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 l 김희경 지음, 웨일북, 1만8000원 광고“아 그게 기획 노동이었군요. 내가 매일 하는 건데.” 책 쓰며 글쓴이가 부지기수로 들었다는 말, 어느 독자든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그대로 읊조리게 될 것이다. 매일 하진 않는데도 존재를 모를 순 없다. 돌봄과 가사에 있어 누군가는 도맡을 수밖에 없고, 내가 아니라면 파트너가 이 순간도 매진하고 있을 바로 그 일이다. 기획 노동. ‘살림과 돌봄 전반을 계획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고 의사 결정을 하며 일을 배분하고 관리하는 정신적 노동’으로 설명한다. 육아, 장보기, 청소, 빨래 같은 ‘실행 노동’ 각각을 조율하고 관리하기 위해 마음 쓰는 일이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돌봄과 가사 또한 노동인 게 상식인 사회에서조차 기획 노동의 가치만은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모두가 존재를 알지만, 근래에야 제 이름을 구한 탓이다. 일단 이름 붙이고 보면, 모든 노동처럼 그 일의 고단함, 불평등에 얽힌 다단한 서사가 펼쳐진다. 책 ‘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 전반부의 미덕은 겉보기 ‘조화롭게’ 가사를 분담하는 집들 얘기가 나온다는 데 있다. “필요한 일 있으면 시키라”는 어느 ‘착한’ 남편 태도에 아내는 폭발한다. “왜 제가 시켜야 해요? 무엇을 해야 할지 파악하는 것 자체가 피곤한 일인데.” 광고 글쓴이는 회사에 대입해 통찰한다. ‘만약 회사에서 같은 직급의 두 사람이 함께 프로젝트를 관리하는데 한쪽이 계속 다른 쪽에게 “필요한 일이 있으면 시켜라”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은 자기 몫의 부담을 지지 않는 사람이고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점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가사 분담이 다소간 형평을 찾아도 기획 노동만은 여성에게 놓이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가사의 주체는 여성이라는 인식은 그토록 뿌리 깊다. 기획 노동의 이름을 인지해야 보이는 불평등의 밑바닥이다. 자녀 교육, 생필품 관리 같은 가사 각 영역과 장애인 자녀, 아픈 부모 돌봄 등에서 관찰되는 기획 노동의 세부까지 둘러본 뒤 책은 다시금 일깨운다. 가사와 돌봄의 평등은 조력자를 넘어 기획과 실행을 함께할 때 가능하다는 것. 무엇보다 한 가정이 이를 감당하기 힘들 땐 사회가 나누는 방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이다.광고광고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