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중학교 시절 불량 학생들에게 돈을 빼앗기고 폭력을 당했던 민수씨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쌓여 있다. 그 분노가 성인이 되었을 때도 자꾸 누군가를 주먹으로 때리고 싶은 생각이 드는 ‘강박증’의 형태로 나타났다. 그림은 학교폭력의 한 장면. 게티이미지뱅크광고30대 남성 민수씨는 신입사원입니다. 주위에서도 항상 예의 바르고 친절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미소로 회사 내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큰 키에 단정한 슈트가 잘 어울립니다. 이런 민수씨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자신이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할 것 같은 생각이 갑자기 드는 것입니다.민수씨는 직장에서 같은 팀의 사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별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사수의 얼굴을 주먹으로 한대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사수가 기분 나쁘게 말한 적도 없었고, 또 자신이 그런 짓을 안 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그 생각이 떠올라 자신의 오른손 주먹을 왼손으로 잡고 있었습니다.사수는 “민수씨 오른팔이 불편해 보이네요. 다치셨어요?”라고 물었습니다. 민수씨는 화들짝 놀라며 “제가 주말에 운동을 하다가 좀 삔 것 같습니다. 괜찮습니다”라며 황급히 지나갔습니다. 민수씨는 이전에도 불편한 상황에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때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수씨의 말에 의하면 갑자기 그런 생각이 ‘치고 들어온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원하지 않는 생각이 침투적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민수씨는 혼자 자기 방에 있을 때 마치 권투 선수처럼 오른손으로 주먹을 날려 보기도 합니다. 운전할 때면 창문을 닫아놓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주먹질을 하기도 합니다.광고민수씨가 다른 사람을 주먹으로 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지는 무척 오래되었습니다. 중학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새 학년을 맞이했는데 같은 학년에 불량해 보이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그들과는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방과 후 그 학생들 여럿이 민수씨를 둘러싸고 돈을 좀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민수씨는 돈이 없다고 하다가 결국 주머니에 있는 돈을 들켰습니다. 불량 학생들은 민수씨를 몇대 때렸고 그 이후로 어린 민수씨는 계속 비슷한 일을 당해야 했습니다. 집에 가서는 그놈들을 다 해치우는 생각까지 했었지만 실행하지는 못했습니다. 학년이 바뀌면서 민수씨는 그들과 헤어질 수 있었지만 어린 민수씨의 마음속에 분한 생각은 가시지 않았습니다.민수씨는 그 뒤로 불편한 상황에 있으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때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절대로 때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사귀는 여자친구도, 아버지도, 심지어는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도, 회사 대표님도 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수씨는 자신의 도덕적 관념으로 볼 때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생각이 드는 것이 괴로웠습니다. 대화할 때 자신의 오른손 주먹이 다른 사람을 치지 못하게 왼손으로 잡고 말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민수씨는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증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외래를 방문했습니다.광고광고침투적 사고는 나의 ‘진짜 의지’나 ‘성격’이 아니라, 뇌에서 일어나는 자기방어적 반응이다. 게티이미지뱅크검사 결과 민수씨는 우울증, 불안증 등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강박증에 해당하는 것으로 진단되었습니다. 강박증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합니다. 원하지 않지만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강박적 사고’(obsession)와 ‘강박적 행동’(compulsion)이 특징입니다. 자신의 도덕적 가치관에 정면으로 반하는 이러한 특성을 정신의학에서는 ‘자아 이질적’(Ego-dystonic)이라고 부릅니다. 민수씨는 “내가 왜 이런 패륜적이고 폭력적인 생각을 하지?”라는 죄책감과 공포가 생기고, 이로 인해 오른손을 왼손으로 꽉 붙잡거나 차 안에서 허공에 주먹질하며 소리를 지르게 된 것입니다. 이는 불안을 줄이기 위한 강박적 행동입니다.중학교 시절 겪은 학교폭력은 어린 민수씨에게 극심한 공포와 억울함, 무력감을 남겼습니다. 당시 억누를 수밖에 없었던 분노와 ‘나를 지켜야 한다’는 방어 본능이 무의식 깊은 곳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습니다. 사소한 긴장이나 불편한 상황을 맞닥뜨릴 때 뇌의 편도체가 이를 ‘위험 상황’으로 착각하여 공격적 충동의 형태로 경보를 울리는 것입니다.광고민수씨는 ‘때리고 싶다는 생각’과 ‘실제로 때리는 행동’을 동일시하는 인지적 오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침투적 사고는 나의 ‘진짜 의지’나 ‘성격’이 아니라, 단지 뇌에서 일어나는 자동적인 편도체의 반응입니다. 잔인하거나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고 해서 실제로 그런 행동을 저지를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도덕적이고 예민한 사람일수록 이런 생각에 큰 괴로움을 느낍니다. 생각이 치고 들어올 때 오른손을 왼손으로 잡지 말고, ‘어린 시절 상처받은 내 뇌의 편도체가 또 오작동을 일으켰구나. 생각이 나는 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야. 생각이 난다고 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오히려 오른손에 들어간 힘이 줄어들고 생각에서 벗어나게 됩니다.침투적 생각의 뿌리에는 ‘그때 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이 숨어 있습니다. 혼자 있을 때 자책하는 대신 ‘그때는 내가 어렸고 힘이 없어 어쩔 수 없었어.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나 자신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성인이야’라고 자신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등 공을 때리는 스포츠를 배우는 것도 민수씨와 같은 공격성 강박 사고 및 트라우마 반응을 완화하는 데 매우 훌륭한 신체적·심리적 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날아오는 공의 궤적, 스피드, 타이밍에 즉각 반응해야 하는 운동은 시각-운동 협응을 극대화합니다.민수씨는 어린 시절에는 바로 대응하지 못했지만 지금 운동을 통해 바로 공의 움직임에 대응합니다. 이는 과열된 편도체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민수씨는 이제 침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혹시 한대 치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주말에 운동하면서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한결 부담이 줄어들었습니다.개인별로 자세한 것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진료, 상담을 하면서 파악해야 합니다. 기사만 읽고 자기 자신을 진단하거나 의학적 판단을 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기사에 나오는 사례는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으며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경우를 통합해서 만들었습니다. 모두 가명을 쓴 것임을 밝힙니다.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대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나쁜 성격’이 문제일까요? [.txt]
30대 남성 민수씨는 신입사원입니다. 주위에서도 항상 예의 바르고 친절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미소로 회사 내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큰 키에 단정한 슈트가 잘 어울립니다. 이런 민수씨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자신이 도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