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스크린에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등과 관련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사과 회견 TV 생중계 화면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광고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사태의 진짜 원인은 몇몇 실무자의 실수가 아니라 사회 일반 수준에 미치지 못한 역사인식과 사회적 감수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소거된 기업 문화의 잘못이, 대중을 상대로 진행되는 마케팅을 통해 증폭된 단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그 밑바닥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그간 보여온 정치 편향적 발언과 태도가 깔렸다는 비판이 거세다.역사학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실무자들의 단순한 ‘무지’나 ‘우연’으로 치부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반병률 한국외대 명예교수(사학)는 “5·18은 초등학생도 아는 현대사의 중대한 사건”이라며 “5·18을 생각조차 못 했다는 신세계 쪽 해명은 난센스”라고 잘라 말했다. 아무리 말단 실무자라 해도 이 사건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무게를 모를 수 없고, 여러 단계 검토 과정에서도 걸러지지 않은 사실 자체가 “그런 인식이 회사 안에서 용인되는 분위기였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이번 사태는 특정 온라인 집단의 왜곡된 조롱 문화가 일상에 무분별하게 스며든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은 이를 ‘극우식 조롱 문화의 일상화’라고 분석했다. 과거 특정 커뮤니티에 갇혀 있던 역사 왜곡이 인터넷 게시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타고 확산하면서 누구를 조롱하는지도 모른 채 조롱의 형식만 남은 하위 문화(밈)가 됐다는 것이다. 방 처장은 “5·18이 대략 뭔지는 알아도 ‘그걸 조롱하듯 광고 문구로 쓰면 안 된다’는 정서적 공감대가 없는 상태가 바로 ‘역사적 감수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진단했다.광고특히 전문가들은 대중이 느낀 분노의 정점에 ‘정용진 리스크’가 놓여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심용환 역사엔(N)교육연구소장은 “정 회장이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우익적 발언을 노골적으로 해왔기에 책임이 회장에게 향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국민 사과에서 자신의 과거 발언에 먼저 사과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빠져 ‘알맹이 없는 껍데기’가 됐다”고 했다.이날 정용진 회장은 취임 뒤 처음으로 대중 앞에 나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짧은 사과문 낭독 뒤 바로 자리를 떴다. 또 사과문 가운데는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미래 세대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 만큼은 같다고 믿는다”는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도 포함돼 있었다. 방 처장은 “정 회장이 그동안 보여온 언행 때문에 시민들이 실수라는 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회사 내부 분위기를 의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광고광고사회의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윤리 기준과 역사 인식의 결여는 스타벅스가 구축해 온 브랜드 신뢰도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그런 문구가 제안되었을 때 대기업의 내부 통제 과정에서 한 번도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사과 또한 국민 정서에 공감하고 해소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그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뢰가 무너져 더는 그 공간에 돈 쓰고 싶지 않다는 정서가 크다”며 진정성 있는 반성이 전달돼야만 신뢰 회복의 출발선에 설 수 있다고 했다.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