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8월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앞두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한경희 이사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 이사장은 2021년 이후 국내에서 일본을 상대로 내려진 3건의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실용외교’뿐 아니라 역사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광고“한국 법원이 일본 군인으로부터 당한 불법행위에 대한 피해를 ‘일본 정부가 배상하라’고 판결한 소송 당사자는 이용수 할머니 한분만 살아 계십니다. 이제 99살이십니다. 피해자가 계실 때 사과를 하지 않으면 일본 정부는 ‘사죄하지 않는 나라’로 영원히 박제되는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도 ‘전쟁 피해자’의 법적인 권리 실현을 위해 정부로서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한경희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매년 8월14일)을 맞아 지난 7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 들어 1년 동안 여섯차례나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의제에 오른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한국 법원이 내린 세계사적 판결을 일본 정부가 이행하도록 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을 이행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 배상 판결 이행’을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다.한 이사장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실용외교’와 과거사 문제 해결이 ‘양자택일’이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과거사 문제가 해결돼야 양국이 신뢰를 쌓을 수 있고, 그 토대 위에서 경제·안보 협력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한 이사장은 “서로 신뢰가 작동되지 않으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게 경제나 안보”라며 “과거사를 확실하게 매듭짓고 신뢰를 쌓은 토대 위에 경제 협력도 하고, 안보 협력도 해야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짚었다.광고한 이사장이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는 배경에는 위안부 생존 할머니들의 절실한 요구가 있다. 판결 당사자 중 현재 생존해 있는 분은 올해 99살인 이용수 할머니가 유일하다. 한 이사장은 “이용수 할머니께선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나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이 있으시다. ‘내가 이렇게는 성님들을 어떻게 가서 보나’ 하시는 상황”이라며 “해결을 짓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시다”고 전했다.2023년 11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유족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선고 기일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법원의 1심 각하 취소 판결을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앞서 2021년 서울중앙지법은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2023년 서울고법은 이용수 할머니와 고 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비슷한 취지로 낸 소송 2심에서 주권 면제 원칙을 이유로 각하한 1심을 파기하고 일본 정부가 2억원씩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지난해에는 청주지법에서 고 길갑순 할머니의 아들 김영만씨가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아직 그 누구도 배상받지 못했다.광고광고한 이사장은 “대한민국 법원이 세차례에 걸쳐 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인정하고 일본 정부의 법적 배상을 명시한 판결은 피해자의 ‘사죄하라’는 요구를 ‘(법적) 의무를 이행하는 요구’로 전환시킨 세계사적 판결이었다”며 “정작 우리 행정부는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려는 노력을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물론 변화도 있었다. 국회에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위안부 피해자를 겨냥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고 이에 따라 6년 동안 경찰 바리케이드 안에서 보호받아야 했던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한 이사장은 “대통령이 역사 부정 세력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여러번 내셨지만, 메시지를 내는 것 말고 일본 정부에 배상 판결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광고정의기억연대에는 앞으로 ‘기록 작업’이 중요한 과제다. 현재 위안부 생존 피해자는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한 5명뿐이다. 3명은 27년생(99살), 2명은 30년생(96살)이다.이 때문에 직접 증언했던 피해자들이 모두 사망하고 난 뒤를 준비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이사장은 “실제 역사적인 기록뿐 아니라, 30년이 넘은 위안부 피해자 운동의 기록도 인권 회복을 위한 또 하나의 역사적 기록이 됐다. 미래 세대를 교육할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 되는 것”이라며 “이런 것들을 제대로 기록하고 남겨서 ‘기록의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제대로 남긴 기록은 세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한 이사장의 생각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록을 담은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은 2024년부터 외국인 방문객이 국내 방문객을 넘어섰다. 방문객의 60∼70%가 외국인이다. 일본인, 중국인이 많이 오고 그 외에도 전세계 50여 개 국가에서 박물관을 찾았다. 한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의 이슈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이슈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준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할머니들이 이후에 이 운동을 하면서 다시 나비기금 등을 통해 연대하는 모습에서 굉장히 많은 감동을 받더라”고 전했다.한 이사장은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보존하고, 관리하고, 아카이빙 해서 공유할 수 있고, 문화 콘텐츠로 끊임없이 다시 살아나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에 공감할 수 있다”며 “이것을 지원하고 기반을 마련하는 건 국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광고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