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울창한 숲이 만든 그늘이 러너의 친구가 되는 양재천 일대. 서울시 제공광고7월의 서울은 덥다. 습하고, 무겁고, 달리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장마가 쏟아지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이 시기에 러닝화 끈을 묶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신발 끈을 묶는 이유는 하나다. 이 더위 속에서도 달릴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무가 하늘을 덮고, 강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길. 여름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여름과 함께 달리는 두곳을 소개한다.숲이 가꾼 나무 그늘이 러닝 친구, 양재천양재시민의숲→양재천 산책로→탄천 합류부 방면 확장 가능/5~15㎞ 이상 자유롭게 조절 가능.서울에서 폭염을 피해 달리기 좋은 곳을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양재천을 고른다. 계절마다 이 길을 달려봤지만, 여름이 되면 꼭 생각나는 이유는 하나다. 나무다. 양재천변을 따라 30년 넘게 자란 메타세쿼이아들이 하늘을 덮는다. 학여울역 부근에서 시작해 4㎞ 넘게 이어지는 800여그루의 나무 터널. 뾰족하게 솟은 나무들이 양쪽으로 늘어서며 만들어내는 그늘 터널 아래를 달리다 보면, 같은 여름이라도 체감 온도가 다르게 느껴진다. 나무가 햇살을 걸러주는 것만으로도, 이 계절에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생긴다.광고양재시민의숲 구간에 들어서면 그늘의 결이 달라진다. 숲 안으로 들어갈수록 다양한 나무들이 겹겹이 하늘을 덮고, 그 깊이만큼 온도도 한층 더 내려앉는다. 양재천 서초구·강남구 구간은 수십년에 걸쳐 심은 나무들이 지금은 완전히 자리를 잡아, 여름 내내 그늘이 끊이지 않는다. 덕분에 양재천은 서울에서 여름에도 달릴 수 있는 하천 러닝 코스로 손꼽힌다. 다만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양재천은 이제 너무 유명해졌다. 러닝 인구가 늘면서 좁은 구간에서 보행자, 자전거, 러너가 뒤섞이는 시간대가 생겼다. 단체 러닝보다는 혼자 또는 소수로, 한적한 시간에 달리는 것을 추천한다.여름 러닝은 시간대가 전부다.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을 택하고, 충분한 수분 보충과 적당한 운동 강도만 지킨다면 여름 러닝은 생각보다 훨씬 보람차다. 더위를 피하는 게 아니라, 더위와 함께 달리는 법을 익힌다면 말이다.광고광고달리다 보면 다채로운 길을 만나게 되는 안양천 일대. 서울시 제공직선 둑길이 만든 그늘이 맞는 안양천신정교 또는 오금교 인근→안양천 둔치길→한강 합류부 방면 확장 가능/5~20㎞ 이상 자유롭게 조절 가능.안양천에서 달리다 보면 달라진 풍경을 만난다. 걷는 사람과 뛰는 사람의 비율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예전엔 걷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면, 이제는 러너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러닝 붐이 수치가 아니라 풍경으로 느껴지는 곳이 안양천이다. 안양천의 매력은 ‘직선’에 있다. 구불구불한 코스 대신 길게 뻗은 둑길이 이어진다. 뛰다 보면 어느새 호흡과 발걸음이 하나의 리듬으로 맞춰진다. 특히 오금교~신정교 구간 둑길은 러너들 사이에서 여름 그늘 코스로 알려진 곳이다. 데크로드, 야자매트 수변길, 일반 산책로가 구간마다 번갈아 이어지며, 노면이 부드러운 구간이 많아 아스팔트보다 발과 무릎에 부담이 적다. 나무 그늘도 길게 이어져 한낮에도 달릴 만하다.광고길게 뻗은 천을 따라 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오는 그 순간엔, 잠시 여름을 잊게 된다. 러닝머신 위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각이다. 한강 합류부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편도만 19㎞에 달해, 거리를 늘리고 싶은 러너들에게도 부족함이 없다. 집 근처에 하천이 있는 것을 ‘천세권’이라 부르는 시대다. 안양천 옆에 산다면, 이 여름만큼은 천수를 누리는 셈이다. <끝>※ 다음달부터 이재진 작가가 러닝하며 겪은 다채로운 삶의 순간을 전해드립니다.이재진 ‘마라닉TV’ 운영·‘러닝 챌린지 100’ 저자