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광고김남일|경제산업부 기자 7월 이후 우상향한 것은 주가가 아니라 기온이었다. 코스피 급락을 전하는 뉴스와 증권가 보고서 상당수는 주가가 ‘조정’을 거치고 있다고 했다. 단기간 급등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적정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폭삭 망했다며 손절을 고민하는 개미 가슴들에게 놀라지 마시라, 시장이 스스로 교정하고 있다, 긍정의 회로를 돌리게 하는 청심환 같은 말이 되겠다. 과거 미국 월가에선 주가 폭락장에 크래시, 패닉 같은 공포를 부르는 단어가 자주 쓰이곤 했다. 투자자의 집단적 투매 심리를 자극할 이유가 없는 금융권이 언론과 손잡고 만들어낸 표현이, 시장이 안정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커렉션’(조정)이다. 같은 이유로, 폭락장에는 무더기 매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차익 실현’이나 ‘저가 매수’라는 낙관이 공존한다.율사들에 의해 그 해석과 적용이 어처구니없는 결론에 이를 때가 종종 있지만, 대체로 법은 제정 이유와 문언 자체로는 의미가 명확해서 한번 두번 꼬아 볼 이유가 없다. 상법 제397조의2는 ‘회사의 기회 유용 금지’를 규정한다. 이사는 이사회 승인 없이 현재 또는 장래에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자기 또는 제3자 이익을 위해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공정거래법에도 비슷한 조항이 있다. 이 법 제47조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 금지’를 규정한다. 회사가 직접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총수 일가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두 법의 취지는 조문 그대로 인용해도 이해가 쉽다. 회사를 경영하며 알게 된 돈 되는 사업기회를 회장님이나 그 가족이 함부로 ‘인 마이 포켓’ 해서는 안 되며, 회사와 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을 가로채는 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얘기다.광고회사 이해와 상충하는 이사의 결정을 금지하는 법과 원칙은 기존에도 있었으나 그 집행은 헐거웠다. 지난 세기말 법인주주 8곳과 개인주주 17명이 일사불란하게 실권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승계 발판을 마련해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25억원이 없다며 신세계가 실권한 광주신세계백화점 지분을 모두 사들여 나중에 2285억원에 신세계에 되팔았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에스케이(SK)씨앤씨, 현대글로비스 등 재벌가의 노골적 일감 몰아주기는 결국 대주주의 회사 이익 편취를 막자는 2011년의 상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이미 한국 재벌가의 3세 승계 또는 사전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된 뒤였다.구체적 규율이 부재하던 무법시대가 재벌집 막내아들류 웹툰의 배경이 되었다면, 상법 개정 이후의 풍경은 조금 달라져야 했다. 대기업을 대리하는 로펌들은 ‘사업기회’ 개념이 여전히 모호하고 불확실하다며 법의 허점을 찾아내면서도, 혹시 모를 사법 리스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사회의 충분한 검토 과정 같은 ‘외관’을 갖출 것을 조언했다.광고광고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의 에스케이실트론 지분 인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인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기회 유용 논란을 불렀다. 그룹 차원에서 유망 기업을 인수하며 이런저런 검토 과정을 거친 뒤 슬쩍 총수 개인에게도 지분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회삿돈으로 굳이 인수할 필요 없는 ‘잔여 지분’을, 총수가 ‘책임 경영’ 차원에서 사들였다는 설명이 따랐다. 재계 서열 2∼3위를 다투는 두 그룹이 전략사업 계열사 지분을 석과불식하듯 20∼30% 남겨두는 것도 이상하고, 그간 단 한 주의 주식도 없이(SK하이닉스), 아니면 0%대 지분율(현대모비스)로 그룹을 지배하던 이가 돌연 특정 계열사에만 책임 경영을 말하는 것도 액면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팔아치우면 큰돈이 되는 지분은 공교롭게도 그룹 지배구조 바깥에 있다. 더 공교로운 것은 향후 최 회장의 지분은 이혼 위자료에, 정 회장 지분은 경영 승계에 쓰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점이다.정치·경제에서 대중을 미혹하는 이중화법을 다룬 고전 ‘더블스피크’의 저자 윌리엄 러츠는 주가 폭락 대신 쓰이는 ‘기술적 주가 조정’ 같은 “소통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전달하지 않는 말”을 집요하게 수집했다. 개정판이 나온다면 잔여 지분, 책임 경영, 사재 출연 같은 말을 목록에 추가하면 어떨까. 회장님 지분의 ‘기술적 조정’ 소식이 들린다면 성공한 엑시트로 이해하면 되겠다.namfic@hani.co.kr
회장님의 책임 경영, 지분 조정, 즐거운 엑시트 [아침햇발]
김남일|경제산업부 기자 7월 이후 우상향한 것은 주가가 아니라 기온이었다. 코스피 급락을 전하는 뉴스와 증권가 보고서 상당수는 주가가 ‘조정’을 거치고 있다고 했다. 단기간 급등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적정 수준을 찾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