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클라우디오 한나(왼쪽)가 지난 22일 경기 안산시 호텔 스퀘어에서 열린 여성 생활체육 복싱 대회 ‘퀸즈 아레나’에서 경기하고 있다. 퀸즈 아레나 제공 광고경기가 끝난 뒤 클라우디오 한나(14)는 눈물을 쏟아냈다. 30분 가까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복싱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승리했던 한나가 링 위에서 맛본 첫 패배였다. ‘8전8승’ 전승 기록은 깨졌다. 하지만 한나는 패배에 굴하지 않았다. 눈물을 닦은 한나는 “오히려 더 많은 대회에 나가고 싶어졌다”고 했다. 한나는 지난 22일 경기 안산시 호텔 스퀘어에서 열린 여성 생활체육 복싱 대회 ‘퀸즈 아레나’에 출전해 첫 경기에서 패배를 당했다. 상대는 23살 프로 자격증이 있는 선수였다. 이 대회에서 두번 우승한 기록을 포함해 직전까지 8전8승을 달리던 한나가 마주한 첫 패배였다. 대회를 위해 6㎏가량 체중까지 감량한 한나였다. 더욱이 기록이 깨진 아쉬움도 컸다. 다만 한나를 지도하는 김명곤 복싱짐의 김정우 코치는 “이겨도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가 있고 져도 훌륭한 경기가 있는데 오늘 비록 상대가 너무 강해서 졌지만 한나는 자기 플레이를 했다”며 “패배를 겪으면서 부담감이 사라졌으니 앞으로 더 한나다운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광고 모든 선수에게 패배는 값진 경험이지만, 한나에게는 더욱 그렇다. 한나는 최고 수준 선수들이 참가하는 엘리트 대회에는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필리핀 국적인 한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에 귀화해 태극마크를 다는 게 꿈이다. 하지만 한나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엘리트 대회에는 참가조차 할 수 없다. 한나가 취미로 복싱을 하는 선수들이 주로 참가하는 생활체육대회에만 나가는 이유다. 지는 경험마저 한나에겐 남들보다 귀한 이유다. 최근 이주민 인구가 많아지면서 한나와 같은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한나가 다니는 경기 안성시 김명곤 복싱짐에도 한나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출신 중학생 등이 다닌다. 하지만 이들도 엘리트 대회에는 나갈 수 없다. 실제 대한복싱협회에는 이주민들의 대회 참가 문의가 이어지지만, 이들을 향한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광고광고 규정 문제는 아니다. 대한복싱협회 경기인 등록 규정은 외국인도 국제복싱협회 규정과 국내법 허용 범위에서 협회 허가를 받아 선수 등록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진학과 취업 문제가 걸린 엘리트 대회에 외국인 선수가 참가하는 걸 반대하는 협회 안팎 여론에 밀려 외국인 선수의 경기인 등록이 막히고 있다.클라우디오 한나가 지난 7월14일 복싱짐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한나는 지난 5월 외국인의 엘리트 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건 인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광고 한나는 첫 패배에 대해 “처음 져보니까 너무 분해서 눈물까지 난 것 같다”며 “제가 많이 성장할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더 많은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한나는 이날 탈락 뒤에도 오후 늦게까지 경기를 지켜봤다. 링 위를 바라보는 한나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