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영화 정뱅이 포스터. 광고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광고 얼마 전, ‘괴산극장’에선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정뱅이’ 상영회가 2회에 걸쳐 열렸다. 기존 극장에선 보기 힘든 독립영화를 보고 싶은 이들이 모여 ‘관객 추진단’을 만들고 동네 극장을 빌려 상영회를 연 것이다. 이날의 상영회가 더욱 뜻깊었던 것은 영화를 제작한 오정훈 감독이 바로 괴산군에 사는 이웃 주민이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 독립영화 감독이 만든 영화를 동네 극장에서 이웃 주민들과 함께 모여 보는 날. 평소엔 더벅머리에 슬리퍼 신고 만나는 이웃이지만 이날만큼은 영화 감독님으로 무대에 올랐고, 역시 이웃 주민인 사회자가 나서 관객과의 대화를 진지하게 이어갔다. 영화 ‘정뱅이’는 2024년 7월 집중호우로 제방이 붕괴하고 수몰된 대전시 서구 용촌동 정뱅이 마을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순식간에 쏟아진 물폭탄으로 집과 마을을 잃은 이들의 피해 상황과 이후 치유와 회복 과정 등이 담겼다. 괴산에 사는 우리에게도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수년 전, 집중호우로 괴산댐이 넘쳐 논밭이 잠기고 마을 주민 모두가 대피한 경험이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밤을 지새웠고 단체 급식과 비상식량을 보급받았다. 낯빛은 그믐밤처럼 어두웠지만 서로 등을 기대고 앉아 애써 웃어 보였다.광고광고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정뱅이’의 오정훈 감독. 백창화 제공 영화 ‘정뱅이’에서도 사람들은 애써 웃으며 고통을 참아 넘기는 법을 보여주었다. 오정훈 감독은 마을의 피해에 주목하기보다는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무너진 일상을 일으켜 세우는 힘은 결국 평범한 이웃들의 연대에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주제의식을 가진 영화를, 일반 극장에서는 만나기 힘든 영화를, 평범한 이웃들이 연대해 함께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낸 지역 주민들이 자랑스러웠다. 농촌 마을에 이사 와 처음 몇해 동안 보고 싶은 영화를 맘껏 보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시골에는 극장이 없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다행히도 2018년, 괴산극장이 개관했다. 79석 3개관을 갖춘 이 영화관이 생긴 뒤에는 남들 다 보는 천만 영화를 나도 개봉 첫날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하나를 가지면 또 하나가 갖고 싶다고, 늘 마음에 품었던 생각은 3개관 중에 1개관은 독립영화관으로 운영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예술 영화를 보러 충북 괴산에서 충남 천안시까지 운전해 다녀오면서 이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광고괴산극장에서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정뱅이’를 함께 보는 공동체 상영회. 백창화 제공 괴산극장이 이런 소망을 들어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공동체 상영이라는 대안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정뱅이’ 상영 사례처럼 주민들이 ‘관객 추진단’으로 극장을 대관해 영화를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다큐멘터리 ‘수라’도, ‘바람이 전하는 말’도 봤다. 모두 극장이 있어서, 또 이웃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주민들이 애써 움직이지 않아도 언제든 보고픈 영화를 볼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괴산은 영화관 없는 마을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전국에는 극장 없는 군 단위 지역들이 있다. 이들을 위해 65개 기초자치단체에서 70여개의 ‘작은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2025년 전국 극장 현황 통계). 고성, 정선, 양구, 양양, 영월, 보은, 옥천, 영동, 단양 등 이름만 들어도 대한민국 ‘구석진’ 곳곳이다. 지역 소멸과 문화 격차가 심각한 지역에서 작은 영화관은 지역의 중요한 문화기반시설이자 복지시설이다. 그런데 영화관이 경영적자에 시달리면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영화관을 수익을 내야 하는 영리사업이 아니라 지역 문화기반시설로 규정해 충분히 지원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작은 영화관은 영화를 매개로 사람들이 모이고 이웃이 만나 함께 마을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동체 복원의 중요한 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