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2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제목의 행사에서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적은 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 판에는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이 25%라고 표기돼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광고 지난해 4월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해방의 날’ 선언으로 시작된 관세 전쟁은 한편의 ‘트럼프 쇼’였다. 그는 “수십년간 미국은 우방과 적국, 가까운 나라와 먼 나라를 가리지 않고 약탈당하고 유린당하고 강탈당해 왔다”며 전세계를 상대로 고율의 상호관세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그가 들어 보인 판에는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일본 24%, 한국 25%…’ 식으로 국가별 관세율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애초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계량화해 관세율을 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나중에 드러난 산식은 각국의 ‘대미 수출액 대비 무역흑자 비중’을 일률 적용한 것에 불과했다. 상대국의 무역흑자를 모두 불공정 행위의 결과로 몰아붙인, 강대국의 횡포에 다름없었다.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제목이 붙은 이날 행사는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러스트벨트’(쇠락한 제조업 지대) 유권자들에게 외국을 징벌하며 그들을 대변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번에도 잘 준비된 각본은 없었다. 끝없는 위협과 협박, 좌충우돌 속에 국제 무역질서는 혼돈에 빠졌다. 상호관세를 부과할 법적 근거조차 모호했다. 처음 동원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자 무역법 122조(국제수지 비상사태)를 임시방편으로 끌어다 썼고, 이제는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에 기대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이 말한 ‘좀비 관세’다. 그는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 “명백히 불법적으로 부과돼 마땅히 죽었어야 할 관세가 어떻게든 살아남아 기어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역법 301조 역시 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광고 ■ ‘제국의 황제’가 속국 대하듯 제멋대로 명분도 변덕스러웠다. 주된 명분은 무역 상대국의 무역흑자 축소였지만, 그뿐이 아니었다. 멕시코·캐나다에는 마약 밀수와 불법 이민 단속 미비를 이유로 관세를 물렸다. 브라질에는 쿠데타 모의 혐의로 기소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에 불만을 표하며 관세를 부과했다. 심지어 스위스에는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에게 ‘불손했다’는 이유로 39% 관세를 매겼다. 제국의 황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속국을 처벌하듯 관세를 제멋대로 휘두른 셈이다. 관세는 뉴욕 건설업자 출신으로 자칭 ‘거래의 달인’이라는 그의 협상 스타일에 딱 맞는 무기였다. 엄포와 협박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자신의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그의 전형적인 수법이기 때문이다. 1년여가 지난 지금 돌아보면 관세 전쟁이 강성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소기의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가 공언한 목표는 무역적자 개선, 제조업 부흥, 재정수입 확충이었다. 그러나 무역수지와 제조업에서 관세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의 견해다. 가계의 재정수지가 수입 대비 씀씀이에 따라 달라지듯 한 나라의 무역수지도 마찬가지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안(OBBBA)과 국방비 증액 등 막대한 재정확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실제로 무역적자는 1년 사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고,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다. 제조업 일자리는 1980년대 이후 자동화와 서비스업 비중 확대로 꾸준히 감소해왔다. 오히려 관세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만 키웠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광고광고 물론 관세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국내 산업 보호·육성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경제학에는 국내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최적관세율’이라는 개념도 있다. 다만 이를 실현하려면 정부가 특정 산업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수년에서 수십년을 꾸준히 공들여야 한다. 한국 중화학공업과 중국 제조업이 대표적 사례지만, 이런 성공은 매우 예외적이다. 설령 미국이 이를 벤치마킹하더라도 트럼프식으로는 될 일도 안 된다. 실행 방식이 워낙 예측 불가능해 미국 기업들조차 정상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려울 지경이라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 힘 과시하려다 드러난 한계 관세는 미국의 힘을 보여주기보다 미국의 한계를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부터 대중 무역적자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관세 전쟁을 벌여왔지만, 역부족임이 판명 났다. 지난해 대중 관세를 145%까지 올렸다가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로 맞서자 결국 관세 유예에 합의했고, 현재 대중 관세율은 23%까지 내려왔다.