 배경이다. 중국은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가스는 일부 주택과 중공업 분야, 트럭 등에서 때고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가스관 프로젝트에서는 수입국이 경기 하강 등으로 가스 수입을 중단하고 싶어도, 인프라 건설 비용 분담을 위해 가스 대금 상당 부분을 계속 지급한다는 약정이 들어간다. 중국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이 부담분을 최대한 낮추려 할 것으로 보인다.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