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조정식 국회의장이 7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광고“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는 헌법 128조 2항은 개헌이 불가능한 한계 조항은 아닙니다. 헌법 개정의 효력에 관한 소급 적용 제한 규정입니다. 독재자들의 집권 연장 개헌을 반성하고 대통령 단임을 통한 권력의 민주화를 도모하려는 주권적 의사의 표현입니다. (성낙인, 헌법학) 우리나라 개헌은 독재자들의 집권 연장 야욕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0년 총선 패배로 대통령 연임이 어려워지자 1952년 부산정치파동을 일으켜 대통령직선제 발췌개헌을 했습니다. 1954년 사사오입 개헌 때는 부칙에 “이 헌법 공포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55조 1항(대통령 중임) 단서의 제한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넣어 종신 대통령의 길을 열었습니다.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국회를 해산하고 국가재건최고회의에 입법 기능을 부여했습니다. 새로운 헌법 개정안을 국가재건최고회의 산하 헌법심의위원회에서 만든 뒤 국민투표를 했습니다. 헌법이 정한 개헌 절차를 깡그리 무시했습니다. 박정희는 1969년에도 대통령 3선 출마를 위해 개헌했습니다.광고 1972년에는 종신 집권을 위해 유신헌법을 만들었습니다.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국무회의에서 만든 개헌안을 국민투표로 확정했습니다. 헌법이 정한 개헌 절차를 깡그리 무시했습니다. 1980년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은 통일주체국민회의 선출로 대통령이 됐습니다. 유신헌법에는 대통령도 개헌안 발의 권한이 있었고, 대통령 발의 개헌안은 국회를 거치지 않고 국민투표로 확정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전두환은 이 절차에 따라 5공화국 헌법을 만든 뒤 선거인단 투표로 대통령에 다시 당선됐습니다. 정말 더러운 역사입니다.광고광고 19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졌습니다. 본래 김영삼 김대중의 통일민주당은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를 요구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의 민정당은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김영삼 김대중의 정·부통령 동반 출마를 두려워한 것입니다. 5년 단임제로 절충이 이뤄졌습니다.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막기 위해 128조 2항을 신설했습니다. 이런 역사를 겪은 국민에게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연임 개헌에 대한 공포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7월28일 조정식 국회의장의 기자간담회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킨 것은 그래서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연임 개헌이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정식 국회의장은 이렇게 답변했습니다.광고 “그 문제는 뭐 지금 얘기하는 것이 시기상조다.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서 현직 대통령 연임 문제에 대한 생각은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당사자들이 어떻게 합의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나중에 개헌 논의에서 권력구조 문제 관계 논의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 개헌자문위원회나 개헌특위를 통해서 다 수렴되지 않겠나.”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선택’에 따라서는 가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가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오후 5시께 장현주 공보소통수석비서관이 나섰습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대통령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보도는 발언 취지와 전혀 다르다.” 언론이 발언 취지를 잘못 해석했다는 얘깁니다. 파장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밤 11시가 지나 조정식 국회의장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광고 “헌법 제128조 제2항의 내용은 존중되어야 하며, 향후 이루어질 개헌 논의에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그 대상이 아니다. 기자간담회에서의 답변은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해 개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치 주체 간의 합의와 국민의 선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취지의 기본 절차를 밝힌 것이다. 본의와 다르게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런가요? 조정식 국회의장은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예습을 했습니다. 기자들의 예상 질문을 뽑아서 답변을 준비했습니다. 대통령 연임 개헌은 꽤 앞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선택에 따라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조정식 국회의장의 발언은 법리적으로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선택’이 과연 무엇일까요? 이승만 대통령은 1952년 개헌 때 군과 경찰로 국회를 포위한 가운데 발췌개헌안을 통과시켰습니다. 1954년 개헌 때는 사사오입으로 의결정족수를 바꾸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어쨌든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의결했으니 이승만 대통령의 개헌은 정당한 것이었을까요? 조정식 국회의장의 논리대로라면 그렇습니다. 박정희의 1962년 3공화국 헌법은 국민투표에서 78.8%의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1969년 3선 개헌은 65.1%가 찬성했습니다. 1972년 유신헌법은 91.5%가 찬성했습니다. 전두환의 1980년 5공 헌법은 91.6%가 찬성했습니다. 어쨌든 국민투표를 통과했으니 박정희와 전두환의 개헌은 정당한 것이었을까요? 조정식 국회의장의 논리대로라면 그렇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은 독재자였습니다. 쿠데타와 계엄 상태에서 개헌을 밀어붙였습니다. ‘주권자의 선택’이 아니라 ‘독재자의 선택’이었습니다. 조정식 국회의장의 잘못은 ‘주권자의 선택’과 ‘독재자의 선택’을 구분하지 않은 것입니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처럼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헌정을 중단시키고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킨다면 그게 과연 ‘주권자의 선택’일까요?8월1일 오전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열린 충남 공주시 충남교통연수원 앞에 이재명 대통령 연임을 촉구하는 게시판이 설치됐다. 김채운 기자 정치적으로도 잘못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연임 개헌은 본래 극우 세력의 음모론에 불과했습니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게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친이재명 강성 지지층에서 “일 잘하는 대통령은 연임해야 한다”는 철부지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김민석 국무총리가 “‘5년이 너무 짧다’ ‘더 했으면 좋겠다’ 하는 분들도 있다”고 한 게 바로 그런 여론을 전한 것입니다. 여기에 유시민 전 장관 등이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 취소와 연임 개헌을 위해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을 버리고 정계개편을 추진하려는 것 같다’고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태가 심각해졌습니다. 조정식 국회의장의 발언은 이러한 극우 세력 음모론, 친이재명 강성 지지층의 철부지 여론, 유시민 전 장관 등의 무책임한 의혹 제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가격 상승, 주가 하락으로 고전하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7월30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0%, 국민의힘 21%로 2주 전보다 조금 더 벌어졌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 효과로 보입니다. 그러나 대통령 국정 평가는 긍정 53%, 부정 37%로 취임 이후 가장 나빴습니다. 여론이 더 악화하면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있습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조정식 국회의장은 도대체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요? 실수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6선 국회의원입니다. 정무 감각이 탁월합니다. 정책위의장, 사무총장을 지내 실무에도 밝습니다. 이런 사람은 실수하지 않습니다. 저는 의도적이라는 분석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고 봅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누구보다도 가깝습니다. 이재명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했고 대통령 정무특보도 했습니다. 국회의장 후보자 경선 때는 이재명 대통령의 노골적인 지원을 받았습니다. 보은해야 할 처지입니다. 연임 개헌에 대한 여론을 살피기 위해 대통령 해외 순방 기간에 일부러 기자간담회를 열어 간을 본 것 같습니다. 예상보다 역풍이 강하게 불자 부랴부랴 연임 개헌 카드를 접은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런다고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은 대여 총공세에 나서고 있습니다. 당분간 계속 그럴 것입니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개헌도 아예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요? 조정식 국회의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3일 귀국 직후 연임 개헌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둘 다 일리가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파장은 그 정도 고단위 처방이 아니면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장 합리적인 대통령 임기 개헌안은 4년 중임제로 바꾸고 2030년부터 대통령 선거와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같이 치르는 것입니다. 4년 중임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의 역동성 때문에 사실상 4년 단임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어쨌든 개헌하려면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야 합니다. 국민과 야당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밝혀야 합니다. 그래야 순차 개헌이든, 권력구조 개헌이든 길이 열립니다. 그래야 국정도 정상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