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이 7월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유 소장은 수사권 없는 공소청이 디지털포렌식센터와 범죄정보 기능을 계속 가져야 한다는 게 검찰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광고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이어 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명실상부한 수사·기소 분리가 법률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처음으로 형사사법 시스템의 기본 골격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인 만큼 변수도 많고 말도 많았다. 특히 검찰개혁을 염원해온 개혁 세력 내부에서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했다. 시민사회도 의견이 엇갈렸다. 어떤 단체들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고, 일부 단체는 공식 입장 표명을 포기하기도 했다. 검사의 모든 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일관되게 제시한 참여연대가 눈에 띌 정도였다.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만나 뒷얘기를 들었다. 유 소장을 만나자마자 국회가 형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는 뉴스가 속보로 떴다. ―방금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진짜 통과했네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형사소송법이 1954년 제정됐는데, 우리나라 검찰이 일본 검찰을 모델로 변형한 거잖아요. 당시 입법자들은 일본에서도 실패한 ‘검사들의 파라다이스’ 같은 형사사법 체계가 일시적일 줄 알았겠죠. 그런데 무려 72년 동안 끌고 왔어요. 식민지와 권위주의 잔재들이 켜켜이 쌓여 있던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에 사실상 처음 균열을 낸 겁니다. 문재인 정부 때는 과도적으로 하려고 했다가 거의 다 실패로 돌아갔죠. 개혁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검찰을 너무 몰랐어요. 형사사법 체계를 포함한 한국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검찰의 권력을 과소평가했죠. 검찰개혁 세력이 미숙했다면 검찰은 능수능란했어요. 실패가 반복되면서 개혁 세력도 학습을 했고, 이번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공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광고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단체 차원의 입장을 정하지 못했는데, 참여연대는 달랐어요.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요? “민변은 변호사 모임이잖아요. 젊은 변호사들이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1970년대 후반 태생부터는 검찰개혁에 소극적이었죠. 참여연대 회원분들은 전반적으로 검찰 개혁에 찬성하시는 편이고요.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 위원들은 생각이 다른 분들도 계셨어요. 보완수사권에 유보적인 생각을 가졌던 분들이 더러 계셨는데, ‘윤석열 내란’ 뒤, 참여연대가 내란 극복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검찰에 대해서는 조직 축소가 필요하고, 조직을 축소하려면 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실행위원이 많았습니다. 수사권을 빼내지 않으면 수사 인력이 빠져나올 수 없으니까 보완수사권까지 폐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광고광고 ―내부적으로 토론을 많이 하셨나요? “토론은 굉장히 많이 했죠. 토론회도 열고, 실행위원회 회의도 한 달에 한 번 하는 정기회의 말고도 상당히 많이 했죠. 저희는 검찰개혁 모델이 따로 있었어요. 수사 기능을 경찰에서도 떼어내고, 행정 경찰과 분리해서 국가수사청 같은 걸 만들자는 거예요. 경찰 권한이 커질 테니까, 국가수사위원회를 만들어서 시민 통제로 가자는 거였죠.”광고 ―국가수사위원회는 지난해 민주당 초안에 있었던 거죠. “네. 그게 저희가 제안했던 건데 유야무야됐죠.” ―형사소송법 개정을 먼저 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법안을 제정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순서가 거꾸로 되면서 논의가 꼬이고 사회적 에너지도 낭비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형사소송법)를 먼저 만드는 게 사회적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결과론이죠. 공소·중수청법을 성안할 당시에 합의만 했으면 되는 거였어요.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검사의 수사권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그때 정했다면. 사실 저는 그때 정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청와대가 결단했다면 1년 동안의 이 논란들은 사실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방향성이 애매하니까 검찰 언론 플레이도 계속됐죠. 