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1970~80년대 ‘역사적 죽음’에 시 접어 대신한 소설에 “개인성 낄 틈 없었다” 데뷔 7년차 첫 소설집 ‘전환기 총서’로1983년 중편 소설 ‘말의 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찬 작가가 올 5월6일 한겨레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장편 ‘그들이 있었던 곳’을 막 출간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광고나의 첫 책 l 정찬 작가 ‘기억의 강’광고 나의 첫 책은 소설집 ‘기억의 강’이다. 1989년 11월30일 현암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전환기 작가총서’의 아홉번째 작품이었다. ‘전환기 작가총서’는 홍정선, 성민엽, 김사인 등 여섯명의 젊은 평론가와 시인들이 기획한 시리즈로, “우리 시대를 전환의 시대로 새롭게 규정하기를 원하는 우리는, 그래서, 변혁의 시대에 감응하여 당대의 문학적 자리매김과 앞으로의 전망을 터주는 의미 있는 소설 작품을 가려내고 갈무리하여 문학을 통한 사회 준거의 틀을 제시하려 한다”는 선언과 함께 시작되었다.광고광고 편집위원들은 ‘기억의 강’에 대해 “언어와 권력의 문제를 집요하게 천착함으로써 삶의 진실성에 상응하는 말의 정직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이 시대의 첨예한 문제들과 엇물려 드러난다”고 평가했다.기억의 강 l 정찬 지음, 현암사(1989, 현재는 절판) ‘기억의 강’이 세상에 나온 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1990년 6월27일, 문학평론가 김현은 마흔여덟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고 일기 ‘행복한 책 읽기―김현의 일기 1986-1989’(문학과지성사, 1992)에는 ‘문학과 사회’(1989년 가을호)에 발표되고 ‘기억의 강’에 수록된 중편 ‘수리부엉이’에 대한 독후감이 남아 있다. 그 글 가운데 “관념이 너무 합리적이고, 개인성이 거의 보이지 않아 소설이 아니라 논문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정확한 지적이었다.광고 문학을 꿈꾸던 스무살 무렵의 나는 타인과 세계와의 관계가 어긋나 ‘지하생활자’의 모습처럼 살고 있었다. 허공에 떠도는 웃음소리와 무거워 내려앉는 울음소리가 부딪칠 때 내 언제나 보아왔다. 광고 뜨거운 바람은 무덤의 속살까지 파고들어 썩어가는 시체를 울리는 것을 지하의 방에 낮게 엎드려 이런 시를 쓰고 있던 어느 날, 낯선 죽음이 홀연히 나를 후려쳤다. 1975년 4월11일, 서울대 축산학과 4학년 김상진이 수원 캠퍼스에서 “유신 철폐”를 외치며 할복했고, 다음날 숨을 거두었다. 그의 죽음을 나는 관악 캠퍼스에서 들었다. 당시 나에게 역사는 꿈의 주변부를 이루는 흐릿한 풍경일 뿐이었다. 그 풍경은 나의 문학적 실존과 이어져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김상진의 죽음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그 죽음 속에서 내가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절박하게 찾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낯설었지만 찾기를 멈출 수 없었다. 그로부터 4년6개월 뒤인 1979년 10월26일, 또 하나의 죽음이 나를 뒤흔들었다. 유신체제의 정점이었던 박정희의 피살이었다. 그의 죽음은 김상진의 죽음을 떠올리며 두 죽음 사이를 잇는 역사의 보이지 않는 끈을 처음으로 감각하게 했다. 그 감각은 ‘지하생활자’인 나에게 한낱 풍경에 지나지 않았던 역사를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7개월 뒤, 또 한번 죽음의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은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었다. 1980년 5월, 광주는 돌연 죽음에 에워싸였다. 어떤 죽음도 혼자의 죽음이 아닌 것은 없다. 동시에 어떤 죽음도 혼자의 죽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 죽음의 이중성이 하나의 모습으로 포개질 때, 곧 ‘나의 죽음’이 ‘우리의 죽음’이 될 때, 그 죽음들은 역사의 영혼이 된다. 역사의 영혼은 권력의 영혼과 근원적으로 다르다. 서로 다른 두 영혼은 마주 달리는 두 기차와도 같다. 역사의 변혁은 그 충돌 속에서 일어난다. 내가 ‘5월 광주’를 그토록 오래 들여다본 것은 두 영혼의 전율스러운 충돌 때문이었다. 그사이 나는 시를 잊고 소설을 쓰고 있었다. 김현이 지적했듯 내 소설에서 ‘관념이 너무 합리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역사의 영혼과 권력의 영혼이 얼마나 다른지를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개인성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정찬 작가 ■ 그리고 다음 책들 베니스에서 죽다 네번째 소설집으로, 나의 개인성이 가장 짙게 담긴 책이다. ‘은빛 동전’은 유년 시절을, ‘저문 시간’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다녀온 제주도 수학여행을 소재로 쓴 단편이다. 표제작 ‘베니스에서 죽다’는 서른한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독문학자 전혜린의 ‘소울 메이트’였던 작가 이덕희와의 예술적 교유를 바탕으로 썼다. ‘섬진강’은 문학을 꿈꾸던 시절과, 그때까지 써온 소설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되돌아보는 단편이다. 문학과지성사(2003) 유랑자 일곱번째 장편 소설로, 환생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나에게 환생은 믿을 수도,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신비였다. ‘유랑자’를 쓰게 된 직접적 계기는 ‘티베트 사자의 서’에 대한 융의 서평이었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융은 “환생 사상에 대한 의구심을 잠시 접어두고, 과학적 지식과 이성이 아직 닿지 않은 세계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연다면, 이 책으로부터 적지 않은 보상을 얻게 될 것”이라고 썼다. 문학동네(2012) 슬픔의 힘을 믿는다 나의 유일한 산문집으로, 한겨레 신문에 발표한 칼럼과 문학, 사진, 음악에 관한 글들로 이루어졌다. 현실과 예술을 대상으로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대부분의 글은 거무스레한 빛깔에 싸여 있다. 아마도 그것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글이 슬픔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슬픔은 피동적 감정이 아니라 삶을 견디고 세계를 이해하게 하는 능동적 감정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교양인(2020) 그들이 있었던 곳 가장 최근에 출간한 열한번째 장편 소설로, 광주민주화운동이 왜 시작되었고,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었으며, 어떻게 끝났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망한 작품이다. 안다는 것과 깨닫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대부분은 그것을 지식으로만 알고 있다. 예술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알게 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데에 있다. ‘그들이 있었던 곳’은 당시 광주 시민들의 감정을 독자들로 하여금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함으로써, 광주민주화운동을 단순한 지식을 넘어 역사의 생명체로 느끼게 한다. 말하는 나무(2026)
죽음의 시대, ‘권력’과 다른 ‘역사 영혼’ 증명하고 싶었다 [.txt]
1970~80년대 ‘역사적 죽음’에 시 접어 대신한 소설에 “개인성 낄 틈 없었다” 데뷔 7년차 첫 소설집 ‘전환기 총서’로 나의 첫 책 l 정찬 작가 ‘기억의 강’ 나의 첫 책은 소설집 ‘기억의 강’이다. 1989년 11월30일 현암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전환기 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