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클립아트코리아 광고 한채윤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8월23일 제주에서 일곱 가족과 ‘성평등 가족 놀이 워크숍’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청의 ‘2026년 양성평등운동 지원사업’ 기금을 바탕으로 사업 수행 기관과 남다른성교육연구소가 협력해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 처음엔 엄마·아빠·아이로 나누어 각 그룹 특성에 맞게 준비된 질문에 답하며 속마음도 털어놓고, 가사·돌봄 체크리스트도 만들고, 노는 시간을 보냈다. 엄마 그룹의 가장 큰 고민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이는 개인의 하소연이 아니다. 지난 6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국민시간이전계정’ 결과를 보자. 국내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582조4000억원으로 한국 명목 국내총생산(GDP) 2556조와 견주면 5분의 1을 웃돈다. 이 582조원의 73%를 여성이 생산한다. 과거와 견줘 남성의 가사 참여가 늘었음에도 격차가 여전한 이유는, 일상을 미리 내다보고 계획하는 ‘보이지 않는 정신적 가사·돌봄’을 여전히 놓치고 있어서다.광고 이런 통계는 워크숍에서도 드러났다. 아빠 그룹 참여자는 모두 ‘좋은 아빠와 남편’이 되길 꿈꾸었지만 자녀의 학급이나 가장 친한 친구, 담임선생님 이름을 대는 일도 어려웠다. 가사돌봄을 36개 항목으로 나눈 체크리스트를 작성한 뒤 아빠들은 나름 가사를 잘 나누고 있다고 자부하며 살았는데 아니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가족의 일정 관리, 사회적 관계 유지, 식사 계획 등 집안을 고요히 지탱해 온 정신적 노동이 눈에 보이기 시작해서다. 아빠들은 아이가 아플 때 직접 병원에 데려가거나 집안 경조사 선물을 챙기는 등 실질적인 돌봄 주체로 서 보겠다는 다짐을 건넸다.광고광고 흔히 성평등에 동참하겠다고 할 때 남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엄마 일을 돕겠다”고 말한다. 돌봄의 1차 책임자가 엄마라는 전제가 깔렸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워크숍은 “엄마를 돕는 일”에서 “내 삶을 스스로 챙기는 일”로 시선을 옮기는 자리였다. ‘엄마가 깨우기 전 스스로 일어나기’와 같은 걸 해보겠다는 결정은 권리와 책임을 지닌 독립된 주체로 서는 연습이기도 하지만 부모도 성평등 실천 주체에 자녀가 포함된다는 걸 깨닫는 계기이기도 했다. 인상 깊었던 또 한가지는 성평등 가족이 되면 무엇이 좋아질지 물었을 때였다. 가장 많이 나온 답은 뜻밖에도 “싸우지 않는다”와 “대화가 많아질 것 같다”였다. 이를 뒤집어보면 지금껏 가족 간의 말다툼과 대화 단절의 많은 이유가 서로 짊어진 짐의 무게를 미처 헤아리지 못한 일상의 날 선 긴장 때문이었단 뜻이 된다. 그렇다. 성평등한 가족이란 가사 노동을 기계적으로 반반 나누는 걸 뜻하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주체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민주적인 관계가 되는 걸 말한다. 다시 말해 연령과 성별 고정관념에 시달리지 않고, 가족 내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느끼고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할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워크숍 마무리는 작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는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며 ‘미리 주는 상장’을 직접 만드는 풍경으로 채워졌다.광고 진정한 성평등은 청소 같은 육체적 분담을 넘어, 일상을 내다보고 챙기는 ‘정신적 노동'의 무게를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된다. 누군가 희생을 담보로 유지되는 평화는 아슬아슬하다. 불평등을 느꼈을 때 안심하고 꺼내어 다듬을 수 있는 민주적인 관계, 그리하여 덜 싸우고 더 깊이 대화할 수 있는 일상. 제주에서 나눈 소박한 약속이 각 가정의 삶에서 담담히 작동하기를 기대한다.
무엇이 성평등 가족을 만드나 [한채윤의 비 온 뒤 무지개]
한채윤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8월23일 제주에서 일곱 가족과 ‘성평등 가족 놀이 워크숍’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청의 ‘2026년 양성평등운동 지원사업’ 기금을 바탕으로 사업 수행 기관과 남다른성교육연구소가 협력해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 처음엔 엄마·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