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서성이다 l 장강명 지음, 현대문학, 1만5000원 광고소설가 장강명은 기자였다. 그의 소설은 주로 사회 문제를 소재로 한다. 청년 자살(‘표백’)이나 인터넷 여론 조작(‘댓글부대’), 혹은 학교폭력(‘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따위다. 그의 소설에서는 세상과 불화하는 이가 스스로 부조리가 되어 세상의 문제를 드러낸다. 기자 장강명처럼, 소설가 장강명의 시선은 항상 ‘밖’을 향했다. 자전적 소설인 신간 ‘서성이다’에서 장강명은 ‘안’으로 눈을 돌린다. ‘서성이다’는 자신의 아내 김새섬씨가 지난해 뇌종양의 하나인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은 뒤 3일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1인칭 시점이 어울리는 소설이지만 장강명은 주인공을 애써 ‘그’로 칭한다. 그리고 그간 세상을 탐구한 것처럼, ‘그’를 처절하게 들여다본다. 성공한 작가인 그는 자신을 소시오패스라고 부를 정도로 타인에게 무감하고 늘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 단단한 정체성이 허물어지는 데에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상실의 공포 앞에서 그의 ‘추구미’는 뭉텅뭉텅 썰려나갔다. 어릴 적 등졌던 신에게라도 빌어볼까 번민하고, 병원과 도로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는 자아라고 굳게 믿었던 것이 껍질에 불과했고, 하찮고 불필요하다 여기던 것이 자신의 본질이었다는 자각에 끝내 굴복한다. 성공을 위해 직선거리만 질주했던 그는 결승선을 잃은 채 서성이며 침몰한다. 그 침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와 함께 슬픔에 젖은 나를 발견하게 된다. 광고 이 책은 픽션에서 빠져나온 현실의 장강명이 2026년 여름의 어느 날 아내의 병실에서 휴대폰으로 쓴 ‘작가의 말’로 끝난다. 그의 아내가 두번째 뇌수술을 받은 며칠 뒤다. 끝내 신을 버리지도, 의지하지도 못하는 그는 책을 읽는 이들에게 당부한다. “종교가 있으신 분들은 제 아내 김새섬 그믐 대표를 위해 빌어주십시오. 염치없게 부탁드립니다.” 소설을 모두 읽은 뒤라면, 그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는 필멸자다. 필연적 소멸 앞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다. 그러기에 기적을 바라며 연대한다. 그 나약한 연대가 절대자에게 조금이라도 닿기를 기도한다.광고광고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