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광고 신임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금융개혁을 ‘국민주권 금융개혁’으로 제시했다.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국민참여형 펀드 확대, 정책서민금융과 금융소비자 보호가 주요 내용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제도화도 포함됐다. 당대표 직속 국민자산·금융혁신특별위원회도 만들겠다고 했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자산형성 기회를 넓히겠다는 문제의식은 옳다. 그러나 금융개혁은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같은 그럴듯한 새 상품을 소개하는 일이 아니다. 국민에게 더 많은 투자위험을 떠넘기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금융개혁은 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하고 투자자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장기투자의 과실을 넓게 나누고, 금융취약계층을 불법금융에서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용자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국가 인프라를 만드는 일이다. 이 순서를 거꾸로 세우면 금융혁신은 혁신이 아니다. 변동성을 조장하는 정책으로 변질될 뿐이다. 금융과 경제성장의 관계에 관한 실증 연구가 보여주는 사실도 분명하다. 투자자보호가 충실한 나라일수록 주식·채권시장이 더 발달한다. 이렇게 형성된 금융시장은 저축을 생산적 투자로 연결한다.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을 낮추고 경제성장을 뒷받침한다. 법과 제도가 투자자의 권리를 지켜주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기업은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운영되기 쉽다. 일반 국민은 장기투자를 피하고, 시장은 변동성에 더 취약해진다. 김 대표가 경제성장을 중요시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성장의 마법을 쥔 듯 금융혁신을 말해서는 안 된다. 금융은 실험이 실패해도 창업자와 일부 투자자만 손실을 지는 분야가 아니다. 잘못 설계된 금융상품의 손실은 개인투자자와 연금가입자에게 돌아간다. 납세자와 금융시장 전체도 그 비용을 떠안는다. 변동성이 폭발하는 장세에서는 위험관리 수단과 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전문 투자자보다, 뒤늦게 진입한 개인투자자가 더 큰 손실을 보기 쉽다. 그 후폭풍 속에서 집권세력의 재신임이나 정권 재창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광고 ■ 이재명 정부 ‘상법 개정’ 자본시장 활성화 첫걸음 이재명 정부 집권 첫해에 민주당이 주도한 상법 1·2·3차 개정은 자본시장 활성화의 중요한 출발이었다. 1차 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넓혔다. 2차 개정은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강화했다. 3차 개정은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김 대표의 금융정책에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음 단계의 로드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가 제시한 디스커버리는 민사소송에서 당사자가 상대방이 보유한 관련 문서와 증거의 제출·열람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증거개시 제도다. 디스커버리는 합병·분할·내부거래·유상증자처럼 이해충돌 우려가 큰 거래에서 특히 필요하다. 일반주주가 이사회 문서, 가치평가자료, 전자우편 등 관련 증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극심한 정보비대칭을 줄여야 일반주주가 소송에서 승소할 확률이 높아진다. 광고광고 하지만 디스커버리제 도입 하나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도 줄어들지 않는다. 후속 입법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올해 정기주주총회는 그 이유를 잘 보여줬다. 정부와 민주당의 노력으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예고되자, 일부 지배주주는 이사 수 상한을 새로 만들거나 낮추려 했다. 일반주주가 추천한 이사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미리 좁히려는 움직임이다. 이사 정원이 줄면 집중투표의 실효성도 낮아진다. 주주제안을 통해 독립된 이사를 선임할 기회도 함께 줄어든다. 자사주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경영상 목적’을 근거로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처분할 수 있는 정관 조항을 새로 마련했다. 자사주 의무소각의 취지를 우회하려는 시도다. 집권 1년차 상법 개정은 시장 전체의 제도 리스크를 낮추는 중요한 변화다. 그러나 법 개정만으로 개별기업의 지배구조 위험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6월 분석에서 코스피 805개 종목 가운데 549개사, 전체의 68.2%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이었다. 이 비율은 연초보다 오히려 소폭 늘었다. 먼저 상법을 더 손봐야 한다. 주주제안 요건을 낮추고 이에스지(ESG)와 장기 기업가치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을 허용해야 한다. 전자투표와 전자주주총회도 실질화해야 한다. 