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클립아트코리아광고유용균 |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국가과학AI연구센터장 “대형언어모델(LLM)은 저에게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최근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76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온 답변이다. 열명 중 아홉(89.5%)이 매주 인공지능(AI)을 연구에 활용한다. 한국 과학계는 인공지능의 도입과 확산이라는 첫 관문을 스스로 통과했다.그러나 조사 결과를 한 겹 더 들여다보면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응답자의 85.3%는 챗지피티 같은 해외 범용 서비스를 쓰고 있었고, 과학 연구에 특화된 도구를 쓴다는 응답은 3.9%에 그쳤다. 정작 과학의 심장부인 실험 설계에 인공지능을 쓴다는 응답은 18.1%뿐이었다.광고우리 연구 현장은 ‘효율의 인공지능’은 얻었지만 ‘발견의 인공지능’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이 간극의 본질은 이렇다. 효율의 인공지능은 남이 만든 범용 도구를 사서 쓰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발견의 인공지능은 우리 과학의 데이터로, 우리 연구 현장에 맞게, 우리가 만들어야 손에 넣을 수 있다. 기술 소비국의 방식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다.그사이 세계는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가 있다. 오픈에이아이와 앤트로픽은 수학의 미해결 문제를 인공지능과 함께 풀었다는 소식을 잇달아 발표했고, 구글 딥마인드는 가설을 스스로 세우고 검증하는 인공지능을 연구 현장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국립연구소와 인공지능 기업을 묶는 ‘제네시스 미션’에 50억달러(약 6조7천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알고리즘을 만드는 나라들이 과학이 이루어지는 방식 자체를 다시 쓰고 있다. 이 흐름을 바라보기만 한다면 발견의 주도권까지 남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광고광고소비국에서 벗어나 알고리즘과 과학을 만드는 주체로 서려면 네가지 구조적 과제를 풀어야 한다. △보안이 보장된 연구 전용 인공지능 환경 △국가 차원의 컴퓨팅 자원 결집 △우리 과학이 강한 분야의 특화 모델과 연구데이터의 자산화 △현장에서 통하는 실습형 교육이다. 실습형 교육을 경험한 연구자의 적극 활용률은 80%로, 교육 경험이 없는 연구자(44%)의 두배에 가까웠다.다만 추진 방식을 둘러싼 논쟁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자체 개발했다는 이유로 저성능 인공지능을 쓰라는 압박은 없었으면 한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국산화가 실적이 되고 활용이 의무가 되는 순간, 연구 현장은 세계 수준의 도구 대신 보고서 속 숫자를 얻게 될 뿐이다. 우리가 만드는 과학 인공지능의 기준은 ‘국산’이 아니라 ‘세계 수준’이어야 한다. 한편 “학생 연구원 수급이 어려운 지역 조직에 인공지능은 가뭄의 단비”라는 응답처럼, 인공지능은 수도권과 지방 연구 현장의 인력 격차를 좁힐 드문 지렛대이기도 하다. 지원이 절실한 곳에 먼저 닿게 설계한다면, 인공지능 전환은 과학기술계의 오랜 불균형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광고인공지능을 쓰는 연구자와 쓰지 않는 연구자의 격차는 이미 지나간 논쟁이다. 다음 격차는 인공지능으로 논문을 빨리 쓰는 나라와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과학을 발견하는 나라 사이에서 벌어진다. 한국 과학이 기술 소비국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우리가 마련할 사회적, 제도적 뒷받침에 달렸다.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