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에릭 서덜랜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임 보건경제학자는 8월28일 건강한겨레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시대에 데이터 연결의 가치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며, 체계적인 연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식 기획위원광고“강력한 데이터 보호만으로 대중의 신뢰를 얻는 시대는 지났다. 개인정보 보호에만 매달리다보면 보건의료 데이터를 연결하고 활용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놓치게 된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7월 보건의료 분야의 ‘상호운용성’을 다룬 심층 보고서를 펴냈다. 상호운용성이란 서로 다른 의료기관과 정보시스템이 환자 데이터를 정확하게 주고받고 같은 의미로 해석해 진료와 연구에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인공지능(AI) 기술 가속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건강한겨레는 보고서 공동 저자인 에릭 서덜랜드 OECD 선임 보건경제학자를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서 만났다. 서덜랜드는 캐나다 보건부와 공중보건청에서 범캐나다보건데이터전략 사무국을 이끌었다. 오는 10일 열리는 한국보건의료정보원 연례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나선다.광고데이터 단절 방치하면 커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비용’OECD 분석에 따르면 의료체계에서 진단 오류와 관련해 발생하는 비용은 전체 의료비의 17.5%에 이른다. 잘못된 진단으로 추가 치료까지 필요해지면 그 비용은 보건의료 지출의 28.5%에 달한다. 환자 정보를 필요한 때 확인하지 못하게 하는 데이터 단절도 진단 오류를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서덜랜드는 가까운 병원 사이에서도 진료기록이 오가지 않는 현실을 예로 들었다.광고광고“차로 불과 10분 떨어진 병원에서도 이전 진료기록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의료진은 환자의 치료 이력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기록은 존재하지만 정작 진료에 필요한 순간에는 쓰이지 못하는 것이다. 데이터 단절이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신체적 피해까지 줄 수 있다는 뜻이다.”반대로 상호운용성을 제대로 갖추면 상당한 편익을 얻을 수 있다. OECD 보고서는 그 경제적 가치가 국가 보건의료 지출의 2.7∼6.6%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투자 비용을 넘어서는 편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광고기술보다 높은 조직문화의 장벽…해법은 ‘협력적 경쟁’서덜랜드는 상호운용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기술 부족보다 사람과 리더십, 조직문화를 꼽았다. 기관들이 자기 방식만 고집하는 태도를 ‘톨 포피 신드롬’에 빗대기도 했다. 톨 포피는 주변보다 높이 자란 양귀비를 뜻하는 말로, 조직에서 혼자 두드러지려 하거나 두드러진 존재를 견제하는 문화를 가리킨다.“모두 겉으로는 ‘조화’를 말하지만 속내는 ‘당신이 내 방식을 따른다면 협력하겠다’는 식이다. 기관마다 고립된 시스템을 따로 만들고 자기 해법만 돋보이기를 바란다. 그 결과 비슷한 시스템에 반복해서 투자하고, 의료체계 전체의 혁신은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그가 제시한 해법은 ‘협력적 경쟁’(Coopetition)이다. 데이터 표준과 기반시설은 공동으로 구축하되, 그 위에서 의료서비스의 질을 놓고 경쟁하자는 것이다.“도심의 고층 건물이 저마다 발전소와 수도시설을 따로 짓지 않는다. 의료기관도 데이터 표준과 디지털 인프라는 함께 만들고 공통 기반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 위에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하면 된다.”광고북유럽의 ‘노르딕 AI 맵’이 대표적 사례다. 각 기관이 개발하거나 도입한 AI 도구를 공동 지도에 공개해 비슷한 기술에 중복 투자하는 일을 줄인다. 기관별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검증된 기술의 확산도 앞당길 수 있다.데이터 연계 없는 AI, 의료진 업무만 늘릴 수도최신 AI를 도입하면 곧바로 비용이 줄고 업무가 효율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경계해야 한다. 서덜랜드는 데이터가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AI 도구만 늘리면 오히려 현장의 혼란과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이를 ‘생산성의 역설’로 설명했다.“진료기록 작성을 돕는 AI가 의사의 행정 시간을 줄이더라도, 의사는 그 시간을 환자 상담과 정밀 진료에 다시 쓴다. 따라서 병원 운영비가 단기간에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비용 절감은 다른 병원의 자기공명영상(MRI) 결과를 즉시 확인해 불필요한 검사를 막을 수 있을 때처럼 전체 데이터가 연결될 때 발생한다.”