임원 보수를 주주가 통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겸직보수·퇴직금·성과보수 산정근거를 공시하고, 허위 재무정보에 기초한 성과보수는 환수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시장법도 고쳐야 한다.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할 때에는 모회사 주주 신주우선배정과 주주보호방안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계열사 합병에는 소수주주 과반결의와 합병검사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는 수탁자 책임 활동을 통해 배당·자사주·내부거래·합병·이사회·보수를 점검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으로 지주회사 의무지분율 예외와 자사주를 통한 사익편취 규제 회피도 막아야 한다.광고 ■ 인공지능과 디지털 자산의 차이, ‘생산성 향상’ 김 대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 제도화를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디지털자산이 곧 ‘혁신’이나 ‘실용’의 표지는 아니다. 혁신이나 실용의 기준은 민생이다. 국민에게 실제로 더 큰 편익을 주는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지가 기준이어야 한다. 실물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을 축적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AI)과 가상자산을 같은 반열에 놓는 순간 정책은 현실성을 잃는다. 인공지능은 제조·연구·의료·행정·서비스 현장의 업무에 직접 투입된다. 문서 작성과 번역, 고객상담, 소프트웨어 개발, 품질관리, 연구지원에서 시간을 줄이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업 단위 연구에서 인공지능 도입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킨다고 정리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최근 실험에서는 고객 상담, 소프트웨어 개발, 컨설팅 같은 특정 과업에서 평균 생산성이 5%에서 25% 이상 높아진 사례도 확인됐다. 코딩과 컨설팅 품질은 훨씬 더 좋아진다. 거시적으로도 인공지능이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OECD는 미국에서 인공지능이 향후 10년간 연간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0.25~0.6%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효과의 크기는 산업별 도입 속도, 노동자의 숙련, 경쟁정책과 제도설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어떤 경로로 생산성이 높아지는지는 분명하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업무를 보완하거나 일부 과업을 자동화해, 같은 시간과 자원으로 더 많은 산출을 만들 가능성을 지닌 기술이다. 가상자산은 다르다. 가상자산 업계는 더 빠르고 싼 국경 간 지급결제, 그리고 금융포용을 약속해 왔다. 여기서 금융포용이란 은행계좌나 신용기록이 부족한 사람도 저렴하고 안전하게 결제·송금·저축 같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 주요20개국(G20)의 공동 보고서는 가상자산이 내세운 더 빠르고 싼 지급결제와 금융포용이 아직 충분히 실현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가격 변동성, 높은 현금화 비용, 디지털 접근성의 제약, 규제 공백이 실제 이용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통화 실험은 이를 보여준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2021년 비트코인에 법정통화 지위를 부여하고 암호지갑 등록자에게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했다. 그러나 현지 조사에서 약 98%의 기업은 비트코인으로 판매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암호지갑을 통한 송금도 1년 평균 전체 송금의 1.75%에 그쳤다. 법정통화 지위와 보조금만으로 지급결제가 확산되거나 금융포용이 저절로 개선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광고 ■ 금융개혁의 성패, ‘안심하고 투자할 환경’에 달렸다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해서 국가 전체의 생산성 향상이나 지속적인 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실증근거도 제한적이다. 실물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라면 기업과 가계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자발적으로 채택하는데 엘셀바도르의 실험결과는 실망스럽다. 또, 외화표시 스테이블코인이 널리 쓰이는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통화대체, 자본유출, 은행예금 이탈, 통화정책 전달경로 약화도 우려해야 한다. IMF 보고서는 이런 조건에서 소비·투자·산출의 거시적 충격이 더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김 대표의 금융개혁은 국민이 안심하고 장기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디스커버리와 후속 입법으로 투자자보호를 강화하고, 상법·자본시장법·공정거래법을 정비해야 한다. 디지털자산 산업을 배척하자는 뜻이 아니다. 도입 효과에 대해 과장하지 말자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기대를 부풀리다가 한번 삐끗하면 정권에 대한 불신과 증오는 금세 돌아온다. 디지털자산은 이용자보호와 금융안정규율 아래 제한적으로 확대하면 된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