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광고안선희 | 논설위원실장 ‘기준금리 연속 인상’이라는 뉴스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6%에서 3.3%로 상향조정했다. 내년 성장률도 2.1%에서 2.9%로 올렸다. 3.3%는 고성장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결코 낮은 숫자는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2020년(-0.7%) 직후 기저효과로 4.7%를 기록한 2021년을 제외하면, 2017년(3.4%)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명목성장률은 무려 12~13%에 이르며 1996년(12.3%)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한국 경제는 “아이엠에프(IMF) 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2025년 6월5일,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는 말이 나올 만큼 암울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5월 한은이 내놓은 2025년 성장률 전망치는 0.8%(최종 결과는 1.1%), 2026년 전망치는 1.6%였다.지난해 380조2천억원에 그쳤던 국세수입은 올해 415조4천억원(추경 기준)+수십조원, 내년은 무려 584조4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년도에, 올해 대비 12.8%가 증가한 820조9천억원 규모의 슈퍼예산을 짰음에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3조1천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명목지디피가 크게 늘면서 국가채무비율 역시 50% 아래로 뚝 떨어지게 된다.광고수출 실적은 더욱 놀랍다. 8월까지 누적 수출액이 6933억달러로, 올해 연간 수출액은 1조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종전 사상 최대치가 1231억달러(2025년)였던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 4500억달러, 내년은 4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모두가 알다시피 이 모든 풍경을 가져온 가장 큰 요인은 반도체 초호황이다. 그리고 이는 어찌 됐든 좋은 일이다. 비록 반도체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이 언제 사그라들지 미국발 뉴스에 전전긍긍할지라도, 갈수록 높아지는 우리 경제와 주식시장의 반도체 의존도가 걱정스러울지라도, 반도체 기업 직원들의 거액 성과급 탓에 우리 사회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지지 않을지 우려스럽더라도, 이렇게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고 물가 상승을 부추기지 않을지 불안할지라도, 일단은 국민 모두가 기뻐할 만한 일이다.광고광고흔히들 반도체 산업은 고용창출 등 낙수효과가 작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정도 돈을 버는데 낙수효과가 없을 수는 없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직원들의 거액 성과급이 배는 아프지만, 두 회사 성과급 확대에 따른 소비 증가로 내년 지디피가 최고 0.12% 증가할 수 있다는 한은 분석도 나왔다. 특히 두 기업이 예고한 메가프로젝트 등 대규모 설비투자가 진행되면 고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 2010년대 반도체 호황기에도 초기에는 기업 실적 개선이 근로자 보상으로 이어졌으나, 이후 대규모 증설과 함께 고용의 기여가 점차 확대된 바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뜬다”는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의 유명한 문장은 ‘성장이 이루어지면 모든 계층의 삶이 개선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성장의 낙수효과가 줄어들고 불평등이 확대되자 ‘밀물이 모든 배를 띄우진 않는다’는 비판이 커졌지만, 밀물이 들어오면 물이 깊어져 배가 뜨기 쉬워지는 것은 사실이다.광고반도체 초호황으로 우리 경제에 밀물이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이 밀물은 썰물 때보다 많은 배를 띄울 것이다. 하지만 배가 모랫바닥에 깊게 박혀 있거나, 바위에 걸려 있거나, 손상돼 있다면, 밀물만으로 떠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배들이 함께 뜰 수 있도록 암초를 제거하고, 선체를 수리하는 것이 정부의 일이다. 더 많은 배를 띄우기 위해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이재명 대통령은 2일 ‘내년도 예산안이 성장 쪽에 집중되면서 분배 쪽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한 한겨레 사설을 엑스에 올린 뒤 “부득이하게 현재는 성장에 집중해 파이를 키울 때”라며 “이제 1년이 지났을 뿐이니 좀 더 시간을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성장지상주의자라거나 양극화 해소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장·복지 동시 확대’는 이상적이지만 비현실적”이라는 말에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이뤄낸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이 정도의 예산안을 가지고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 예산이라는 비난도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정부가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나라는 성장한다는데, 왜 내 삶은 그대로인가”라는 더 많은 국민들의 질문이다. 그리고 그 대답이 너무 늦어서는 안 될 것이다. shan@hani.co.kr
이제 더 많은 배를 띄울 차례다 [안선희 칼럼]
안선희 | 논설위원실장 ‘기준금리 연속 인상’이라는 뉴스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6%에서 3.3%로 상향조정했다. 내년 성장률도 2.1%에서 2.9%로 올렸다. 3.3%는 고성장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