로펌 동원하고 국회의원들 상대로 로비하고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다양한 수단들을 동원해서, 공소·중수청법이 통과됐는데도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직접 수사권을 살려내려는 시도들이 계속됐어요.”광고 ―이제 법이 바뀌었고, 바뀐 법을 안착시키려면 행정부 역할이 큰 거 아닙니까? “당연하죠. 근데 공소청 출범 준비단이 뭘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대통령령부터 시행규칙, 예규, 내부 규칙들이 아주 많잖아요. 예를 들면 수사준칙도 다시 만들어야 하거든요. 지금까지는 검찰 수사권을 전제로 했으니까. 이제 사법경찰 신청이 없으면 검사가 단독으로 영장 청구를 못 하니까 영장 관련된 규정들도 다 바꿔야 할 테고 경찰도 범죄 수사 규칙 새로 만들고, 인권보호 수사 규칙 같은 것들도 다 바꿔야 해요. 검찰을 수사 조직에서 공소 조직으로 완전히 바꿔야죠. 제가 지금 제일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대검의 과학수사부, 특히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를 어떻게 할 거냐인데요. 근데 지금 검찰은 그대로 갖고 있겠다는 거예요. 놀라워요. 범정(범죄정보)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게 검찰 입장입니다. 수사하지 않는 조직이 범죄정보를 계속 수집하겠다는 거니까 정말 말이 안 되죠.”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이 갈래를 타줘야죠. 국회가 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죠. 공소청 포렌식센터를 유지하겠다는 핵심 논거는 수사기관에서 넘어온 증거를 그대로 믿을 수 없으니 공소청이 자체적으로 교차검증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직접 보완적 감정을 하겠다는 거예요. 소추기관의 객관성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직접수사 체계로 회귀하려는 변칙적인 조직 보존 논리에 불과해요. 피의자 방어권을 박탈한 채 진행되는 공소청의 자의적인 ‘교차검증’이나 ‘보완감정’은 사실상의 ‘2차 수사’이자 우회적인 직접수사로 변질할 위험이 너무나 큽니다. 공소청이 원자료를 재분석하고 사실관계를 재구성하는 행위는 과학수사의 중립성을 본질적으로 해칩니다. 공판 단계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증거 검증을 넘어 삭제 데이터를 복원하고 새로운 증거를 발굴하는 기능까지 공소청 내부에 온존시키는 것은 공소기관을 재수사기관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교차검증이나 보완감정이 필요하면, 외부 공인 감정기관에 감정을 의뢰하거나 수탁하면 됩니다. 과학수사 인프라는 공소청의 독점적 무기가 되어선 안 됩니다. 현재 대검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엔디파스(NDFaaS·디지털증거통합분석플랫폼) 등은 국가수사본부, 중수청으로 분산하거나 국가법과학기관으로 독립시켜 모든 수사기관이 투명하게 공유하는 인프라로 재편해야 합니다.” ―김용민·박은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제출한 법안의 토대가 된 시민주도법안 모임에서 간사 역할을 하셨죠? “네. 제가 막내거든요. 시민 주도안이 6월 5일 성안됐는데요. 한인섭 서울대 명예교수, 서보학 경희대 교수 등 최고의 전문가들이 3월부터 석달 가량 주말마다 모여서 회의를 했어요. 조금 더 다듬은 안을 토대로 김용민·박은정 의원 등이 6월 26일 발의했죠. 시민 주도 법안이니까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수사기소 분리뿐만 아니라 공소심의회도 야심차게 만들었어요. 미국의 대배심과 일본의 검찰심사회를 합쳐놓은 모델인데요. 각 지방법원에 설치해서 기소를 심사하고 통제하는 기구입니다.” ―최종안에서 공소심의회 빠졌죠? “빠졌죠. 수사기소 분리와 관계없는 것들이 다 빠졌어요. 검찰 직접 수사권 폐지하는 것만으로 버거웠던 거죠.” ―기소에 대한 시민 통제가 화두가 되면 보완수사권 문제는 오히려 별거 아닌 것처럼 만들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 “저희도 그걸 기대하고 낸 거예요. 기소 독점도 중요한 주제인데, 기소 독점을 깨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니까요. 정말 아쉽습니다. 다음 과제는 기소권을 어떻게 통제할 거냐 하는 문제가 될 텐데. 또 한 10년 걸리지 않을까요?” ―또 빠진 게 있습니까?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조건부 석방제도 싹 빠졌습니다. 수사 과정 녹음·녹화는 절반 정도 들어갔어요. 저희는 녹음은 의무화하고 영상은 재량으로 놔뒀는데, 최종안에선 녹음도 재량으로 했더라고요. 아쉽습니다.” ―최종 법안에서 또 아쉬운 점이 있습니까?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전건 송치가 남아 있다는 게 제일 아쉽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특사경 시장이 엄청 커요. 금융, 식약, 특허(지식재산), 조세, 노동 등 경제 범죄는 다 들어가죠. 특사경이 공소청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겁니다.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한국의 중소기업이나 연구자들이 낸 특허를 빼앗으려고 할 때 국외 자본을 대리하는 대표적인 로펌이 김앤장인데요. 그 과정에서 검찰 출신 전관들이 개입하죠. 예를 들어 가처분신청 하나만 해줘도 착수금이 어마어마해요. 착수금만 50억원, 100억원 넘어갑니다. 성공 보수는 잘 알려져 있지도 않아요. 전관들 입장에서는 인생에 한두 건만 해도 되는 거죠. 가처분 들어가면 다음 단계는 압수수색이거든요. 압수수색만 들어가도 그 회사 망합니다. 국내 산업 보호와도 관련이 있어요.” ―보완수사권보다 더 중요한 거였네요. “어마어마한 거를 가져간 거죠.” ―결국 여론에 밀린 것 아닙니까? 