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게티이미지뱅크 광고서울에서 살아온 기초생활수급자 ㄱ(70대)씨는 최근 병세가 심해져 요양원 입소를 알아봤으나 서울에서는 들어갈 만한 시설을 찾지 못했다. 결국 ㄱ씨는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노인요양시설로 주소지를 옮겨 입소했다. ㄱ씨처럼 다른 지역에서 경기도로 전입해 요양원에 입소하는 고령 수급자가 급증하면서 경기도와 도내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 부담이 크게 늘었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해 요양시설이 집중된 경기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원정 입소’가 줄을 잇는 가운데 수급자가 요양급여 대상이 되는 순간 국비 지원이 완전히 끊기는 제도가 배경에 있다. ■ ‘요양 인프라 블랙홀’ 된 경기도 25일 경기도가 집계한 ‘시·도별 노인요양시설 현황’을 보면, 2025년 12월 말 기준 전국 노인요양시설(요양원) 4682곳 가운데 36.1%인 1688곳이 경기도에 있다. 서울(233곳, 5%)과 인천(433곳, 9.2%) 등 다른 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를 압도하는 수치다. 경기, 서울, 인천은 수도권 인구 약 2600만명 중 52.6%, 35.7%, 11.7%씩을 나눠 갖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만 따질 때 노인요양시설 분포는 각각 71.7%, 9.9%, 18.4%로 불균형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울에 있어야 할 시설들이 경기도로 많이 빠져나와 있는 셈이다.광고 경기도 안에서도 특히 땅값과 건물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북부에 요양시설이 몰려 있다. 고양시가 168곳(10%)으로 가장 많고, 남양주시가 135곳(8%)으로 뒤를 잇는다. 김웅규 남양주시 노인시설지원팀장은 “서울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높아 노인복지법 원칙상 토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하는 요양시설 설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서울의 시설 수요가 자연스럽게 경기 북부권으로 대거 쏠리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장기요양시설 수급자 전입·입소 추이’를 보면, 지난해 기준 도내 요양시설 신규 입소자(3417명) 중 35.2%가 외부에서 전입한 수급자였다. 이 가운데 731명은 도내 시·군에서 이동, 472명은 다른 시·도에서 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시·도에서 전입한 이들은 2023년에 견줘 23.2% 늘었다.광고광고 원칙적으로 시설에 장기 입소할 경우 실제 거주지로 전입신고를 해야 하지만,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면 기존 주소를 유지할 수 있는 예외 절차가 있기는 하다. 전세 계약이 문제 되거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가족과 함께 거주하기 때문에 주소를 옮기면 복지 혜택 감축 등 불이익이 우려되는 경우 등이다. 이런 경우 기존 주소지 관할 행정청과 신규 거주지 행정청 간의 행정 협약을 통해 주민등록상 주소를 기존 지역으로 유지하고 복지 급여 및 행정 비용을 기존 주소지 행정청이 계속 부담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번거로운 협약 절차 등 행정적·비용적 부담 때문에 사실상 전입신고가 강제되는 실정이다.지난해 3월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도내 노인전문요양원을 방문해 식사 보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경기도 제공 ■ ‘국비 0원’…1인당 연 3240만원 지방비 이런 인구 이동은 지방정부 재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현행 법령상 기초생활수급자가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을 때는 의료급여 비용의 80%를 국가(국비)가 지원하고 나머지 20%를 지방정부가 부담한다. 하지만 수급자가 장기요양급여 등급을 받아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거나 재가급여를 받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58조 등에 따라 국비 지원율은 즉시 0%로 떨어지고, 100%를 지방비(광역단체+기초단체)로 부담하는 구조가 된다. 요양시설에 입소하면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시·군)가 50%씩, 재가급여는 각각 10%와 90%를 부담한다.광고 요양시설 입소 수급자 1인당 발생하는 의료급여 부담금은 월평균 약 270만원, 연간으로는 3240만원에 이른다. 다른 시·도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명이 경기도 내 요양원으로 전입할 때마다 경기도와 해당 시·군이 매년 3200만원 이상의 복지비를 추가로 짊어지는 셈이다. 경기도의 의료급여 부담금은 2023년 6170억원에서 2024년 7077억원, 2025년 7898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9301억원에 이르게 됐다. 경기도의 장기요양 관련 예산은 연평균 14.7%씩 늘고 있다. 서울시와 비교해 보면, 노인 인구 대비 노인요양급여 재정 부담 불균형의 심각성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해 말 기준 만 65살 이상 인구는 경기도가 약 253만명(전국 비중 22.6%), 서울시가 약 194만명(17.4%)으로 5%포인트가량 차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올해 장기요양급여 소요액은 경기도가 9301억원(25.0%)인 반면, 서울시는 4443억원(11.9%)에 그친다. 경기도 입장에서는 서울에서 출발한 돌봄 수요와 재정 부담을 떠안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재정 부담뿐만이 아니다. 고령자가 원래 살아온 지역의 시설 부족에 따라 연고가 없는 지역으로 가게 되면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되거나 멀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가리켜 ‘돌봄 난민’이란 말도 생겼다. ■ 장기요양 국비 지원 확대 요구 경기도 시·군 중 이런 문제로 재정 부담을 가장 크게 안고 있는 곳은 남양주시다. 남양주시의 장기요양 의료급여 부담금은 지난해 776억원(도내 비중 8.3%)으로 도내 31개 시·군 중 1위를 기록했다. 남양주시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매년 100억원 이상 관련 예산이 증가하는 추세다. 고양시(734억원), 부천시(611억원), 안산시(537억원), 의정부시(529억원), 파주시(511억원)가 그 뒤를 잇고 있다.광고 양주시와 고양시 등 경기 북부 일부 지역은 조례를 제정해 노인장기요양기관 지정 총량제를 도입하는 등 장기요양기관의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한 대책을 시행 중이다. 이는 사실상 노인요양시설 진입 장벽을 높이는 방식으로 외부에서 유입되는 시설 입소자를 줄여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한 조처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가 돌봐야 할 약자들이 사는 시설이 기피 시설처럼 여겨지는 부작용도 있다. 양주시 관계자는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문제 삼거나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총량제였다”고 했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근본적인 국비 지원 체계 개편 없이는 지방 재정의 고사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적 복지 체계의 부담을 지방정부에 지나치게 전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기도와 일선 시·군들은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법령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의료급여 수급자의 장기요양 비용 부담을 국가 사무로 전환하거나, 최소한 일반 의료급여 수준인 80% 이상으로 국비 지원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준희 경기도 노인시설팀장은 “지금 추세라면 내년도 경기도 장기요양 재가·시설 급여 소요액은 1조7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늘어나는 노령인구, 장기요양급여 증가세, 타 시·도 유입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 제도 개선을 지속해서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