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김승모 노동자 사망사고 조사 결과 및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광고임두혁 | HL만도 노동자 자동차 부품업체 에이치엘(HL)만도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사망사고는 산업안전의 실패가 곧 기업 지배구조의 실패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광고 전국금속노동조합 사고조사서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낮 12시48분께 에이치엘만도 평택공장 복합가공설비(MCT) 12호기 내부에서 고 김승모(28)씨가 점검 작업을 하던 중, 원청 관리자가 내부 작업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시운전을 지시하면서 김씨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사고 당일 두 외주업체가 인접해 작업했지만, 작업지휘자는 배치되지 않았고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가 없었다. 사고가 난 설비에는 사람이 안에 있으면 동력이 차단되는 장치인 ‘인터록’이 없었다. 복합가공설비 248대 가운데 100여대가 인터록이 없는 구형으로 노조 조사에서 확인됐다. 2016년에도 구형 설비에서 내부 작업자를 확인하지 않은 채 기계를 작동시킨 유사 사고가 있었다. 문제는 사고에만 있지 않다. 에이치엘만도는 대표이사가 노사협의회 당연직 사용자위원에서 빠져 최근 관할 노동청으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고, 2분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아 노동부에 진정도 제기된 상태다. 법정 노사참여기구가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면 현장의 위험이 최고경영진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안전시스템이 제 역할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광고광고 더 근본적인 문제는 최고노무관리책임자(CLO)와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를 한 임원이 겸임하는 구조다. 법이 요구한 것은 직함이 아니라 인력과 예산, 작업 중지와 설비 개선 권한을 갖춘 실질적 관리체계였다. 최종 결정권은 최고경영진에 남겨둔 채 특정 부사장에게 최고안전관리책임자 책임만 집중시켰다면, 최고안전관리책임자 제도는 책임 있는 안전시스템이 아니라 방패막이가 된다. 최근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안전보건 업무와 최종 결정권이 최고안전관리책임자에게 전적으로 위임된 사안에서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볼 수 없다’며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렇다면 최고안전관리책임자 제도가 안전을 강화하는 장치가 맞는지, 최고경영진의 책임을 우회하는 장치가 아닌지 더욱 엄격히 따져야 한다. 겸임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고안전관리책임자가 최고노무관리책임자 권한까지 행사하며 사고 조사와 자료 접근, 관계자 면담·진술 취합,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노조 대응 등에 관여한다면 조사 대상과 조사·대응 권한이 분리되지 않는 이해상충이 발생한다. 사내 조사의 독립성과 수사기관에 제출되는 자료·진술의 형성 과정에 대한 신뢰에도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광고 결국 이 위험을 통제할 최종 책임은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있다. 대법원은 건설사 입찰 담합 사건에서 사외이사를 포함한 모든 이사가 큰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업무에 관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작동하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내부통제시스템이 없는데도 시스템 구축을 촉구하지 않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의심할 사정이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 경우 사외이사 역시 감시 의무 위반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담합으로 인한 과징금이 문제 된 사건에서도 이사의 감시 의무를 엄격히 물었다면, 노동자의 생명이 희생된 중대재해의 위험을 예방하고 통제하는 데에도 같은 내부 통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에이치엘만도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까지 맡고 있다. 이는 회사가 선택한 지배구조다. 경영진의 업무 집행을 감독해야 할 이사회 의장을 업무 집행 책임자가 맡는 구조에서, 이번 사고에 관한 이사회의 독립적 조사와 책임 규명이 가능한지 답해야 한다. 나아가 안전이 경영 판단의 후순위로 밀리지 않았다는 것도 이사회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에이치엘만도 이사회는 대표이사에게 사고 조사와 자료 접근, 노조·산업안전보건위원회 대응 등에서 해당 임원을 즉시 배제하도록 요구하고 그 이행을 감독해야 한다. 감사위원회는 외부 전문가와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독립 조사 체계를 구성하고 관련 자료를 보존해야 한다. 최고안전관리책임자·최고노무관리책임자 겸임 구조를 재검토해 안전보건조직이 생산·노무 관련 이해로부터 독립해 이사회에 직접 보고하도록 하고, 인터록 미설치 설비 개선과 전사 안전 점검, 재발 방지 대책의 예산과 일정 등을 이사회 안건으로 의결해 공개해야 한다. 책임경영은 사과문이 아니라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고 이해상충을 끊는 이사회의 결단으로 증명된다. 그 결단이 없다면 사고 이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이사들도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