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배달 라이더 노동자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광고한승범 | 한류연구소장 2014년 세월호 참사, 2022년 이태원 참사는 우리에게 생명의 존엄과 국가 안전망이라는 무거운 화두를 던졌다. 그러나 우리가 안전을 절규하는 사이, 가장 가까운 도로 위에서는 매년 그 참사를 웃도는 구조적 인명 손실이 조용히 반복된다. 이륜차 사고로 매년 450명 안팎이 목숨을 잃고, 3만명에 달하는 부상자가 쏟아진다. 1990년대 이후 사륜차 사망률은 급감했지만, 유일하게 이륜차 사망률만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연도별 통계에 따르면, 2013년 5092명이었던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10년 뒤인 2023년에는 절반 수준(2551명)으로 줄었다. 반면, 이륜차(원동기장치자전거 포함) 사고 사망자는 연간 400~500명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이륜차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10%대 초반에서 최근 20%까지 두배 가량 증가했다. 참사 앞에서는 온 국민이 멈춰 서지만, 도로 위에서 쏟아지는 죽음 앞에서는 국가도 사회도 기이할 정도로 눈을 감고 있다.척박한 준법 의식을 가진 일부 라이더(이륜차 운전자)들의 일탈도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비극의 진짜 원인은 기계공학적 원리를 무시한 국가의 기형적 면허 제도와 배달 플랫폼 기업의 잔인한 알고리즘에 있다. 현행법은 4륜 자동차 면허만 있으면 125㏄ 이하 이륜차를 무시험으로 몰게 허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도로교통 법규를 살펴보면, 이토록 비상식적인 제도를 방치하는 회원국은 사실상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대다수 국가는 배기량과 무관하게 이륜차 조종을 위한 별도의 실기 훈련 수료나 독립된 이륜 면허 취득을 법으로 엄격히 강제하고 있다. 철제 프레임조차 없는 이륜차는 맨몸이 곧 범퍼가 되는 치명적 구조다. 사륜차는 좌우로 핸들만 꺾으면 되는 2차원의 평면적 기계다. 반면 이륜차는 차체를 눕히는 ‘카운터 스티어링’ 기술과 미세한 체중 이동으로 방향을 잡는 3차원의 입체적 기계다. 이를 척수 반사로 체화하지 않으면 도로에서 생존할 수 없다. 사륜차 면허로 이륜차를 허용하는 것은, 세발자전거를 탈 줄 안다고 훈련 없이 여객기 조종석에 앉히는 것과 같은 명백한 직무 유기다.광고1970년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허트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면허 소지자의 이륜차 사고 위험도는 정식 면허 소지자의 2.85배, 지인에게 배운 사람의 사고 확률은 전문 교육 이수자의 3.4배에 달한다. 1000만대의 이륜차를 보유한 일본은 4륜 면허 소지자의 2륜차 운전을 엄격히 금지하며 철저한 실기 훈련을 강제한다. 그 결과 연간 사망자는 500명, 전체 부상자는 2만명대 수준으로 철저히 통제된다. 반면 고작 240만대를 보유한 한국은 매년 450명의 사망자와 3만명의 부상자를 내며 일본보다 4배 이상 높은 치명률을 기록 중이다.필자 역시 최근 125㏄ 스쿠터를 타기 위해 일부러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하며 수십시간 땀 흘려 연습했다. 체계적 훈련을 받고 최첨단 방화복을 갖춘 소방관도 불구덩이 속에서는 찰나의 변수로 희생되곤 한다. 하물며 아무 지식 없이 4륜 면허증 하나만 쥐고 도로로 내몰린 청년들은 무방비로 불구덩이에 던져진 셈이다. 여기에 배달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은 비극의 방아쇠를 당긴다. 예측 불가능한 콜(배달 요청) 배정과 보너스 미션 등 파친코를 완벽히 빼닮은 도박성 인터페이스는 뇌의 도파민을 자극해 운전자를 극도로 중독시킨다. 쉴 새 없이 번쩍이는 실시간 할증 요금표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맹목적 속도 경쟁으로 내몬다. 뼈가 부러지는 치명상을 입고도 다시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은 이 치명적 중독 때문이다. 기업은 청년들의 심리적 취약성을 파고들어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 사고와 재활 비용은 국가 건강보험 시스템에 떠넘기고 있다.광고광고이 거대한 비극을 멈추려면 두가지 축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첫째, 국가는 기형적인 면허 제도를 당장 폐지하고 4륜과 2륜 면허를 분리해 실기 교육을 법제화해야 한다. 둘째, 플랫폼 기업은 국회 입법을 기다릴 것 없이 당장 안전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자발적으로 2종 소형 면허를 따고 2~3일간의 실기 교육을 이수한 라이더에게 콜 배차 우선권을 주거나 수수료를 10~20% 인상해 주는 강력한 제도를 통해, 도파민의 방향을 곡예 운전이 아닌 안전으로 틀어야 한다. 라이더의 피와 땀으로 부를 축적한 기업의 이윤 환원은 시혜가 아니라 마땅한 책무다.당장의 비용과 민원 저항을 핑계로 매년 수만명이 다치는 구조를 방치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매년 300명의 생명을 구하고 수만명의 부상을 막는다면, 이는 청년 노동 인구 손실을 막고 천문학적인 의료비 누수를 절감하는 압도적인 국가 재정 흑자 정책이다. 만성적 구인난에 시달리는 플랫폼 기업 역시 숙련된 라이더를 보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거대한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된다. 기계의 물리 법칙과 국민의 생명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 이 이중의 개혁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도로 위에서 매일 스러져가는 생명들을 향한 무책임한 방관을 이제는 멈추어야 할 때다.
정부·기업의 ‘직무 유기’가 이륜차 사망 부른다 [왜냐면]
한승범 | 한류연구소장 2014년 세월호 참사, 2022년 이태원 참사는 우리에게 생명의 존엄과 국가 안전망이라는 무거운 화두를 던졌다. 그러나 우리가 안전을 절규하는 사이, 가장 가까운 도로 위에서는 매년 그 참사를 웃도는 구조적 인명 손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