새 기술이 정착하려면 의료진의 일상적인 업무 흐름에도 자연스럽게 결합해야 한다. 의학저널 랜싯에 발표된 영국의 AI 청진기 ‘트라이코더’ 임상시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장비는 놀라운 성능을 가졌지만, 기존 전자건강기록(EHR)과 연동되지 않아 의사들은 별도 화면을 열어야 했다. 진료 과정이 복잡해지자 시간이 흐를수록 사용 빈도도 낮아졌다. 기술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기존 시스템과 연결되지 않거나 의료진 업무를 방해하면 현장에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의미다.반복되는 방어적 심사…‘데이터 스튜어드십’이 돌파구데이터 연계를 가로막는 또 다른 요인은 진료 과정에서 수집한 정보를 연구나 정책 개발에 다시 사용하는 ‘2차 활용’에 대한 불신이다. 서덜랜드는 데이터가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 제대로 구분하지 않은 것이 불안을 키웠다고 지적했다.“데이터 활용을 논의할 때 모든 목적을 흔히 ‘연구’라는 말로 묶는다. 하지만 공공 재원으로 수행하고 혜택이 시민에게 돌아가는 공익적 연구와 민간기업이 제품을 개발해 이윤을 얻는 상업적 활용은 구분해야 한다. 둘을 뒤섞어 설명하면 시민들은 불안해지고, 결국 모든 데이터 활용에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투명한 기준이 없으면 데이터를 보유한 기관들도 움츠러든다. 공익보다 유출 위험이나 평판 손상을 먼저 고려하게 되기 때문이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한 개발자가 데이터 접근 권한을 얻기 위해 9개 기관의 심사를 거치며 18∼24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각 기관이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검토한 결과였다.서덜랜드는 이를 해결할 관리체계로 ‘데이터 스튜어드십’을 제시했다. 데이터를 단순히 보관하고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기관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불필요한 절차와 장애물을 없애는 체계다.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데이터 활용의 공동 목표를 ‘환자의 건강 증진’으로 정하고 기관별 심사 절차를 조정했다. 그 결과 이전에는 18개월이 걸리던 데이터 활용 승인 기간을 3개월로 단축했다.“‘사람이 확인한다’만으로 부족…단계별 책임 분명해야”마지막으로 서덜랜드는 의료기관이 AI를 도입하고 데이터를 연계하는 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AI가 결과를 내놓더라도 최종적으로 사람이 확인하고 통제한다는 ‘휴먼 인 더 루프’ 원칙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사람이 확인한다’는 원칙이 오히려 책임을 흐리는 장치가 될 수 있다. AI의 자율성이 높아지면 모든 결과를 사람이 일일이 확인한다는 전제부터 현실과 맞지 않는다. 게다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과 위원회는 많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위원회가 결정했다’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수도 있다.”막연히 인간의 통제를 강조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AI의 개발과 검증, 도입, 사용, 사후 점검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누가 무엇을 승인하고 감독하며 책임질지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위원회에 책임을 분산하기보다 최종적으로 ‘예’ 또는 ‘아니요’를 결정하고 그 결과를 책임질 ‘챔피언’도 필요하다고 했다. 챔피언은 전권을 행사하는 개인이라기보다 기관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국가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할 책임 주체를 뜻한다. OECD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 가운데 절반가량은 보건의료 기술표준과 상호운용성을 전담하는 기구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AI는 앞으로 인류가 마주할 수많은 신기술 가운데 하나다. 훗날 AI를 뛰어넘는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질 좋은 데이터에 필요한 순간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누가 그 데이터를 관리하고 활용 결과에 책임질지도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의료 정보, 안전하게 지키되 필요할 때 제대로 연결해야” [건강한겨레]
“강력한 데이터 보호만으로 대중의 신뢰를 얻는 시대는 지났다. 개인정보 보호에만 매달리다보면 보건의료 데이터를 연결하고 활용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놓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7월 보건의료 분야의 ‘상호운용성’을 다룬 심층 보고서를 펴냈다. 상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