여론 조사 결과,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반대하는 국민이 많은데 이렇게 밀어붙여도 되느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여론조사는 나중에 다시 한 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국민들에게 수사 현장, 수사 실무에 대한 정보를 더 제공할 필요가 있어요. 경찰이 한 수사를 검사가 다시 숙제 검사하듯이 해서 옳은 방향으로 갈 거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절대 안 그래요. 그냥 다 ‘기재동’이거든요.” ―‘기재동’이 무슨 말이죠? “기재된 내용과 같다는 거죠. 경찰이 쓴 것과 같은 의견이라는 겁니다. 대부분 수사는 경찰이 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검사는 돈 되는 사건이나 자기가 빛날 수 있는 사건을 선별하는 구조였어요. 일종의 ‘체리피킹’이죠. 정치적인 사건이나 기업 사건, 대기업이면 더 좋고, 그러면 쫙 달라붙는 거죠. 경찰이 하지 못하게 검사가 먼저 가져가는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는 경찰 착취 구조였어요. 보완수사는 그 착취 구조의 다른 이름이었던 거죠. 보완수사 필요론은 그 착취 구조를 어떻게든 연장해보려는 시도였는데 다행히 그 시도가 실패한 거죠.”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단체들의 반발이 컸는데요. 그동안 경찰이 너무 소극적이거나 관료적으로 사건을 처리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일선 경찰들이 수도 많고, 국민과 직접 접촉하니까 거기서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물론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경찰도 있을 테고, 민원이 많으면 피로감이 쌓여서 사무적으로 대하기도 하겠죠. 변명의 여지는 없어요. 하지만 구조가 그렇게 돼 있다는 사실은 전제해야죠. 피해자들은 검사를 만나기 어려워요. 그래서 생기는 착시도 있을 겁니다.” ―여성단체들은 나름대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 아닌가요? “막상 그분들이 경찰과 검사 중에 누가 성인지 감수성이나 성범죄 처리 결과가 나은지 따지는 자료를 보면, 검찰을 걸림돌로 꼽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전건송치가 되던 시절이어서 검찰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고 여성단체들은 말하지만, 그게 변명은 안 되죠. 보완수사권과 전건송치가 있었는데도 검사들이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는 증거 아닌가요? 물론 성범죄 전문 검사들도 있어요. 서지현 전 검사처럼 성범죄 사건 세심하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죠. 근데 몇몇 사례를 들어 보완수사권 존치를 주장한다는 게 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아요.” ―검찰을 믿지 못하는 만큼이나 경찰도 믿지 못하는 건데요. 이번 개정안에 경찰 통제 방안이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충분하지 않죠. 형소법으로 할 수 있는 게 있고, 경찰법 등 다른 법으로 할 수 있는 게 따로 있거든요. 지금까지 우리가 형소법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것 같아요. 형소법에 경찰 통제 방안 전체를 다 넣는 건 불가능하죠. 시민주도법안에는 수사심의위원회, 수사인권보호관 등을 담았는데, 최종안에서 다 빠졌어요. 국회 검토 과정에서 형소법은 절차법인데, 절차법에 직제가 들어가는 게 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 거죠.” ―그럼 별도 후속 작업을 해야겠네요? “그렇죠.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고, 수사심의위원회를 만들어 통제하거나 경찰의 중앙집권 체제를 깨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공룡 경찰이잖아요. 자치경찰을 만들어 수사권까지 부여하는 게 정석이고 세계적인 흐름이에요. 그런데 역설적인 문제는 피해자들이 자치경찰한테 수사받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경찰도 자치경찰보단 국가경찰이 낫다고 생각하는 게 우리 국민의 인식입니다.” ―영국처럼 지역마다 경찰위원회 위원장을 선거로 뽑고 위원장이 경찰청장을 임명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선거로 지역 경찰위원장을 뽑는 게 가장 좋은 방향인데 한국에서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 아닌가요? “지향해야죠. 문재인 정부 때 자치경찰 시도를 했잖아요. 그런데 조직을 분리하지 않고 국가경찰 사무와 자치경찰 사무로 업무만 나누다 보니까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평가로 끝났죠. 이재명 정부도 내부에서는 자치경찰 논의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한국의 민주주의, 한국의 헌정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관들이 대부분 비선출 권력들이거든요. 그 대표적인 예가 검찰이죠. 윤석열 정권을 거치면서 비선출 권력을 헌정 체제에 적응시키지 못하면 민주주의 자체에 위협이 된다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몰입했고, 그 첫 번째 과제를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s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