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지난 3일 전남광주 서구 광주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중국관에 전시하려던 작품들이 걸려 있다. 중국 작가들은 이날 ‘대만관’ 명칭 사용에 항의하며 전시를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광고이정연 | 베이징 특파원 중국이 ‘레드라인’(红线·훙셴)을 꺼냈다. 지난 5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에는 ‘대만관’은 있고, ‘중국관’은 없었다. 주최 쪽이 대만 참가기관의 명칭을 ‘국립대만미술관 파빌리온’(특별관)으로 정했다가 ‘대만관’으로 바꾼 것이 논란을 불렀다. 중국 작가들은 전시 철수를 결정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일부 한국 정치인과 사회단체가 “중국 쪽 레드라인에 도전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중국의 문제 제기가 뜻밖의 일은 아니다. 대만은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이고, ‘대만관’이라는 명칭에도 정치적 함의가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중국이 대만을 별도의 국가처럼 보이게 하는 표현이라고 반발하며 대응할 수 있다. 한국도 1992년 중국과 수교하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대만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지금도 이 외교적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광고여기서 한가지 질문이 생긴다.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것은 한국의 문화기관이나 예술가들도 중국의 표현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뜻인가. 한국 정부가 중국과 어떤 외교 관계를 맺느냐와 문화기관이 전시의 명칭과 내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과 언론, 예술기관과 시민사회가 언제나 같은 목소리로 움직이지 않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이다.한국이 정부와 예술 사이의 ‘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데는 나름의 역사가 있다. 불과 10여년 전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인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져 큰 논란을 빚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정치적 표현까지 허용할지를 권력이 대신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중국의 요구가 한국 사회의 맥락과 충돌한다.광고광고중국은 자국의 역사와 정치적 민감성을 상대가 세심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대만 문제를 다룰 때도 중국의 역사적 경험과 ‘핵심이익’을 충분히 고려해달라고 요구한다. 외교에서 상대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하지만 이해는 한쪽에만 요구할 수 없다. 중국이 자신의 역사적 맥락을 상대에게 설명하는 만큼, 상대 사회가 어떤 경험을 거쳐 지금의 제도와 규범을 만들었는지도 살필 필요가 있다. 한국이 왜 정부와 문화예술기관 사이의 거리를 중요하게 여기게 됐는지, 정부의 외교적 입장을 인정하는 것과 민간 영역의 표현까지 그 입장에 맞추도록 하는 일을 왜 구별하려 하는지도 중국이 읽어야 할 한국의 맥락이다.광고중국은 자신들의 레드라인을 설명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그 선을 상대에게 밀어붙일 때 상대 사회의 어떤 원칙과 충돌하는지를 살피는 데는 인색해 보인다. 레드라인을 존중해달라는 것이 상대 사회 내부의 판단 기준까지 자신의 것으로 바꾸라는 뜻일 수는 없다.한-중 관계에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레드라인을 다른 쪽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선이 어디에서 부딪히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자신의 선만 선명하게 긋고, 상대의 선은 보지 않는 외교는 존중 없이 자신의 규칙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