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고려하면 중국은 미국 시장에서 다른 나라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형국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9일 “일부 제품에서 중국산에 적용되는 관세율이 기업들이 공급망을 옮긴 동남아 국가의 관세율과 비슷해졌다”고 보도했다. 타이는 일부 제품의 생산비가 중국보다 15%가량 높아 불리해졌고, 중국을 떠나 동남아로 이전했던 일부 기업이 다시 중국행을 고민할 정도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광고 관세가 효과적인 무기가 되려면 미국 시장 접근권이 무역 상대국에 절대적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세계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3%에 그친다. 특정 경제적 수단이 ‘무기’가 되려면 세계 경제의 해당 영역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대체 수단이 거의 없어야 한다. 중국의 희토류가 무기가 되는 이유는 세계 희토류 정제 능력의 90%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초크포인트’의 저자 에드워드 피시먼은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미국은 달러가 세계 외환거래의 90%를 차지해 초크포인트가 되지만, 관세는 지렛대로서의 가치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대미 수출이 줄었지만 제3국으로의 밀어내기로 이를 벌충해 전체 수출액과 무역흑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한국·일본처럼 안보를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이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를 요구할 때 안보 철회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안보 의존국으로서는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은 발 빠르게 선수를 쳤다. 미국이 관세를 15%로 낮춰주는 대가로 5500억달러라는 대규모 자금을 제공하기로 했는데, 이 거래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미국에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핵 국면의 혼란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한국은 뒤늦게 일본 방식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요구는 가혹했다. 한국이 350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준기축통화국인 일본과 달리 환율 상승 리스크에 노출됐다. ■ 중간선거 앞두고 다시 격변할 관세 전쟁 트럼프는 자신의 업적을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외국에서 엄청난 투자를 유치했고 이것이 미국 산업을 다시 일으킬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등 일부 첨단산업을 빼면 다른 제조업은 여전히 정체 상태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투자 증가가 외국의 중간재 수입을 늘려 무역적자를 키운다. 남은 임기 동안 무역적자가 개선되지 않으면 트럼프는 무역흑자국에 추가 요구를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1980년대 일본의 거센 추격에 놀란 미국이 1985년 플라자합의와 1986년 미-일 반도체협정으로 일본 산업의 질주를 저지했던 역사가 반복될지도 모른다. 최근 캐나다에 대한 50% 추가 관세가 그 전조다. 캐나다가 표적이 된 것은 중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미국에 보복관세를 매겼기 때문이다. 미국은 1930년 악명 높은 보호관세법인 스무트-홀리법 제338조까지 발동했다. 미국 수입품에 부당한 부담을 가하는 국가에 관세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이 조항은 법조문에는 있으나 지금껏 단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중국에는 손을 대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약한 캐나다에만 보복하는 꼴이다. 미국의 이런 ‘제국적’ 행보가 과연 통할지, 아니면 동맹의 이탈을 불러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유럽연합은 이미 경제적·군사적 자율성 확보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딘 상태다.광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어떤 격변이 있을지 모른다.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잃으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에 들어갈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그는 관세와 전쟁이라는 두 무기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할 수 있다. 문제는 두가지 모두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관세는 중국의 희토류에, 전쟁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이라는 방패에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그러다 보니 피해는 주로 동맹과 우방국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동맹과 우방국을 희생양 삼아 끝없는 권력욕을 채우려 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미국 패권의 기반은 서서히 침식될 것이다.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미 중간선거 앞 몰아칠 ‘좀비 관세’…동맹 멍들고 패권은 추락
지난해 4월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해방의 날’ 선언으로 시작된 관세 전쟁은 한편의 ‘트럼프 쇼’였다. 그는 “수십년간 미국은 우방과 적국, 가까운 나라와 먼 나라를 가리지 않고 약탈당하고 유린당하고 강탈당해 왔다”며 전세계를 상대로 고율의 상호관세를 일방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