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스틸컷. 제이티비시 제공광고강지나 | 교사·‘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저자 제주에서 일어난 4건의 실종과 사망사고 소식을 접하고 착잡하다. 아직 정확한 사인이 나오지 않아 단정하기 어렵지만 실종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자료를 찾아보았다.연간 성인 실종 신고는 약 7만건이고, 이 중 사망으로 발견되는 사례가 연평균 1300여명에 이른다. 자살로 시선을 돌려보면, 한해 1만397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2023년 기준). 인구 비율로 보면 10만명당 27~29명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2020년 서울아산병원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집단이 정상 집단보다 자살률이 약 3.8배 더 높았다. 질병관리청은 2023년 기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우울감 경험률’이 성인 인구의 11.6%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이렇게 우울하고 자살을 많이 하는 사회가 됐을까?광고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학교 다닐 때부터 직장에 들어간 후까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며 개인의 ‘인적 자본’을 관리해야 하는 시스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안 그러면 도태되어 시스템에서 ‘부적격자’로 밀려난다. 대도시에 있는 웬만한 대학은 나와야 하고,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등 안정된 일자리를 얻어야 하며, 수도권에는 주거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하고, 주말엔 달리기나 필라테스를 하고 건강한 식습관과 체중 관리를 해야 한다. 인간관계도 인적 자본을 관리하는 선에서 형성된다. 친구는 나와 취향이 맞거나 관점이 비슷한 사람으로, 불편한 사람은 쉽게 카톡에서 지워버린다. 인적 자본을 잘 관리하는 사람의 전형이 이런 모습 아닐까?문제는 인적 자본이 없는 사람에게 우리 사회가 매우 가혹하다는 데 있다. 지난 5월에 종영한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황동만이라는 일종의 부적격자를 보여준다. 20년째 시나리오를 쓰고 있지만 매번 공모전에서 떨어지고, 밉상 짓만 골라서 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멸시당하고 따돌려진다. 하지만 주위 인물들도 열등감, 자기 연민, 불안 등을 갖고 있다. 모두 자신이 ‘무가치’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무가치’하다고 낙인찍히면 사회적 인정과 자원, 기회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적격자’들에게만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소득 양극화, 수저 계급론, 지역 소외 등이 모두 그런 현상들이다.광고광고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부적격자의 출산을 억제하고 존재를 절멸시켜 특정 집단의 질적 향상을 꾀한 것이 우생학이다. 우생학적 사고를 확장하여 사회 전반의 제도, 정책, 문화에 인적 자본 관리가 잘된 적격자를 우대하고 부적격자를 배제하는 시스템을 ‘우생 사회’라고 한다. 배제되는 사람들 안에는 노인, 장애인, 성소수자, 빈곤층, 탈학교 청소년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가 포함된다. 우생 사회를 신봉하고 내면화할수록 우울증과 자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사람들은 우생 사회 안에서 위안을 찾으려고 명상을 하거나 마음 챙김 콘텐츠를 찾아본다. 엠제트(MZ)들은 템플 스테이나 산을 찾는다고 한다. 인적 자본을 챙기는 것이 개인의 몫이기 때문에 불안을 잠재우는 것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개인의 무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광고우생 사회를 극복하려면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내가 골방에 박혀 에스엔에스(SNS)만 보고 있다 해도, 조회 수로, 그리고 나를 보는 가족, 친구, 이웃들에게 영향을 주고 그 결과가 다시 내게 돌아온다. 그러므로 고립된 개인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연결된 존재로서 이웃의 손을 잡아야 한다. 그가 비록 아프거나 장애가 있어도, 기술이 없고 미숙해도, 가난하거나 늙었어도, 성격이 괴팍하고 관점이 달라도 손을 거둬들일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왜냐면 나도 언젠가는 아프고, 새로운 분야에 미숙하고, 늙거나 가난해질 테니 말이다. 그와 내가 함께 돌보는 사회만이 우생 사회를 넘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