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지난해 2월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인공지능(AI) 행동 정상회의 부대행사에서 한 여성의 실루엣이 구글 로고가 표시된 대형 화면에 비친 모습. 파리/AP 연합뉴스광고“미성년자 시절 제 사진이 동의 없이 유포되었습니다. 18살 이상 웹사이트에 게시되었는데 (당시) 저는 13~14살이었어요. 구글에 ‘○○○○(본인 이름) 누드’가 검색됩니다.”(브라질 국적 ㅂ씨)구글에 접수된 불법 촬영물 피해자의 삭제 요청 글이 구글의 협업 기관 ㄹ사이트(가명)에 박제·공개된 것은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영어는 물론 일본어와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으로도 관련 글이 무더기로 노출돼 있었다. 구글은 디지털 성범죄물의 삭제 요청 접수 때 민감 정보를 ㄹ사이트와 공유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원칙에도 업무상 ‘인적 실수’가 발생했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번 사태는 글로벌 차원의 ‘시스템 실패’라는 비판이 나온다.9일 한겨레는 국내 피해자 외에도 일본·베트남·콜롬비아·브라질·아르헨티나·볼리비아 등 여러 국적 피해자가 구글에 보낸 성범죄물 삭제 요청이 ㄹ사이트에 그대로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피해자의 이름과 고향, 가족 이름까지 언급돼 있었다.광고일본 국적의 ㅅ씨는 “아래 영상은 ‘도촬’ 동영상이 성인 사이트에 무단 전재된 것”이라며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게재되어 정신적·신체적으로 피폐해 있다. 조속히 삭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르헨티나 국적의 ㅁ씨는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이 내 이름을 도용해 성희롱했다. 구글 검색에 내 이름이 다 나오고 제가 사는 도시인 □□□□까지 함께 검색된다”고 호소했다. 볼리비아 국적의 ㄷ씨도 “이 영상 때문에 제 삶이 망가지고 있다. 웹에서 삭제해 달라”며 신원을 밝혔다.구글 협업 기관의 ㄹ사이트에 노출된 스페인어로 쓴 불법 촬영물 피해자의 삭제 요청 글. ‘집안에서 샤워 뒤 모습 등 불법 촬영된 나체 영상으로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당했으며, 이웃이 영상을 알아보고 이 사실을 알려줬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례적으로 신상 정보와 유알엘(URL)이 모두 가려진 게시물이라 공개한다. ㄹ사이트 갈무리이 밖에도 “제 사진들을 동의·허가·계약 없이 딥페이크 영상에 사용한다”(브라질 국적 성명 미상)거나 “컴퓨터 해킹으로 나와 파트너의 영상이 유출됐다”(볼리비아 국적 ㅅ씨)는 등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딥페이크·해킹 범죄 피해에 연루된 경우도 있었다.광고광고이렇다 보니 삭제를 요청하며 쓴 절절한 사연이 피해자에게 오히려 부메랑이 되는 역설도 빚어졌다. 삭제를 요청한 유알엘(URL) 일부는 여전히 열람 가능한데다 요청 글의 민감 정보를 조합하면 신원이 특정되는 탓이다. 예컨대 볼리비아의 ㅇ씨는 2018년 6월부터 한달간 10건 넘는 삭제 요청을 넣으며 “영상에 나온 사람이 나다. 이 일로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ㅇ씨가 제출한 유알엘을 열어보니 8년이 지난 지금도 열람이 가능했다.구글 협업 기관의 ㄹ사이트에 노출된 불법 촬영물 피해자의 삭제 요청 호소문. 외국어 원문 그대로 검색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한국어 번역으로 바꾸고 사이트 유알엘(URL)을 가렸다. ㄹ사이트 갈무리구글은 삭제 요청을 받을 때 ‘법적 이름’(Full legal name)을 비롯해 국적과 삭제 관련 상세 내용 기입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 자 상당수가 자신의 중간 이름까지 모두 기입했다. 또 피해자들이 구글이 생성한 연관 검색어를 지워달라고 하다 보니 고향, 가족 등 또 다른 신상이 드러나기도 한다.광고한편, 구글은 한겨레 보도와 한국 정부의 항의 등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날 신뢰·안전·규제·투명성 및 리스크 부문 어맨다 스토리 부사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어 “한국 피해자 노출 데이터를 영구 삭제했다”며 “모든 신규 법적 삭제 요청에 대해서도 ㄹ사이트로의 전송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은 이번 사태를 여전히 “의도치 않은 정보 노출”로 정의할 뿐, 민감 정보 공유 금지 원칙이 왜 지켜지지 않았는지는 경위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또 ‘기술적 보완책’과 ‘채널의 신뢰성 재구축’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여전히 비어 있는 상태다.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